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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그러니까 발렌타인데이때 남편과 전 고베의 아리마 온천으로 온천 여행을 갔더랬습니다.
2012/02/22 - [일본 여행기] - 고베 산노미야-아리마 온천 마을
그곳에 있는 한 족탕에서 일본인 할아버지 한분과 마주 앉게 되었는데, 유독 저희에게 관심을 표시하면서 특히 저희 남편에게 친절을 베풀더라구요.
우리 둘다 외국인인데, 뭐 일단 외관상 남편은 " 나 외국인" 이고 전 입을 열어야 외국인이니 그런 차별적인? 친절에 마음 상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이 할아버지께서는 족욕의 효과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시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의사라며, 게다가 일본의 일류대학 교수이며 근처 종합 병원에 수술 요청이 있어서 출장으로 왔다가 들렸다며, 자신의 이력을 쫙~ 읊어 주시더군요.
미국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따셨다는 말까지..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따셨다는 분이 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셨을까~ 게다가 닥터라는 발음도 "도쿠타" 라고..ㅡ.ㅡ;; )
아무튼, 이분께서는 갑자기 건강 체크를 한다며 남편 손금을 보시더니 신체 건강한 남자이며, 절대 한눈 팔지 않을것이며, 이런 남편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구요. (아니 건강체크를 어째서 손금으로 하는것이며, 바람기와, 좋은 남편인지 아닌지가 어떻게 건강체크의 결과로 나올 수 있단 말입니까?!?! )==> 지금은 제가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뭔가에 홀린것 처럼 이 할아버지의 말에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 거리며 "저도 건강 체크 해 주세요" 하며 덥썩 손을 내 밀고 말았답니다.
그랬더니 이 할아버지 저에게 가슴이 '쿵' 내려 앉을 소리를 하시고 맙니다.
손이 왜 이리 차? 몸이 좋지 않아, 아기 갖기 힘들겠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벌렁 거리며, 눈 앞이 깜깜해지고, 귀가 멍멍해 지더라구요.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며 저도 모르게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매일 저녁 자러 가기 전에 둘이 함께 반신욕을 하고, 부부 관계는 일주일에 두번씩 하고~
더 이상 민망해서 못 쓰겠습니다. ㅠ.ㅠ
의사라는 분이 갑자기 저희 부부의 성상담을 해 주시더라구요.
그런데 전 바보같이 아기 갖기 힘들겠다는 말에 이성을 상실하여, 더더욱 할아버지의 말에 빠져들어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답까지 하고 있더라구요.
저희 부부의 상세한 것까지 물어봤는데도 말이죠 ㅠ.ㅠ
전 정말 의사라고 하니 믿고 사실대로 다 말하고 말았구요.
그런데 한참 상담을 해 주시던 할아버지는 그 온천마을의 뒷산에 신사가 있는데 그 신사가 아기를 점지해 주는 곳이라며 그곳에 가서 기도를 하면 될거라며 갑자기 자기 시계를 보시더니
지금 서둘러가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거야, 나랑 같이 가서 기도합시다. 내가 어딘지 안내 할테니까...
그때서야, 상실했던 이성이 되돌아와 이상하다 싶은 마음과 저희 부부의 사생활에 묻는대로 꼬박꼬박 답했던 제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지면서 신사는 나중에 가겠다며 거절했죠.
일본어를 모르던 남편은 제가 워낙 심각하게 할아버지와 얘기를 하고 있어서 끼어들지도 못하고, 말리지도 못하다가, 나중에 할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족욕하는 곳을 벗어난 뒤에 자세한 내막을 들었죠.
하지만 전 이미 마음이 아주 많이 상한 상태였어요.
그 사람이 진짜 의사가 아니였다는것보다, 너무나 단정적으로 아기 갖기 힘들겠다고 한 말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너무 속상해 하니까 남편은 그 사람은 의사가 아니니 그 말에 신경 쓸 것 없다며 그 근거로는
첫째: 의사가 무료로 건강 상담을 해 줄리가 없다.
둘째: 의사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환자에게 병원에 방문해서 자세한 진찰을 받아 볼 것을 권하지 않고, 신사에 가서 기도를 하라는 비의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셋째: 건강체크를 손금으로 하다니, 이렇게 어리석은 일이!!!
하지만 이미 전 상처 받았죠.
그리고는 그 일을 친정 엄마에게 말씀 드렸더니 우선 손 발이 찬것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니 한국에 와서 한약을 지어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리하여, 전 한약을 짓기 위해 진맥을 받으러 한국에 갔답니다.
친정 엄마는 시집 보낸 딸이 부실하여, 내심 사위에게 미안했는지, 애프터 서비스로 한약은 어머니께서 지어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남편에게 하자 남편은 결혼했으니, 전 부모님의 소유가 아니라, 남편의 소유이므로 구입 후, 하자 보수는 남편 부담이라네요.
그래서 전 남편의 말을 듣기로 하고, 한약값은 내가 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진맥을 받고, 한약을 짓고, 계산하기 위해 얼마냐고 물었는데 헉~
친정엄마와 제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두배가 더 비싸게 나온겁니다.
몸을 많이 보해야 한다며 녹용을 넣으셔서 비싸다고 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친정엄마가 내시겠다고 하셨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에 부담 되고 싶지 않고, 또 남편과 약속한 것도 있어서 그럼 서로서로 반반을 내자고 합의를 봤죠.
그리고 한의원을 나와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한약값이 얼마라고 얘기했더니 남편이 깜짝 놀래며
뭐??? 말도 안돼! 그거 산에 나는 약초들 아냐? 그런데 그 약초들이 그렇게 비싸단 말이야?
사슴 뿔이 들어가서 그렇대!!
뭐? 사... 사슴 뿔도 넣었다고?? 이해가 안돼, 무슨 약초 따위가 그렇게 비싼거야? 그리고 그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아? 차라리 병원을 가보는게 낫지 않았을까? 솔직히 나는 신뢰가 가지 않거든.
아시아에서는 동양 의학도 공식적인 의학 기술 중에 하나야, 동양 의학으로 병을 고치는 사람도 많아, 그리고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에서도 샬렛이 애기 가질려고 뉴욕에서 침 맞는 장면이 나왔단 말이야.
그건 드라마니까!!! 나는 미국에서 동양의학으로 무슨 병을 고쳤다는 사람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그리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약초가 아니라,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음식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것은 다 섭취할 수 있잖아.
이쯤되니, 더 이상 남편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동양의학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계가 오더라구요.
우리야 기력 보충을 하기 위해 한약을 먹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당연하게 생각하고, 한의원도 곳곳에 널려 있어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데, 남편에게는 한의원이라는 것이 생소하고, 동양 의학을 접해 본 적이 없다보니 왜 한약이 그렇게 비싼지 이해하지 못하더라구요. 그리고 신뢰하지도 않구요.
정말 이럴 때, 제가 국제 결혼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낍니다.
내가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들을 상대가 불신할 때,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가 그것을 납득하지 못할 때!!!!
결국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설전은
난 솔직히 그 약의 효과를 믿지 않지만 자기가 먹어야 한다고 하고, 먹고 싶어 하니까 자기를 위해서 이해할께, 하지만 내가 그 의학을 이해한다는 말은 아니야
라고 결론이 났답니다.
국제 결혼한 커플의 일상속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이런 문화차이, 생각차이가 있을 줄은 모르셨죠???
뭐, 이것 뿐이겠습니까??
아마 다른 커플들도 쏟아낼 얘기가 많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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