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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국제커플, 말만 통하면 문제 없을줄 알았더니 ㅠ.ㅠ

by 스마일 엘리 201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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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면서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말을 남편으로부터 듣게 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남편이 항상 옷을 뱀 허물 벗듯, 몸만 쏙 빠져 나오고, 옷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면서 시작되었지요.
퇴근해서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 옷과 양말을 벗어 놓고, 속옷은 욕실앞에 벗어 놓고, 다음날 출근전에 밤새 입었던 옷은 침실에 벗어 놓아서 저의 하루 일과는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남편의 옷을 세탁 바구니에 넣는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것이 매일 매일 반복되다 보니 저도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냥 세탁실 앞에서 옷을 벗고, 세탁 바구니에 담아 주면 좋을텐데 이것이 뭐가 그리 힘든일이라고 못하나 싶어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현관문앞에서 옷을 벗으려는 남편에게

자기야, 벗은 옷은 세탁 바구니에 담아!!!

그러면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그 옷을 세탁 바구니에 담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또 벗은 그대로 그 자리에 방치해 두더군요.
매번 옷을 벗을 때마다 제가 세탁바구니에 옷을 담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하루 이틀,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어느날 폭발했답니다.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아무데나 옷을 벗어 놓는 남편의 버릇을 잘못 길들여 놓은 것은 시어머니의 탓인것도 같아 시어머니도 함께 원망했죠.
어쨌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 남편에게 울면서 얘기했죠.

매일매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기 옷을 줍는것도 지쳐, 벗은 옷을 세탁 바구니에 담는게 그렇게 힘든일이야??

그랬더니 남편은 오히려 자기가 더 당황스럽다는 듯

옷 줍는게 그렇게 힘든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였어???

아~ 진짜!!! 엉덩이를 한대 걷어차고 싶더라구요. ㅡ.ㅡ;;
그러나 그 다음의 남편의 말은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사실 스트레스 받는게 있었어, 자기는 왜 말할 때 항상 나한테 명령하듯 말하는거야? 그렇게 명령하듯 말하니까 더 하기 싫어!

내가 언제 명령하듯 얘기했어? 난 그냥 세탁 바구니에 담아 달라고 말했을 뿐이야, 자기 어머니도 자기가 여기저기 옷 벗어 놓으면 나처럼 그렇게 말했을걸?

하지만 엄마는 한번도 나한테 무례하게 명령한 적 없어, 항상 ~ 해 줄 수 있니? 라고 부탁했지!!!

나도 ~ 해 줄수 있니? 라는 의미로 말한건데!!!
다만 그게 영문법으로 명령문이였을 뿐!!!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무심결에 했던 말들, "자기야 불좀 꺼줘" "문좀 닫아줘" "물좀 갖다줘" 등등의 부탁을 한국어 표현 그대로 영어로 바꾸어서 말 하다보니 단순한 명령문이 되어 남편이 듣기에는 강압적이고 무례한 명령이 되었던 것이였죠.
다시 말해, 저는 남편에게  "put your clothes into the laundry basket" 이라고 말하고 시어머님은 "Can you put your clothes into the laundry basket?" 이라고 말하는 차이가 있었던것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그 말뜻을 알고 사용한다고 해서 그 언어를 다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 늬앙스와 정서적인 부분까지 이해를 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저는 그 정서적인 부분까지는 완전히 이해를 못한 채, 영어를 사용했기에 이런 오해가 생겼던 것이죠.
저에게 있어 저 두 표현의 차이는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 있어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지만,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는 하나는 강압적인 명령처럼 느껴지고, 다른 하나는 부탁처럼 느껴지는 것이였죠.
하지만 영어를 책으로 배우고, 단순 번역으로 영어를 이해한 저는 주어를 생략하고 동사 원형을 앞세운 명령형 문장이면 한국어로 "~해라, ~해 줘" 라는 의미가 되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반대로 한국어로 생각해 보면 부탁할 때마다 can you~를 사용해서 can you turn off the light? can you close the door? can you give me some water? 라고 묻는게 더 어색하게 느껴졌기에 그렇게 사용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였죠.

이 일을 미국인과 국제 결혼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친구 역시도 "맞아, 맞아" 라며 공감하며, 자신은 남편에게 말하는 투가 참 못됐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한국식 명령형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사용하다 보니 생겨난 오해였답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그냥 명령형 문장을 쓰고 항상 뒤에 please를 붙일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구요.

                               "고마워요" " 부탁해요" 라고 말하는 것은 매너죠.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남편에게 부탁을 할 때에는 명령문이 아닌 can you~라는 표현을 쓸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please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을려고 하구요.

참, 남편의 아무데나 옷 벗는 버릇은요, 이날의 부부 싸움으로 서로가 만족할수 있는 합의를 했답니다.

세탁 바구니를 현관앞, 욕실앞, 침실안에 각각 1개씩 두기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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