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어제 이 포스팅을 한시간 넘게 걸쳐서 작성하고, 마침표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잘못 눌러서 다 날려 먹었어요.
그래서 진정을 좀 하고, 하루 뒤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어제 쓴 글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네요. ㅠ.ㅠ 그만큼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얘기겠죠?
코로나로 잃어버린 2020년의 반이 지나고, 정신차려 보니 어느새 우리 둘째 제제의 생일이 코앞이더라고요. 작년에 처음으로 와플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한 후,2019/09/24 - [미국 생활기] - 포켓몬 테마의 엄마표 와플이 생일 파티 제제도 프리스쿨 친구가 생겼으니 생일 파티를 해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어요. 제일 친한 친구 세 가정 정도만이라도 초대할까 했으니 이 시국에 초대를 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는 민폐가 될 것 같아 올해는 아쉽지만 그냥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매년 해왔던 것처럼 엄마표 생일 케이크만은 꼭 만들어 주기로 하고요.
백일부터 두살 생일까지는 제가 직접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왔고 작년에만 이사 때문에 시판 케이크로 떼웠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래서 케이크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커서 집 떠날때까지 제가 직접 만들어 주기로 결심 했어요.
허리케인 피난을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야 해서 기억에 남은 우리 제제의 백일 케이크와 100일된 제제
한복 문양의 느낌이 나게 만든 케이크와 돌잡이 용품을 타퍼로 올렸던 제제의 돌 케이크
모아나에 빠져 모아나만 100번을 봤을 제제를 위해 만든 모아나 테마의 2살 생일 케이크
이때부터 엄마에게 주문을 하면 원하는 케이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눈치 깐 제제로부터 케이크 주문 요청이 쇄도했으나 애미 베이커리는 일년에 단 두번만 영업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1년을 기다리라 했지요.
그런데 1년을 기다렸건만..
세살 생일때는 시판 케이크여서 급실망 하는 듯 보였지만 초에 불 붙여 주자 급화색~
그리고 네살 생일때는 올해 초부터 plants vs zombie게임의 피슈터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이 들어왔답니다.
피슈터가 누구냐면요, 저 뒤에 완두콩이예요. 튀어나온 입으로 완두콩알을 퐁퐁퐁 쏴서 좀비를 무찌르는 캐릭터랍니다.
이번 케이크는 피슈터를 3D 타퍼로 만들어서 케이크 위에 올리고 케이크 옆쪽에는 해바라기와 또 다른 캐릭터 하나를 더 만들어서 양쪽에 장식하고, 중간에는 숫자 4를 장식할 계획이였어요.
케이크 시트를 굽고, 프로스팅까지 만들어서 샌딩하고, 모든게 순조롭게 되어가는 듯 했으나 폰던트 반죽을 만들면서 멘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폰던트 반죽에 들어갈 필수 재료인 검 파우더 (tylose powder)가 똑! 떨어진거예요. 이 검 파우더가 얼마나 중요하냐면요, 반죽이 껌처럼 쭉쭉 늘어날 수 있게 해주고, 탄력을 주고, 형태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이 파우더가 없으면 반죽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서 3D 타퍼는 만들수가 없고, 케이크를 덮어 씌워도 반죽이 갈라지거나 찢어져 버려요. 고로 케이크 만들기는 망했다는것!!
생일 파티도 못해주는 이 엄마가 오직 하나 해 줄 수 있는건 이 케이크인데, 포기할 수는 없어서 일단 어떻게든 해 보자 하고 검파우더 없이 반죽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예상대로 케이크 위에서는 대환장 파티가 일어났습니다. 케이크를 덮어씌운 반죽이 뚝뚝 찢어지고 갈라지고..
하아~ 진짜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 백만스무번 들었지만 '제제는 케이크의 퀄리티 보다는 엄마가 피슈터 케이크를 만들었다' 는 것만 볼테니까 괜찮아~ 위로하며 너덜 너덜 누더기 같은 케이크를 계속해서 만들었어요. 검파우더가 없으니 애초에 생각해 뒀던 디자인으로 케이크 만들기는 불가능했고요, 3D 피슈터 대신에 2D로 케이크 옆을 장식했고, 해바라기도 다른 한쪽을 장식해줬어요. 타퍼가 없는 대신에 케이크 위에는 제제의 이름과 숫자를 넣고 어떻게든 완성은 했어요.
다시 봐도 속상함이 밀려오는 망작 피슈터 케이크, 잎사귀도 좀 더 현실감 있게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검파우더 없으니 형태가 잡히지 않아서 그냥 평면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어요.
피슈터의 테마와 어울리게 풍선도 띄웠고요. 사실 생일 준비를 좀 더 미리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번 생일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라는 마음이였다가 그래도 신나게 생일 분위기는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아서 생일 전날 급하게 풍선 사고, 테이블 커버 사고 그렇게 준비했거든요. 그래서 검파우더가 떨어진 것도 미리 확인 못했고요. 3살 생일에 이어, 4살 생일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미안해 아들 ~ ㅠ.ㅠ
그래도 우리 제제는 피슈터 케이크가 망작이거나 말거나 그냥 피슈터 케이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했어요.
촛불 "후~" 하고 끌 때 우리 와플이도 같이 끄고 싶었는지 입모양으로 "후~" 하는걸 나중에 비디오 보고 알았는데... 오늘은 동생 생일이고 동생이 주인공이니까 자기는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듯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사랑스럽더라고요.
아가아가한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점점 어린이가 되어가는 4살 제제
엄마 아빠 형아로 부터 축하 듬뿍 받았으니 우리 제제도 행복한 생일로 기억되었기를 바래 봅니다.
엄마 아빠 형아로 부터 받은 4살 생일 축하 카드~
내 케이크니까 내가 다 먹어버릴테닷~
커버링은 망했지만 케이크는 망하지 않았기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엄마 아빠로 부터의 생일 선물 역시 plants vs zombie 장난감
전날 밤에 아빠가 직접 그려서 올려 놓은 생일 축하 보드 ㅋㅋㅋ 아빠도 망작을 내 놓음;;;;
나중에 와플이가 자기가 먹을 조각 케이크를 받아 들고서는 초를 켜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때도 "후" 하고 초 끄기를 하고 싶어했다는걸 몰랐어요. (나중에 비디오 보니 자기도 하고 싶었는데 제제가 할 수 있도록 참은거 보고 진짜 너무 기특해서 뽀뽀 열번 해 줬어요)
사진도 찍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즐거운 제제의 생일 파티 1부가 끝나고, 2부는 엄마 아빠가 준비한 또 다른 생일 선물 개시~
surf & slide 인데 코로나로 수영장도 문닫고, 워터파크도 갈 수 없으니 뒷마당에서라도 실컷 놀라고 준비한 뒷마당 워터파크용 물썰매 놀이죠.
역시 엄마의 선택은 탁월했어요!!! 이렇게 좋아할 줄 누가 알았겠... 이 애미가 그럴줄 알고 준비했지요.
친구들 없는 생일 파티라 너무 쓸쓸할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신나게 잘 놀아줬어요. 무엇보다 이 애미도 타봤는데 잼나더라고요?
오랫만에 물에 흠뻑 젖으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어요. 같이 놀아주니 애들도 더 좋아했고요.
우리 제제 이만하면 남부럽지 않은 생일 보낸거 아닌가요?
제제 보다 더 신난건 와플이네요. ㅎㅎㅎ
덕분에 저는 또 그늘에 앉아 커피 한사발의 여유를 즐기며 허세 사진 한장 남겼지요~
오늘 처음으로 우리 와플이와 제제의 동영상을 공개해 봅니다. 늘 사진으로만 봐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던 와플이와 제제~
영상으로 보세요~ (앱으로 대충 편집한거라 영상 퀄리티 말고 그냥 우리 제제와 와플이의 즐거운 모습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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