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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모제스 레이크 (Moses Lake) 적응기

by 스마일 엘리 201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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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프턴을 시골이라며 절규하던 저에게 신은 

"진정한 시골을 보여주마~" 

라는듯 그렇게 저를 모제스 레이크로 인도하셨습죠.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행복한 우리 와플이와 제제와는 달리...

제가 살아야 할 곳은... 이런 모래 사막과, 끝없이, 거짓말 1도 없이 정말로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와 밭으로 둘러 쌓인 시골 소도시더라구요. 


그나마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내에는 조경이 되어 있어서 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사막 아니면 황무지, 밭인거죠. 

그래서 이런 ATV 자동차 경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네요? 

그리고 이 사막 뒤 황무지에서 부활절 계란 줍기 행사인 이스터 에그 헌트를 한다네요? 

그래서 가봤드랬죠. 

블러프턴의 동네에서 하던 에그헌팅과는 이미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여기는 3살까지 유아들이 계란을 줍는 장소이고요

와플이는 말 그대로 에그 헌.팅.을 해야 했어요. 

블러프턴에서 하던 "시작"과 동시에 3분만에 끝나는 그런 에그 헌팅이 아니였어요. 

한 30분을 저도 같이 열심히 뛰어 다니며 계란을 주웠거든요. 

아, 이게 진정한 에그 헌팅이지... 하며 갑자기 모제스 레이크에 마음 한켠을 내어주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부끄~ 

비용 부담은 누가 하는 것인지 궁금해 질 정도로 서프라이즈 에그 뿐만 아니라 각종 장난감등 선물도 가득했어요. 

너무 마음 주면 안돼!! 너무 일러~ 

이 작은 시골 도시에 갇혀 버린것만 같아서 답답했던 제 마음이 이스터 에그 헌팅 행사 하나로 열릴 각!

2019년 이스터 버니 기념 사진도 찍고요. 

제제는 작년에 이스터 버니를 무서워 해서 아빠 품에 안겨 찍었는데 남편 말로는 이스터 버니를 보더니 직접 가서 같이 사진 찍자며 대쉬를 했대요. 



2019년 와플이의 이스터 버니 기념 사진


그리고 집에 와서 서프라이즈 에그를 열어봤더니 아니 글쎄 현금이 들어 있지 뭐예요?!?!?! 

블러프턴에서의 서프라이즈 에그에는 스티커 따위가 들어있었는데, 사탕도 아닌, 초콜렛도 아닌 현금이라뉘!!!!! 

모제스 레이크 너를 향한 내 마음 오늘부로 잠금 해제야!!!! 

에그헌팅으로 현금도 줍줍 했지만, 이스터 버니가 다녀 갈거라고 믿는 아이들의 동심은 지켜줘야 하니까 급하게 분위기를 내고자 만든 이스터 버니 바구니. 


모제스 레이크에 마음을 주고 말았으니 본격적으로 동네 탐방에 들어갑니다.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 

일본 항공이 기증한 놀이터가 있네요!!! 

맛집 탐방도 시작했는데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몇군데 다닌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 발견! 

Michael's market&Bistro

브런치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 이곳은 이제 저희 가족의 최애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주말 아점 식사는 대부분 여기서 해결하게 됐어요. 

와플이도 분위기라는 것을 즐기는 나이가 된 것인지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제제는 이 스트로베리 레몬에이드에 꽂혔고요. 

식사가 끝난 후, 이스터 버니가 선물로 준 연을 날리러 동네 공원(Blue Heron Park) 에 왔습니다. 

블러프턴과는 다른 분위기의 나무들. 이때만 해도 스패니쉬 모스가 늘어진 블러프턴의 오크트리가 너무 그리웠었어요. 

아빠와 함께 연을 띄우고 날리는 법을 배우는 와플이

향수병 앓는 이 애미와는 다르게 이곳 생활을 너무나 즐기고 있는 우리 아기들...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이니까...

우리 아기들이 즐거워 하고 좋아하니까 저도 점점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모제스 레이크는 정말 할 것이 너~무 없는 곳이라 가끔은 도시로 나와 줘야 합니다. 

그래서 시애틀로 2박 3일 짧은 도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애미야~ 아직 멀었느냐??? 졸려 죽겠다.JPG

그간 이 두녀석 때문에 쇼핑을 늘 쫓기듯 초조한 마음으로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요? 

저 2인용 자동차 카트에 태웠더니 제제가 글쎄 잠이 들었지 뭐예요? 

몇년만에 평화로운 쇼핑을 했네요. 그 와중에도 깨기 전에 모든것을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쫓기듯 쇼핑한건 마찬가지였지만요. 

쇼핑을 마쳤으니 시애틀 시내 나온김에 한국 식당에서 한식도 실컷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아쉬워 다음날 또 다른 한식당에서 한식 먹방! 



즐거운 읍내 나들이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남편의 드림 하우스가 나타났습니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집 한채!! 

이것이 남편의 드림 하우스거든요. 

나 죽고 나거든 드림 하우스 가서 살으라 했네요. 

아파트 뒷쪽에 Japanese peace garden 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어서 아이들과 산책삼아 가봤더니 헐~ 진짜 일본 공원처럼 꾸며져 있더군요. 


심지어 가레산스이 정원까지... 


게다가 사슴도 두마리 운 좋게 봤네요. 

사실 사슴이야 미국에선 흔해서 사슴 봤다고 놀랄 일은 아닌데, 모제스 레이크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서 야생 동물이 거의 없거든요. 

블러프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로드킬 당한 야생 동물들이 길가에 늘어져 있는데, 모제스 레이크에 온 이후로 야생동물을 본 적이 없어서 사슴을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동네 교회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하는 키즈 플레이 타임에도 참석하고요. 

갔더니 잠시 일본 다녀 온 느낌

미국인 두명에 나머지는 다 일본 엄마들...

여기서 느낀건 아무리 미국땅이라도 머릿수에서 밀리면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 

미국땅의 미국 교회인데, 일본인들이 너무 많으니 두명의 미국인들은 쭈구리 되서 구석 모퉁이에서 나오질 않더라구요. ㅎㅎㅎ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였어요. 

갈때마다 기분 좋은 모제스 레이크의 Michael's market & bistro


시골 마을이긴 하지만 놀이터도 많고, 공원도 많아서 아이들한테는 너무 좋은 환경이라 와플이와 제제는 광속으로 이곳에 적응 완료 했어요. 

이 애미의 포기할 수 없는 쌍둥이룩 ㅋㅋㅋ 

쌍둥이룩을 하니 좋은점이 둘이 한눈에 들어와서 사람 많은 곳에서도 금방 눈에 띄고, 옷 살 때 한번만 고민하면 되고, 와플이가 입던 옷 물려 입혀도 물려 받은 옷인지 제제는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 ㅎㅎ

단점이라면 제제는 같은 옷을 3~4년을 입게 된다는 것! 

모제스 레이크에 한달 정도 살았더니 조용한 시골 마을에 이게 왠일인가요? 

놀이기구가 등장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빈 잔디밭이였는데 하루사이에 갑자기 온갖 놀이기구가 생겨 버렸어요. 

알고보니 모제스 레이크의 연례 행사인 Moses lake festival이래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야~ 각종 뽑기들도 등장하고요. 

유원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꽤 큰 규모의 놀이기구들이 가득했어요. 

이 동네 볼수록 매력있네...

롤러코스터도 있고, 재밌어 보이는것들이 꽤 있었지만 와플이 제제와 함께 온 가족이 탈만한건 관람차 뿐이라 타 보기로 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아기자기 귀엽죠잉? 

유원지 나들이에는 또 솜사탕이 빠질 수 없기에 솜사탕도 삽니다. 

모제스 레이크 두번째 맛집 (순전히 제 기준으로 만든 저의 랭킹입니다) 

Rock top Burgers & brew

수제 햄버거와 생맥주를 파는 곳인데 이곳의 명물이 얼굴보다 더 큰 특대형 프레첼빵 이랍니다. 

갓구워져 나온 빵이 짭쪼롬~ 


우리 제제의 오리입술 뽀뽀~ 

이 녀석은 신생아 시절부터 늘 튕기기만 하고, 필요할 때만 저를 이용해 먹고, 사랑은 아빠한테 주더니, 언제부턴가 이 오리입술 뽀뽀를 저에게 주기 시작했어요. 

아놔~ 모든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저 오리입술. 

전 여자들이 나쁜 남자한테 더 끌린다는 말 이해 못했는데 우리 제제를 키우면서 이해하게 됐어요. 

와플이와 비교하면 안되지만... 비교를 하자면 제제는 나쁜 남자가 틀림 없거든요. 

고집 있고, 성깔 있고, 버럭 버럭 하는데다가 저를 너무 너무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데 그 순간들을 언제 그랬냐는듯 금방 만회하고, 사랑하게 만들어요. 

여자에겐 분명 나쁜 남자 맞는데, 이상하게 미워할 수가 없고 자꾸 빠져들어요. 왜 때문인거죠? 


이곳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한 정도의 상권 밖에 없어서 보통 주말은 서쪽방면 Wenatchee 동쪽방면 Spokane, 남쪽 방면 Tri Cities라는 곳으로 쇼핑을 나가는데 쇼핑을 가지 않는 주말이면 브런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공원을 가거나 놀이터를 가는게 일상이 됐어요. 

이날도 모제스 레이크에서 보내기로 하고 블루 헤론 공원에 왔는데 마침 아이들 귀에 포착 된 아이스크림 트럭 음악 소리... 

제 귀에는 안들립디다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트럭의 음악 소리 만큼은 소머즈 귀의 능력치를 뛰어 넘을 만큼 잘 듣더라고요. 신기한 일일세~ 

그리하여 아이스크림 트럭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트럭을 불러 세워 또 아이스크림 한 막대기 했지요. 

모제스 레이크 이사 온 후 첫 치과 검진

페이스북 동네 엄마들 그룹에 가입해서 미친 검색력을 발휘하여 온갖 후기를 다 읽고 모제스 레이크에서 가장 인기 좋다는 소아 치과 예약 성공~ 

제제는 처음으로 치아 엑스레이까지 찍었는데 너무 협조적이였어요. 

집에서만 나쁜 남자이고, 밖에 나가면 세상 점잖은 신사가 따로 없어요. 

목요일은 언제나처럼 동네 교회의 키즈 플레이 타임

30분 놀고, 30분은 크래프트와 스토리 타임, 마지막 30분은 간식 타임

간식 먹고 솟아나는 에너지로 농구하기! 

이사온지 한달만에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일본인 친구들과 플레이 데잇도 하고요. 

모제스 레이크 온 이후로 잃어가던 일본어 능력 급 회복하고 있습니다. 

와플이와 제제도 일본인 친구들과 놀더니 하라는 한국어는 안하고 갑자기 "아리가또!" 를 연발하는 원치않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ㅠ.ㅠ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동네 교회에서는 여름 성경 학교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여름 성경 학교에 데뷔한 와플이, 올해도 보내봤습니다. 

심지어 아침과 저녁 두군데를요. 

피곤해서 가기 싫다고 할만도 한데, 성경 학교 가자고 하면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서 준비하더라고요. 


제제는 나이가 안되서 못 갔지만 형아가 집에 없는 동안 형아 장난감 독차지 하고 노니 내심 조용한 그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와플이와 베프 먹은 와플이 친구 이찌야

제제는 이찌야가 자기 베프라고 우기지만요. 

대부분의 주말에는 늘 동서남 옆 도시로 나가는데, 이 날은 동쪽의 옆도시 Spokane 에 에어쇼가 열린대서 다녀 왔어요. 

에어쇼 보다 빙수! 


비행기도 구경하고, 애들이 환장하는 폴리스카도 구경하고, 헬리콥터도 타보고, 아이들은 즐거웠지만 애미 애비는 고생쇼였던 에어쇼 나들이. 


그간 이사왔다는 소식만 올리고, 근황 포스팅은 미룬 채, 싱크대 상판 이야기, 집 팔기 등으로 포스팅을 했더니 몇개월간 근황 포스팅이 이렇게나 길어졌네요.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저한테 

"너는 알래스카 가서는 냉장고 팔고, 사막가서는 난로 팔 뇬이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인것 같아요. 

블러프턴에서 이제 겨우 적응해서 가족 같은 우리 클럽 에이도 있고, 동네 적응도 했고, 살만한데 모제스 레이크 깡시골 가서 외롭게 친구도 없이 어떻게 적응하며 사냐고 걱정했건만 몇달만에 매일 매일 바쁘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거 보니 저의 적응 능력은 정말 미쳤거나, 오졌거나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인가봐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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