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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보험 없이 다녀 온 미국 소아과 병원비

by 스마일 엘리 2019.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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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사 준비와 집팔기 준비를 하면서 싱크대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악재(?)가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또 보험 없이 미국 병원을 다녀온 이야기 되겠습니다. 


남편의 이직이 결정되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약 3주 정도의 무직자(?) = 무보험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집 파는 준비로 집 수리와 페인트칠, 이사 준비등등으로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기였기에 남편의 무직자 시기는 환영할 만했지만 무보험자 신세는 사실 불안했어요. 보험 없는 미국의 의료비는 그야말로 가정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사악하니까요. 그랬기에 남편이 백수가 된 제 1일째날 저에게 "우리 이제 보험이 없으니까 3주동안은 절대로 아프면 안되는거야!"라며 다짐을 받아내려 하더군요. 

그런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부정 탄거죠.  

보험도 없는데 둘째 제제가 열이 나는겁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아기가 열 나는 정도로 병원에 데려가지는 않거든요. 열나서 데리고 가봐야 세균성 염증 (중이염, 인두염, 폐렴 같은)이 아니면 약도 안주고, 타이레놀 사다 먹이고 물 많이 먹이라는 말만 듣고 그냥 와야 하거든요. 미국 살면서 애들 병원 데리고 가서 약 받아 온 적은 두 세번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빈손으로 온 날이 더 많아 왠만한 감기와 열 정도는 집에서 해결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해열제를 먹이면서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는데 이틀이 지나도 열이 잡히지가 않는겁니다. 타이레놀과 모트린으로 교차 복용을 하면 열이 잡히기는 했지만 열이 내린게 38도 정도이고, 해열제의 약기운이 떨어지면 40도를 넘는 고열이라서 날이 밝으면 소아과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보험이 없는 상태라 병원비가 걱정되어 왠만하면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는데 3일째까지도 열이 안 떨어지는건 단순한 열감기는 아닐 것 같아서 제제가 다니던 소아과를 방문했습니다. 

의사가 이것저것 문진을 하더니 폐 소리도 정상이고, 축농증도 없고, 중이염도 없고, 플루가 유행이라 플루일 가능성도 있지만 기침을 전혀 하지 않고 설사 플루라고 하더라도 이미 타미플루를 처방하기에는 늦어서 어차피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보험 없는 상태에서 플루검사까지 하면 비용만 더 들기에 안하니만 못하다고 하더군요. 플루 이외에 의심되는 증상은 패혈성 인두염이니 그것만 검사를 하자고 해서 패혈성 인두염 검사만 하고 결국은 패혈성 인두염도 아니라며 물 많이 마시게 하고, 타이레놀 먹이면서 한 이틀 정도 열이 내리길 기다려 보자고 해서 그렇게 빈손으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진료비 결제 창구에서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보니!!!! 



뚜둥~ 180불!!!! 한화로 약 20만원 정도


아~ 미국에서 보험 없으면 소아과 진료 한번에 20만원돈이 훅~ 하고 사라지는구나... 게다가 약도 안받고 빈손으로 집에 가는데... 그나마 플루 검사를 안 했으니 이 가격이지, 플루 검사까지 했다면 얼마가 나왔을지... 어차피 플루였어도 타미플루를 처방 하기에는 늦어서 처방 받을 수 있는 약도 없이 그냥 낫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했으니 보험 없는 사정을 봐서 무리하게 검사 권유를 안 한 의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였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그날밤에도 역시나 40도를 왔다 갔다하는 아이를 보니 보험이 있고 없고간에 이게 플루인지 뭔지 확실히 원인을 알아야 마음이 놓이겠더라구요. 차라리 원인이 플루라면 그냥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고, 플루가 아니라면 고열의 원인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음날 다시 병원을 갔습니다. 대신 원래 다니던 소아과가 아닌 얼전케어 (urgent care)로 갔지요. 미국의 얼전케어는 위급한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당장 의사를 봐야할 때 예약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고, 단순 진료는 일반 소아과 보다 좀 더 저렴해서 동네 페이스북에서 인지도가 있는 얼전케어를 찾아 갔습니다. 

이미 의사 선생님께 전날 소아과 진료를 받은 내용을 말씀 드리고, 스트렙 (패혈성 인두염) 검사 결과도 다 말씀 드렸더니 플루일 것 같다고 플루 검사를 해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역시나 결과는 플루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열이 4일째라 타미플루 처방 시기를 놓쳐서 약 처방은 해 줄 수 없고, 기다리면 낫는다고 물과 막대 아이스크림이나 열심히 먹이라는 처방을 해 주시더군요. ㅎㅎㅎ 

미국은 의사 선생님이 약은 안주시고 물과 막대 아이스크림을 처방해 주시는군요. 스윗~ 

심지어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막대 아이스크림을 내어주심요

                   집 같지도 않은 집에 살면서 아프기까지 했더니 꼬질꼬질력 폭발.JPG


그래서 진료실에서 제제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독감약으로 처방받아 현장에서 직접 복용했습니다. 와플이는 덤으로 하나 얻어 먹고요. 


일단 고열의 원인을 알았으니 속은 후련해졌고, 막대 아이스크림도 처방 받았으니 이번 병원비는 또 얼마가 나올려나?!?! 


뚜둥~ 



100불 나왔습니다. 


고열로 병원 두번 다녀오고 이틀만에 30만원 가량이 순간 삭제됨요. 보험이 있었다면 한번 진료비로 자기 부담금인 30불씩만 내면 되는것이였는데... 

그래도 큰 병 아니라서 다행이였고, 보험 없는 3주 동안 사고나 다치는 일 없어서 다행인것으로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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