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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타이야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붕어빵

by 스마일 엘리 201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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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한국의 거리는 지금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여름에 휴식기를 가졌던 붕어빵 노점상들이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띌 시기겠죠?

제가 얼마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제 입맛은 아주 클래식하여, 할머님들이 주로 즐겨 드시는 것들이 저의 주요 간식거리들이랍니다.
떡, 팥, 밤, 홍시, 백도, 호박죽, 단팥죽등등~
한 여름에는 한국식 팥빙수가 먹고 싶어서 온갖 난리 법석을 다 떨다가 결국에는 팥빙수 기계를 사서 집에서 자체 제조 해서 먹었던 것을 아실겁니다. 2012/08/23 - [일본 생활기] - 외국에서 팥빙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 감격스런?? 과정!!!

그런데 겨울이 슬슬~ 다가오니 이놈의 입맛, 철을 아는것인지, 이젠 통팥이 통통~ 들어간 붕어빵이 먹고 싶어 미치겠네요.
금방 붕어빵 틀에서 잡아 올린 뜨끈뜨끈한 붕어빵~
한입 베어물면, 옆구리 사이로 터져 나오는 통팥에 입천장이 경미한 화상을 입어도 기쁘기 한량없죠.
(아, 전 옆구리부터 먹습니다)
사실, 이 붕어빵 타령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월 중순부터 시작됐어요.
S언니 지겨울라~ ㅋㅋㅋㅋ
저에게 항상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 함께 놀아 주시는 S언니에게 만날때마다 붕어빵 타령을 해놔서 아마도 S언니가 이 글을 보면 "또야?" 라고 할지도 몰라요 ^^;;;;

아무튼, 붕어빵은 먹고 싶으나, 이 이와쿠니에서는 파는 곳이 없더란 말입니다.
물론 일본에서 파는 붕어빵은 한국에서 파는 붕어빵과는 다릅니다.
일본은 "타이야끼"라고 해서 붕어가 아닌 도미랍니다.
어쨌든 붕어빵이든, 도미빵이든 저는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있으면 있는대로 감사히 먹을 작정인데, 그 흔한 타이야끼마저도 찾아보기가 힘드니...
결국에는 소량 자체 생산을 하기로 결정하고, 한국 G시장을 기웃 거리며 붕어빵 팬을 찾아봤더니 ㅠ.ㅠ
감사하게도 붕어빵 팬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붕어빵 팬만 주문하면 한국에서 일본까지의 배송료가 더 나오니, 함께 주문할 것들을 생각해서 한꺼번에 배송 받을 생각에 일단 찜목록에 올려두기만 했답니다.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저번주!!!!!
마치 운명처럼.... 그렇게 전 도미빵과 만나게 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슈퍼의 입구에 항상 타코야끼를 팔고 있었는데, 그 옆에 타이야끼도 판매를 시작했더라구요.



이것은 정말로 운명이였습니다!!!! (왜인지는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고... ^^;; )
타이야끼 현수막을 보는 순간, 제 발은 자석처럼 그쪽을 향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는 타이야끼의 틀 옆에 바짝 붙어서 어린애처럼 구경을 시작했죠 ^^
(타이야끼 굽는 아저씨 이 여자 뭔가 싶었을거예요 ㅋㅋㅋㅋㅋ)

한국의 붕어빵 굽는건 많이 보셨을테니 일본의 타이야끼 굽는것도 구경해 보셔요
(료님~ 제가 요즘 료님의 요청때문에 일본의 일상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을려고 노력중이예요 ^^  이 포스팅을 료님께 바칩니다. ^^ )



굵직굵직한 팥소와 슈크림소가 놓일 만큼만 반죽을 붓고, 그 위에 소를 올리더라구요.
이 동네 사람들은 팥보다 슈크림맛을 더 좋아하나봐요.
팥 한줄, 슈크림은 두줄이였거든요.


지금까지 매너 손, 나쁜 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짜는 손"도 있더라구요.
타이야끼 아저씨의 반죽 "짜는 손"



얼마나 뜨거웠으면 도미들이 거품을 물었어요 ㅠ.ㅠ
노릇 노릇~
한국의 붕어와는 확실히 모양이 좀 다르죠?



타이야끼가 구워 질 동안, 아저씨와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아저씨께서 이 슈퍼앞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소리를 하지 뭡니까?? ㅠ.ㅠ 
순간 저도 모르게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이며

왜요??? 어디 가실건데요??? 이제서야 찾았는데, 저는 어쩌라고요??


아저씨도 당황해 하시며

자... 그럼 제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줄테니까 그쪽으로 와요.


이... 이것은 붕어빵 구입자와 판매자간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ㅡ.ㅡ;;;;

알고 봤더니 이 타이야끼 아저씨가 슈퍼의 체인점을 지점마다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판매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갔던 슈퍼에서는 그 날이 마지막이고, 그 다음날 부터는 다른 지점의 슈퍼에서 판매를 하시는 것이였죠. (3주 뒤에 다시 그 슈퍼로 돌아온다고 하셨지만;; )
이것이 바로 제가 운명이라고 하는 이유였답니다.



초면인데, 아저씨의 로테이션 스케쥴까지 다 파악하고, 둘이 서서 수다 떨다 보니 묻지도 않았는데 타이야끼 틀값이 얼마인지도 막 발설하시고, 급기야는 매상까지 노출하시더라구요.
제가 붕어빵 팬 살거라고 했더니, 자기는 이 타이야끼틀을 도쿠시마에서 샀다며 자랑까지 하시고 ㅡ.ㅡ;;;;
남들이 보면 원래 우리 친한 사이인줄 알았을거예요.
아저씨 옆에 바짝 붙어 서서는 막 제 스마트폰으로 한국 황금잉어빵 사진도 보여주고, 황금 잉어빵 틀도 보여주고 그랬거든요.
아~ 진짜!! 나의 국경을 넘나드는 이 오지랍 어쩔거야 ㅋㅋㅋㅋ
그래도 아저씨께 한국의 문화를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한국 붕어빵의 현재 시세와 업계의 동향 (붕어빵에서 황금 잉어빵으로의 업글과 함께, 단팥소에서 슈크림소의 속재료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 붕어빵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죠
타이야끼 아저씨는 한국에 동종업계가 있는 줄 몰랐다며, 아주 진지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제 얘기를 들으시더라구요. ㅎㅎㅎ




내가 얼마나 이 녀석을 찾아 헤매었던가!!!
드디어 제 손안에 들어온 타이야끼!!
그런데요....
역시 저는 토종 한국 입맛이라 그런지 한국의 잉어빵이 더 맛있더라구요.
타이야끼집을 발견하고, 붕어빵 팬을 잠시 보류할까 생각했지만 역시 안되겠어요.
붕어빵 팬으로 한국의 맛을 흉내내며 자급자족하는 것이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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