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기

씨애틀에서의 지난 3개월간의 근황 이야기

by 스마일 엘리 2021. 1. 18.
반응형

씨애틀 근교로 이사한지 석달 반 정도가 지났네요.

이곳에 오고 난 이후 저를 바쁘게 하던 모든 일들이 모두 끝나고, 이제 그냥 편히 쉬기만 하면 되겠다 했는데... 지금 이 아파트는 저에게 안락감과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공간이예요. 

저는 정말 집을 사랑하는 여자라 (집순이라는 말) 집이 제일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여야 하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거든요. 

집이 좋고, 넓고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그 집의 기운과 느낌을 말하는건데요, 일단 이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한 제 탓이 제일 크지만, 입주 하는 날 키를 받아 들고 이 집에 들어 왔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그 이유들과 이 아파트의 문제점을 또 쓸려면 포스팅 한개에 몰아 써야 될 정도로 할 얘기가 많아요. 그래서 조만간 따로 포스팅을 할게요. 

아무튼 지금 집 때문에 저는 심각한 우울증과 무기력증, 그리고 수면 장애를 겪고 있어요. 

수면 장애가 정말 심각해서 약 2주간 넘게 20분 이상 연속으로 통잠을 잔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길게 자야 20분, 그러고 깨어나면 다시 잠들지 못해서 3~4시간 눈뜨고 있다가 졸려서 다시 잠들어도 또 20분 정도 자고 또 깨고, 또 잠들지 못하기를 반복... 결국 수면 유도제도 복용하고, 나중에는 와인과 수면제의 조합으로 4시간 연속 잠을 잘 수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노발 대발하며 절대로 수면제와 와인은 함께 마시지 말래서 ㅠ.ㅠ 

아무튼 지금은 비타민D도 복용하고 있고, 수면 장애는 좀 많이 좋아진 상태이지만 지금 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서 몸도, 정신도 피폐해지고 있어요.  

이곳 계약이 5월에 끝나고, 새 집은 4월초에 입주 예정인데 바닥도 바꾸고, 페인트 칠도 마음에 드는 색으로 하고 들어갈 계획이라 5월쯤 들어갈까 했으나 최대한 빨리 들어가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그래서 이제 3개월만 참으면 되니까 억지로 억지로 참고는 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답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하기에는 매일 매일 흐리고 비오는 날씨라 나갈수도 없음요) 

혹시 씨애틀로의 이주를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1년중 10개월은 거의 매일 비가 이렇게 온다고 하니 잘 생각해 보세요~ 

전 비오는 날 너무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실 집만 밝으면 비 오는 날씨라도 괜찮아서 여전히 이 씨애틀 이라는 곳이 좋기는 합니다. ^^ 

그러나 그간 겪은 저의 우울감과 무기력감등으로 지난 3개월간 어떤 의욕도 열정도 없이 지내왔어요. 그렇지만... 제가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까지 그렇게 지낼 수는 없으니 아이들 때문에라도 할건 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 두기 위한 지난 3개월간의 근황 포스팅입니다. 

저와 아이들은 9월 말쯤에 씨애틀로 왔는데, 여름에 캠핑 다녀 온 이후로 집 팔고 이사 준비하고, 이사 한 이후로는 동네가 낯설어 집콕만 하다가 호박 호박 하는 가을 분위기에 콧바람이라도 쐴 겸 해서 펌킨 패치를 다녀 왔어요. 

펌킨 패치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2017/10/16 - [미국 생활기] - 미국인들의 가을 나들이 "펌킨 패치"

 

미국인들의 가을 나들이 "펌킨 패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에 접어 들면 미국 동네는 또 할로윈과 가을 장식으로 집집마다 열을 올립니다. 할로윈, 가을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호박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마

smileellie.tistory.com

아이들은 호박을 보고선 할로윈이 다가 온다고 신나 했지만 이번 할로윈은 trick or treat 은 안 보낼거라 그 대신으로 펌킨 패치 온거라고 달랬어요. 

동글 동글 예쁜 호박을 두개 골랐습니다. 

할로윈 전날 와플이 아부지와 아이들의 잭오랜턴 만들기 현장... 으로 시작했으나 난장판으로 끝남요. 

왼쪽은 와플이가 그리고, 오른쪽은 제제가 그린 좌우분단의 한이 느껴지는 펌킨 헤드

그리고 다음날 할로윈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오피스에서 사탕을 나눠주는 trick or treat 행사를 한다고 안내문이 왔지만 전 아이들에게 이번해는 trick or treat 대신에 캔디 헌팅을 할거라고 얘기 해 두고, 미리 사탕을 여기 저기 숨겨 두었어요.  집에서 하는 엄마 아빠 주최의 행사에 꼭 코스튬이 필요가 있을까?하며 작년 코스튬 재탕을 계획했으나, 창고 어딘가에 있는 코스튬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할로윈 이틀전에 급구매한 취향 무시 코스튬. ㅎㅎㅎ 왜때문인지 우리 와플이랑 제제는 지구를 구하는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늘 정체불명의 괴생물 집합체인 포켓몬 같은거나 좋아하고 말이죠. 

애미의 무기력증 증거 1==> 제제의 믹스 언 매치 양말.... 을 지금에서야 발견 ㅎㅎㅎ

비록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은 못 했지만 집안에서 사탕 찾기 놀이로 행복해 하는 듯 했어요. 

구석 구석 잘 숨겨 놓았는데, 와플이가 찾을 때 마다 꼭 제제 사탕을 남겨 놓거나 나눠 주거나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느린 제제도 와플이와 똑같은 양의 캔디를 얻을 수 있었으나... 대부분은 와플이 아부지 입으로 사라져 버렸...

벌써 2021년이 되었으니 올해 할로윈은 제대로 즐길 수 있길 바래 봅니다.  

씨애틀로 이사 와서 제일 좋은것!! 한식당과 한인 마트가 있다는 것!!!  요즘은 BBQ 치킨에 빠져서 픽업 해 먹고 있어요. 치킨은 한국 양념 치킨이 최고, 사서 먹는것이 진리! (믿슙니까?!?!?!?! 믿슙니다!!!!!) 

여러분.. 혹시 제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살 때 따뜻한 그곳에 삼십몇년만에 내린 눈으로 제대로 된 겨울 옷도 없던 아이들이 눈을 즐겼던 포스팅 기억하시나요? ==> 2018/01/15 - [미국 생활기] -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눈이 오면 생기는 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눈이 오면 생기는 일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블러프턴이라는 곳이죠. 이곳의 날씨는 여름엔 뜨거워 죽고, 겨울에는 온화한 날씨입니다. 한국의 초가을 날씨? 정도랄까요? 좀 많이 춥다 하는 날이면

smileellie.tistory.com

그때 겨울 장갑도 없던 아이들 손 시려울까봐 제 수면 양말로 급조한 양마리 장갑 아시는 분?????? 

우리 제제는 그때 장갑이라는 것을 양마리 장갑으로 첫경험 한지라, 양말은 손과 발에 다 씌울 수 있는 것이라고 믿게 된 것 같아요. ㅎㅎㅎ

어느날 초저녁에 너무 졸리웠던 제제가 침대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자기를 안아주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잠잘때는 꼭 제 팔베개와 함께 안아줘야 하는 습관이 있는 아이)  그때 제가 저녁 준비를 하던 중이여서 요리가 끝나면 가겠다고 먼저 침대에 가서 누워 있으라고 했는데 저녁 다 하고 가 봤더니....

이렇게 잠들었더라고요. 

그런데.... 왜 양말을 손에 신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포근하고, 곱게 잠을 자고 있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어요.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학교 친구들이 엘프가 왔다는 얘기를 시작하니까 와플이도 생각이 났는지 왜 라이언은 아직 안 오는거냐고 추궁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장식할 의욕도 없고, 장식할 만한 공간도 없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이 그냥 지나갈까 했더니만... 이렇게 동심을 앞세워 어택해 오니까... 동심지킴이가 되고픈 이 엄마는 반격할 수 없이, 짐을 맡겨 놓은 창고로 가서 크리스마스 용품이 담긴 박스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엘프도 찾고, 아이들용 작은 트리도 찾아서 왔습니다. 

앞니 두개 실종 와플이.jpg

올해는 큰 트리 대신에 작은 트리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내기로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장식했는데 하길 잘 했던 것 같아요. 집 분위기도 더 따뜻해지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아이들과 함께 한 액티비티라서 그랬는지 오랫만에 즐겁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짜잔~ 다음날 찾아온 엘프, 지난 몇년간 해 왔던 것처럼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로 아이들을 매일 아침마다 즐겁게 해 주고 싶었지만...

올해는 열정이 없는 상태라... 그동안 아껴왔던 치트 키를 쓰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다리 부러진 엘프!!!! 다리가 부러져서 3일간 북극에 못 돌아가서 쉬어야 하는 엘프. 그 덕에 저는 3일간의 휴가를 얻었지요. ㅎㅎㅎ

5일 휴식 처방을 내릴걸 그랬나? 하고 약간 후회 했어요. ㅎㅎㅎ 

미국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신문화 엘프 온더 쉘프가 궁금하신 분은 요기 아래!!! 영상을 봐 주세요~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서 엘프는 이렇게 마지막 셀카를 남기고 선물을 전해 주러 온 산타와 함께 북극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른 아침 산타의 선물을 뜯어 보는 와플이와 제제 ! 

이른 아침인데도 집 안에는 조명이란 조명은 다 켜 놓은 상태인데 저녁 같은 느낌!  

사진을 찍으면 죄다 이런 느낌이라서 요즘 사진 찍을 맛도 안나요. 그나마 비디오는 좀 나아서 동영상을 모아서 vlog 만들었으니 와플이와 제제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한 이야기, 크리스마스 라이트 하우스 구경 간 이야기,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 오픈하는 일상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요기 아래의 동영상 클릭~클릭~ 

 

영상이 좀 길어서 지루할 수도 있으니 크리스마스 라이트 구경하는 편은 1.5배속으로 보세요~ ㅋㅋ 그러와 와플이와 제제가 나오는 장면은 좀 귀엽고 웃기니까 노멀 속도로 보셔야 해요. ㅎㅎㅎ 

매일 매일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집은 지어지고 있더라고요. 나무가 물을 먹어서 마를 새가 없어 괜찮을까 싶은데... 뭐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실거라 믿어야죠. 

거의 몇달 동안 날씨가 흐리고 계속 비가 오다가 며칠 전 밤새도록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다음날 너무너무 맑은 날이 되었어요. 

이게 얼마만에 보는 빛인가 싶어 애들 데리고 동네 공원에 무작정 갔어요. (날씨 좋으면 무조건 데리고 갈거라고 벼르고 벼르던 공원이였음)

정말 신선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빛 아래에 있으니까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진짜 진짜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오랫만의 맑은 날씨라 다들 애들 데리고 이곳 놀이터로 나왔던데 어쩜... 아이들 엄마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 

주변에 산책 하는 사람도 마스크 쓴 사람이 정말 단 한명도 없었어요. 에휴~ 그러니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죠. 마스크 꼭 써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마스크 안 쓰면 공원도 못 간다고 하고 씌워서 나왔는데 막상 공원에는 아무도 쓴 사람이 없으니 와플이가 왜 우리만 마스크 쓰고 다른 사람들은 안 쓰는거냐고 묻는데 할말이 없...

너는 마스크 안 써도 되서 좋겠다.jpg

따땃한 햇살 쬐며 멍 때리고 있는데 다람쥐 녀석이 옆의 바위 위에 올라왔어요. 

보통 다람쥐들이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야 하는데, 이 공원의 다람쥐들은 제가 주차하고 차 문을 여는 순간 대 여섯 마리가 제 발 밑으로 모여들더라고요.  너무 놀래서 내려다 보니까 밑에 해바라기 껍질 씨앗들이 널려 있었어요. 아마도 사람들이 먹이를 나눠 주나봐요. 

어쩐지.. 다람쥐들이 다들 떡대가 있는 떡대람쥐들이였음. 

이렇게 지난 3개월간 덜 해피하게 지냈고요, 아무래도 이사 가기 전까지는 암흑기가 지속 될 것 같아요. 

남은 3개월 잘 버텨 볼게요~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