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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눈물로 막을 내린 2018 땡스기빙 여행

by 스마일 엘리 201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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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에 가까운 블로그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블로그에 지친것도 아닌데 블로그 휴식기라니!!!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니까요!!!

여행기의 탈을 쓴 하소연 포스팅 시작할테니 위로 좀요~

 

지난 2년간의 땡스기빙은 집에서 땡스기빙 음식 장만하고, 우리가족끼리 그야말로 푸욱 쉬는 연휴 다운 연휴를 보냈더랬죠. 올해도 특별한 계획없이 보낼 생각이였는데 와플이가 레고 랜드를 가 보고 싶다길래 제제도 이제 뭘 좀 아는 나이가 됐으니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여행 계획을 몇주전부터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떙스기빙 전 주에는 케이크 부탁받은 것이 있어서 케이크 작업도 했지요.

 

 

디즈니의 CARS 테마의 케이크

타퍼인 맥퀸과 메이터는 장난감으로 미리 준비를 해 놨다고 하셔서 큰 부담없이 만들 수 있었어요.

 

 

친구가 생일 파티에 가서 제가 만든 케이크 사진을 찍어 보내 오고, 현장의 분위기와 후기도 알려줘서 아주 기분 좋게 주말을 마무리 하고, 여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땡스기빙이 11월 22일 목요일이였는데 21일 올랜도로 출발해서 22일 레고랜드, 23일 디즈니 스프링스 24일 유니버셜 시티 워크를 둘러보고 올 계획이였어요.

이번에 가서 보고 제제와 와플이가 협조를 잘해준다면 내년에 디즈니 월드도 도전해 볼 생각이였거든요.

 

 

 

 

블러프턴을 출발해서 올랜도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린 너무나 예쁜 곳...

 

 

 

Gilchrist blue springs state park 인데요, 호수의 빛깔이 너무너무 예쁜 곳이였습니다.

캠핑도 할 수 있어서 내년에 따뜻해지면 캠핑하러 다시 가 볼려구요.

 

 

11월말이지만 이곳은 초가을 정도의 날씨라서 그런지 인어 처자 둘이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인어 공.주.는 확실히 아니였던 것이 이 처자 둘이서 물가에 앉아 인어꼬리 수영복을 입더군요.

그러더니 마치 한국 지하철에서 까만 고무 껴입고 하반신 마비 연기를 하며 두 손으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잡상인처럼 그렇게 두 손으로 바닥을 기어 물속으로 들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 모습을 지켜 본 와플이의 동심은 그 순간 파탄나버린거죠.

  

 

 

푸른 빛이 나는 곳만 아주 깊어서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다이빙대도 설치되어 있더라구요. 

 

 

 

 

마음은 나비같이 날아올라 벌처럼 내리꽂듯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형제들이지만 현실은 다섯살, 두살 심신 미약자들. 

 

 

어쩌다 얻어걸린 와플이의 베스트샷을 마지막으로 내년에 꼭 캠핑하러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올랜도로 향합니다.

 

 

3시간 걸려서 Gilchrist blue springs에 갔다가 20분 구경하고, 다시 3시간을 달려야 올랜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집에서 바로 올랜도로 갔더라면 4시간 반이면 도착했을 거리인데 제가 꼭 저 블루 스프링스를 보고 가야겠다고 우겨서 간거라 남편이 이날 하루만 6시간을 넘게 운전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차 밀리는것 없이 앞과 양 옆으로 탁 트인 쭉 뻗은 도로로 씽씽 달리니 신나드만요~

 

올랜도까지 갔으니 또 한국 식당을 찾아 고등어 구이와 해물 볶음밥을 먹고 호텔로 도착, 피곤해서인지 다 같이 금방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조식 먹는데 무조건 아빠 무릎에 앉아 있겠다는 제제

요즘 제제가 아빠 껌딱지라 얼마나 편하게요~

그.러.나. 이것이 후에 재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더랬죠.

 

 

디즈니의 도시 올랜도는 전신주 마저도 미키 마우스. 꺄아악~

올랜도에는 디즈니 월드 뿐만 아니라 유니버셜 스튜디오, 씨월드, 레고랜드까지 각종 테마파크는 다 모여 있어서 도시 자체가 동화의 나라 같았어요.

 

 

레고랜드 도착~

기념 사진 좀 찍자 얘들아~

 

 

늘 실패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애미는 도전해 봅니다만...

 

 

레고랜드 다 둘러보고 탈 것들 좀 탈려면 서둘러서 돌아다녀야 하는데...

갈길이 먼데 입장하자마자 별것도 아닌 듀플로 블럭에 시간을 할애하는 형제들!

 

"얘들아, 저기 더 들어가면 신나는게 더 많대도!!!!"

 

 

역시 뭘 좀 아는 나이의 와플이는 레고로 만들어진 대형 공룡 조형물이 신기한데 두살 제제는 고삐풀린 망아지를 시전하며 이제부터 어디로 미친듯이 뛰어볼까만 궁리중입니다.

 

 

일단은 형아가 가는 곳을 따라가보자~

아주 바람직한 결정에 애미 애비는 잠시 흐뭇했으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순간부터 여기 왜 왔을까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들더군요.

 

 

20분 줄서서 기다린 끝에 첫 놀이기구 타기 성공은 했으나 이미 애미 애비 체력은 벌써 50프로 소진 상태

두살 제제가 20분을 인내하며 기다릴리가 없잖아요 ㅠ.ㅠ

수십번을 줄에서 이탈하여 잡아오기를 여러번~

같이 줄 서 있는 분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인간 바리케이트도 쳐 주시고, 아빠가 안아도 주고 목마도 태워주고 해서 겨우겨우 기다리는 시간을 떼웠거든요.

 

 

그다음부터 줄이 없어 보이는 놀이기구들만 공략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최소 10분이상은 기다려야 해서 놀이기구 하나 탈 때마다 남편과 저는 점점 방전되고 있었습니다.

 

 

놀이공원을 온건지, 애 잡으러 온건지...

 

 

그 와중에 와플이는 제제가 탈 수 없는 놀이기구를 타고 싶다네요.

아빠 없이 저 혼자 감당해야 했던 10분이 10년 같았던 시간.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인고의 시간과도 같은 두살에게는 더 이상 무리임을 판단, 그냥 눈으로 구경이나 하는것들만 보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미니어쳐 월드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보고 싶은것들 맘껏 보게 두고 그냥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니까 훨씬 수월했습니다.

 

 

점심은 1인 1피자로 순조롭게 잘 먹었구요.

 

 

자유 의지 맘껏 뿜뿜하며 뛰어 댕겼으니 배도 고팠을 터 제제도 1인 1피자.

 

 

점심을 먹고나니 마침 수상 공연하는 시간이 되어서 레고맨들의 수상 스키쇼도 구경했습니다.

 

 

다시 미니어처 월드로 돌아와서 레고로 조립한 라스베가스의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

 

 

 

라스베가스의 베네시안 호텔

그러나 레고 장인의 작품에 감탄하며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드디어 사건이 터졌습니다.

 

제제 쫓아다니느라 체력이 바닥난 두 애미 애비는 아이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제제가 벤치 뒤에 있던 펜스를 넘어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미친듯이 막 뛰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와플이는 왜 때문에 자동차 경주 레고 모형의 펜스 안으로 들어간건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그냥 반사적으로 전 제제를 따라 펜스를 넘어 잔디밭으로 들어갔고 와플이 아부지는 와플이를 제지하려 와플이에게로 갔는데 보니까 이 남자가 제 가방을 벤치에 그대로 둔 채로 가버렸더라구요.

물론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제 가방을 챙길 정신이 없었다지만 가방안에 지갑, 자동차 키도 들어있었기에 남편이 와플이를 데리고 벤치로 돌아오는 동안 저는 제 가방을 주시해야만 했죠. 그 사이에 누가 가져가기라도 하면 당장 발이 묶여버리니까!

그런데 갑자기 직원들이 어디선가 뛰쳐나와 저한테 소리를 질러서 보니 제제가 이미 저만치 멀어져서 절 보고 웃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물가 근처였어요. 제가 서 있던 곳에서 물가까지는 150미터 정도로 꽤 먼거리였는데 이 작은 녀석이 정말 순식간에 거기까지 갔더라구요.

아시다시피 미국의 남부는 악어가 워낙 흔해서 물가는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거기에 또 떡하니 악어를 조심하라는 경고 표지판까지!!!

미친듯이 전력질주해서 잡으러 가는데 이노므자슥이 잡으러 오는줄 알고 우사인 볼트 빙의 되서 더 미친듯이 물을 향해 뛰더라구요?

아 진짜~ 직원들 막 무전하면서 양 옆으로 내려오고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결국 제제가 한 발짝만 더 떼면 발이 물에 닿일 정도의 거리에서 제가 제제를 낚아 채듯 잡아 올렸죠.

 

그렇게 해서 이 사태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저나 남편이나 더 이상 즐길 수 있는 기분이 아니였어요.

일단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그런 위험한 상황이 생길뻔 했다는 것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이후부터 웃음이 사라진 애미 애비...

 

 

 

그래도 우리 와플이를 위해 끝까지 다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제제는 되도록이면 계속 안고 다니구요. 그런데 이녀석이 안겨 있지도 않는 녀석이라 양손과 양발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니 그냥 안고 있어도 무거운데 힘겨루기까지 하면서 안고 다녀야 하니 따따블로 힘든 것! ㅠ.ㅠ

그러니 남편은 두통이 오는지 머리가 아프다며 죽을상을 하고 있구요.

 

저도 이미 기분은 망쳤고, 게다가 발에 물집이 다섯군데나 잡혀서 걸을 때 마다 그 통증을 느끼며 걷고 있었고, 또 가방에는 제제 기저귀 가방, 물, 간식, 추울까봐 준비한 세 남자의 겉옷까지 들어있어 무겁긴 마찬가지였는데 저마저 힘들다고 징징대면 정말 즐겁자고 온 여행이 악몽같은 여행이 되어 버릴까봐 꾹 꾹 누르며 참았더랬습니다.   

 

 

 

 

 

마지막 코스였던 닌자고

인내하고 인내하며 이것만 지나면 끝이다! 라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애미 애비는 지옥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지만 네가 즐겁다면야!!!

 

 

퇴장 시간이 다되어서 그랬는지 다행히 대기시간도 10분 정도로 짧아서 마지막에 어트랙션 하나 더 탔습니다.

이 어트랙션 덕분에 분위기 약간 회복 되었죠.

 

 

 

살짝 기분 풀리고 나니 눈에 보이는 레고로 만든 닌자고!

멋지다잉~

 

 

그러나 불 밝힌 멋진 레고트리 앞에서 가족 사진 한장 찍을 기운 조차도 없어서 그냥 못 본척 지나왔어요.

마음은 빨리 저녁이나 먹고 자자~ 이것 뿐!

그나마 남편이 마지막까지 힘을 냈던 건 땡스기빙 디너로 "규카쿠" 라는 일본식 바베큐인 야끼니꾸를 먹기로 했기 때문이였거든요.

그래서 약 1시간을 달려 규카쿠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어떤 커플이 자기네 차가 방전 되었으니 케이블이 있으면 점프를 해 달라고 (한국어로는 뭐라고 해야 하는지?) 해서 남편이 다시 차를 점프하기 좋은 위치로 주차하고 그 커플의 차에 밧데리를 연결해서 시동을 켜게 해 준 후 규카쿠에 들어갔더니 럴수 럴수 이럴수!!!

하필이면 그 날은 또 사전 예약한 손님만 받는다지 뭐예요?

 

남편은 그때부터 완전 기분 상해서 hangry (hungry+angry) 모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저녁시간도 훌쩍 지나고 있었고, 주변의 식당들은 땡스기빙 연휴라 대부분 문 닫아서 갈 수 있는 곳도 별로 없었고, 그나마 오픈되어 있다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더니 거기도 문 닫았더라구요?

 

하아~ 그냥 맥도날드나 가서 대충 햄버거로 떼우고 빨리 가서 잠이나 자자!!! 이젠 둘다 그 생각 뿐, 맥도날드로 가던 중 눈에 띈 골든 코랄( golden corral)

 

미국의 체인 부페 식당인데 땡스기빙이라 명절 음식들도 특별 메뉴로 준비되어 있어서 오히려 땡스기빙 디너를 맛볼 수 있었으니 이날의 불행들 중 다행이였던 하나였지요.

다만 거기서도 40분 정도 기다려야했고, 식사를 하려고 앉았을때는 이미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였다는거?

피곤이 극에 달해서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그냥 영혼없이 입에 대충 밀어 넣고 있는 느낌이였어요.

 

즐겁게 시작한 하루였는데 그 끝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개고생을 내 돈 써가며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그리고 이튿날, 남편을 한 맺히게 한 규카쿠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전날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이불 뒤집어쓰고 바로 잤던 남편은 숙면으로 피곤함을 떨쳐내고, 그렇게나 기대했던 규카쿠에서 고기를 먹어서인지 컨디션을 바로 회복하더군요.

 

 

녹인 초콜렛과 마쉬멜로 불에 구워서 그래햄 쿠키 사이에 끼워 먹는 스모어로 더더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어제의 그 고생이 너무나도 악몽 같아서 두번째날 나갈까 말까 고민하길 수십번!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계획대로 디즈니 스프링스를 가보자~ 하고 큰맘 먹고 나섰죠.

 

 

디즈니 월드 사인에 이미 마음은 설레고~

그러나 전날 제제의 비협조로 인해 내년을 기약했던 디즈니 월드는??

지나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제 마음을 더 설레게 하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겨울이라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

그냥 이 분위기 자체가 들뜨게 만들어서 이때까진 너무 좋았죠.

 

 

디즈니 스프링스는 디즈니 월드의 쇼핑가인데 입장료가 필요없어서 디즈니의 분위기를 느끼고 쇼핑과 식사만 할 목적으로 구경하면 좋은 곳이예요.

 

 

이 쇼핑가에서 식사하고, 구경하고 쇼핑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갈 정도로 굉장히 넓어요.

그말은 즉... 오늘도 평탄치는 않으리라는 느낌적인 느낌...

 

 

디즈니 스토어에서 아직까지는 귀여움 뿜뿜 하고 있는 중인 제제씨.

 

 

블러프턴 시골 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는 호기심이 터져서 뭐든 다 봐야 하고 뭐든 다 해봐야 합니다.

 

 

이 정도라면 따라다니면서 할만하다 했습니다.

 

 

레고 스토어에서도 얌전히 레고하며 놀기도 하고 친구들이 조립해 놓고 간 레고 다 다시 분해해서 통에 담아 정리도 하구요.

 

그러다 또 터진건 남편이 화장실을 가면서부터였습니다.

항문에서 꿈틀대는 용을 승천시켜 주기 위해 잠시 화장실을 간 남편을 따라가겠다고 제제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달래느라 안아서 토닥이는데 이 녀석이 정말 '동네 사람들아~ 나 죽네!!' 하는 모션으로 울더라구요.

몸을 활처럼 뒤로 휘어가며 두손으로 저를 밀어내면서 막 우는데 아우 진짜!!!! 안고 있는것도 힘들어 죽을판인데 이렇게 죽자살자 힘써가며 울어대니 주변 사람들 보기도 민망스럽고...

아씨, 그놈의 용은 용대가리를 한 공룡이여 뭐여, 10분이 지나도 안나오고 있으니 밖에서 애랑 씨름하며 기다리는 저는 천년을 기다리는 기분이더군요.

거기다 제제는 내려달라고 하는데 (몇번 내려주었더니 남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갈려고 함) 힘으로 제압하며 내려주지 않으니 악에 받힌 듯 소리를 지르며 울자 마침내 근처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저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절래절래~

 

그 순간 진짜 이 아이와 함께 땅으로 확 꺼져버리고 싶은 마음

정말 순간이동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마음

눈물이 울컥 울컥 차올라왔지만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지금껏 제제가 이런 땡깡을 한번도 보여 준적이 없었던터라 저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머릿속이 하얘졌고 당장 혼자서 돌아갈 수도 없어서 더 난감했거든요.

아마 그 자리에 택시가 있었다면 택시타고 바로 차로 돌아왔을거예요.

 

그렇게 저도 저의 한계를 느끼며 눈물을 삼키고 있을 때 남편이 나왔고, 바로 제제를 넘겨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남편이 자기가 제제를 볼테니 더 보지 않겠냐고 했지만 더 이상 그럴 기분도 아니였고, 더 보러 갔다간 돌아가는 길이 천리만리 더 길게 느껴질거 같아서 됐다고 했어요.

이미 거기서부터 돌아가는길도 충분히 멀었으니까.

 

한참을 걸어서 나오다가 힘들어서 도중에 벤치에 앉았는데 남편이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어제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야"

 

그 말을 들으니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뒤엉키면서 눈물이 줄줄줄 나오더라구요.

 

첫째는 회사일과 여러가지 상황으로 스트레스 받는 남편이 이번 여행으로 머리를 좀 식힐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더 스트레스 받고 체력적으로도 더 진빠지고 지치는 여행이 되었던 것

둘째는 나도 어제 오늘 이틀동안 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티내지 않을려고 발에 물집 다섯개 잡힌것도 꾹꾹 참아가며 똑바로 걸을려고 애썼고, 아프다 소리 한번 안했고 남편이 힘들까봐 눈치껏 제제도 안아주고, 가방 무거워 죽겠는대도 무겁다 소리 안하고 다 참았는데 결국은 나도 참지 못하고 이렇게 터져 버린게 속상한 마음

셋째는 제제가 왜 갑자기 이렇게 아빠 껌딱지가 되어서 화장실 간 사이도 못 기다리고 악을 쓰며 울게 된건가, 또 왜 이렇게 고집쟁이가 되어 버린건가 하는 의문

넷쨰는 이렇게 어린 아이와 하는 여행이 쉽지 않다는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잘 해낼 수 있겠지, 이번엔 다르겠지 기대하며 여행 계획을 짠 무모했던 내 자신...

 

뭐 이런 생각들로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밥이라도 먹고 가자는 남편말에 제제 달래가며 밥 먹을 에너지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호텔에 돌아가서 이불 뒤집어 쓰고 쉬고 싶은 마음 말고는 없었기에 무조건 호텔! 만 답하며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엄마가 기분이 안좋으니 엄마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자" 라며 (말했지만 속으론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려웠던것? ㅋㅋ)  아이들 수영복으로 갈아 입히고 호텔 수영장으로 사라진 세 남자...

 

그런데 또 혼자 남겨져 있으니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고 그 새 보고 싶어져서 결국 저도 수영장으로 내려왔어요.

 

 

물 속에서 세상 행복하게 노는 제제~

 

 

 

놀이공원 따위 이제 꿈도 안 꿀려구요.

제제가 다섯살 되기 전까지는 그냥 이렇게 수영장에서 노는게 애미 애비에게도, 그리고 제제에게도 좋은 일이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이틀간의 개고생으로 3일째 일정이였던 유니버셜 시티워크는 미련 1도 없이 스킵하고 한인 마트에서 한국 식료품 장만 보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여행이 끝나고 저는 체력 소진, 의욕 상실로 블로그를 할 수도 없었어요.

그때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 빨리는 느낌이라서요.

 

3주가 되어가니 이제야 좀 회복되는 듯 합니다.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신병 훈련소 입대했다가 만신창이로 의가사 제대한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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