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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 캠핑 여행 - 1

by 스마일 엘리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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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족의 첫 캠핑 여행 겸 연습 캠핑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으로 본격적인 캠핑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6박 7일간의 여행이었지만 편도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가는 길에 1박, 돌아오는 길에 1박은 도중에 호텔에서 했기에 실제 캠핑은 4박 뿐이였어요. 4박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6박 정도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직 제제가 어려서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이 너무 길어지면 여행의 즐거움 보다 고생한 기억으로 남을수도 있기에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냈습니다. 대신 와플이가 중학생 정도 되고, 제제가 초등 고학년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더 오자고 약속했어요. 

거의 이틀을 운전해서 (아이들이 있으니 도중에 쉬기도 하다 보니 ) 늦은 오후나 되서야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국립 공원안에 볼거리가 워낙 많아서 캠프 사이트도 공원 내에 예약하는 것이 이동하기에 편한데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예약 취소분을 기다렸다 예약하느라 결국 2박은 그랜트 빌리지 캠프 사이트, 2박은 매디슨 캠프 사이트에 따로 따로 예약을 하게 됐어요. 

*옐로우 스톤 캠프 사이트 중 접근성과 편의성이 가장 좋은 곳은 캐년 빌리지이고요, 그 다음으로 좋은 곳은 그랜트 빌리지 입니다. 각종 편의 시설과 샤워 시설이 다 있지만 매디슨 빌리지는 샤워 시설이 없어서 샤워를 할려면 캐년 빌리지나 그랜트 빌리지 또는 올드 페이쓰풀 쪽으로 가야 했어요. 

 

​해지기 전에 빨리 텐트를 세우고,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착 하자 마자 각자 맡은 역할을 분주하게 시작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텐트를 세우는 동안 저는 에어 매트리스에 바람을 넣고, 저녁 식사 거리를 챙깁니다. 

​캠핑 예행 연습을 한번 해 본 탓에 두번째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음식 준비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식재료는 미리 다 손질을 하거나 준비를 해서 캠핑에서는 그냥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편하더라고요. 첫날은 닭꼬치 구이로 간단히 구워서 먹고, 일찍 잠들었습니다. 그래야 다음날 부터 빡세게 일정을 소화 할 수 있으니까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옐로우스톤이 밤에는 춥다는 얘기에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인지, 아님 우리 아기들을 꼬옥 껴안고 자서인지 하나도 안 춥게 자~알 잤어요. 우리 제제도 아빠 품에서 따뜻하게 잘 잔 것 같죠? 

오늘의 일정은 그랜트 빌리지에서 시계 방향으로 왼쪽 아래를 쭉 돌러 볼 예정인데, 애들 때문에 과연 예정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요. 

그래서 첫 일정은 Old faithful로 정했습니다. 실제로 보기 전에 박물관에서 어떤 원리로 old faithful 간헐천이 분출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요. 

​와플이는 화산 분출 원리나 온천 분출 원리를 이해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지만 제제는 아직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수준이라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려면 5살 이상은 되어야겠더라고요. 게다가 많이 걸어야 해서 체력도 필요하고요. 

​옐로우 스톤의 중요 관광 포인트 중 한 곳인 old faithful 간헐천입니다. 보통 70분 간격으로 분출하는데 분출 높이가 50미터 가량이예요. 실제로 보면 아주 높이 솟구쳐서 근처에 있는 사람이 아주 작게 보여요. 

​고작 한 군데 봤는데,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부터 못 걷겠다며 아빠 다리 잡고 늘어진 아이들... 

​일단 그럼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패스트 푸드점에 갔는데 줄은 길고, 맛은 없고... (old faithful 앞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비추요. 차라리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밥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old faithful 일대를 둘러 보기로 합니다. 이곳에서 제가 꼭 보고 싶었던 곳이 Morning Glory라는 온천인데, 하필이면 이 온천이 트레일 코스의 제일 끝쪽에 있어서 힘들어도 도중에 포기할 수 없는 곳이였죠. 

​트레일 코스를 걷다 보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온천들을 만납니다. 

​각각 이름이 있고, 색깔도 다 달라요. 

​온천수들의 색깔이 제각각 다른 이유는 온천수들의 물 온도가 다 다른데, 그 물 온도에 맞는 미생물들의 색깔에 따라 물 색깔이 달라진대요. 붉은색이 가장 저온이고, 물 색깔이 푸를수록 물 온도가 뜨겁습니다. 사진의 블루스타 스프링은 아주아주 뜨겁겠죠? 

​물 색깔이 너무 예뻐서 손을 담궈 보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온천 주변의 지면 온도도 뜨겁기 때문에 트레일 코스를 벗어나면 안되고, 또 지반의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지반이 부서지거나 할 수도 있어서 안전상의 이유로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붉은색의 온천. 붉은색이니까 비교적 덜 뜨거운 온천이겠죠? 그래도 손 담그면 앗 뜨거! 할 정도예요. 

​힘들어서 못 걷겠다는 녀석들, 그럴줄 알고 카트를 준비해 왔었죠. 그 덕에 와플이 아부지 이두박근 삼두 박근 개깜놀 한듯요.0 

​가는 곳마다 온천들 색깔도 다 다르고, 모양도 다 다르고 너무 신기했어요. 전세계의 70%의 온천이 여기 옐로우 스톤에 다 모여 있다고 하니 여행 동안 본 온천들 다 합하면 아마 전세계 온천의 10%는 보고 온거 아닌가 싶어요. 

애들도 지쳐하고 남편도 카트 끄느라 지쳤는지 " 이 온천이 니가 찾는 그 온천이야?" 하며 엉뚱한 온천을 가르키길래 "아니, 내가 보고 싶은 온천은 정말 정말 beautiful" 해, 이 온천은 그렇게 beautiful 하지 않잖아!" 했더니 남편이 "No, this is beauty pool" 하길래 뭔 소리래?!?! 하면서 팻말을 봤더니 이 온천 이름이 beauty pool 이였어요. ㅎㅎㅎ 너무 적절한 상황에 나타난 이 뷰티 온천 ㅋㅋㅋ 

그러나 이건 모닝 글로리가 아니니까요. 열심히 걷고 걸어 코스의 제일 마지막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모닝 글로리 온천 

온천의 모양이 나팔꽃을 닮았다고 해서 모닝글로리 온천이래요. 

너무너무 예쁘죠? 색깔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앞에 설명 드린것 처럼 물에 사는 미생물의 색깔이 달라서 그런거예요. 온천이 분출하는 정중앙은 아주아주 뜨거워서 푸른색의 미생물이 살고, 온천의 테두리 부분은 물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노란색의 미생물이 살아서 노란색이 된 것이예요. 

얼마나 뜨거운지 감이 안오지만 몇년전에 한 미국인 성인 남자가 사진찍으로 이 온천 옆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져서 사망하게 됐는데 스톰 때문에 수습 작업을 이틀동안 못하고 이틀 뒤에 찾으러 갔더니 그 사이 이미 몸이 다 녹아서 사라지고 없었대요. 

​모닝글로리의 정중앙은 정말 아름다운 아쿠아 블루였는데 관광객들이 분출구안으로 각종 쓰레기를 던져서 그 폐기물들이 분출구를 점점 막아서 물의 온도가 조금씩 내려간대요. 그래서 아름다운 아쿠아블루 색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요. 

​자연의 아름다움에 다섯살짜리도 감동해서 보는데, 왜 나쁜 큰 인간들은 이 아름다움을 그냥 두고 못 보는건지... 

​이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1시간 넘게 걸어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쪼리를 신고 갔던 저는 심각한 발목 부상을 입어서 거의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요. 

​눈에도 담아오고, 가슴에도 담아오고, 사진에도 담아 온 모닝 글로리. 너무너무 예쁜 온천이였어요. 

물이 뜨겁지 않다면 진짜 온천욕 한번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았... ㅎㅎㅎ 온천물에 삶은 계란, 유황에 구운 계란 먹으며... 

​돌아오는 길에 또 터진 올드 페이쓰풀 가이저. 이날 하루에 올드 페이쓰풀 가이저가 분출하는거 세번 봤어요. 오자마자 한번, 밥 먹고 한번, 모닝글로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번! 

고로 오늘 하루는 올드 페이쓰풀에서 시작하고 끝났어요. 원래 계획은 midway geyser와 lower geyser 지역, grand prismatic spring까지 보는 것이였는데 역시나 어린 아이들과의 여행은 계획대로 될리가 없지요. 초등생 고학년 이상 아이들과 여행하거나 아이가 없이 여행하시는 분들이라면 1일 일정에 old faithful, midway geyser, lower geyser grand prismatic spring까지 돌 수 있어요. 


이렇게 한 곳만 알.차.게. 보고 캠프 사이트로 돌아와서 2일째 저녁을 맞이합니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과 스테이크, 과일 샐러드예요. 스테이크와 삼겹살 며칠전부터 꽁꽁 얼려서 쿨러에 얼음 듬뿍 넣고, 아침 저녁으로 새 얼음 보충해주었더니 아직도 얼은 상태로 잘 가져 왔어요. 

​캠핑 장비들 준비해서 큰 컨테이너에 준비 해 놓으니 캠핑 갈 때마다 짐 싸고 풀고 할 필요 없이 쿨러에 음식만 장만해서 가면 되니까 너무 편하고, 캠핑이 훨씬 쉬워 지더라고요 

작년부터 캠핑 가자고 졸라대던 와플이는 올해 소원 성취 실컷 했어요. 

​아빠와 함께 땅에 심 박는것도 도와 주고, 불 피울 때 나무도 날라다 주고, 맡은 역할도 열심히 하면서 캠핑 생활도 잘 즐기고 있고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의 우리 제제는 "에라이, 모르겠다, 먹고 보자!!"며 어디서건 먹방 찍습니다. 

오늘 하루 걸은 거리가 지난 1년간 걸은 거리보다 더 많을텐데 밥도 배 불리 먹었으니 일찍 자 주었으면 좋으련만...

​캠프 파이어 하면서 스모어 먹는 풀코스까지 다 참석 하심요. 

​하긴... 캠프 파이어의 낭만이 바로 이 스모어 만들어 먹기인데 빠지면 섭섭하죠. 

한국인 엄마의 군고구마 소울이 중요하다면 미국인 아빠의 스모어 소울도 중요하니까요. 

​한개 먹으면 10000칼로리 먹은것 처럼 죄책감 드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 아니던가요? 

그래서 이 엄마도 20000칼로리 먹고 제로 칼로리라며 정신 승리로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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