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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끝나지 않은 삽질,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by 스마일 엘리 201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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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의 이해를 위해, 이전 글을 안 읽으신 분은 순서대로 이전글 2012/11/14 - [일본 생활기] - 한밤 중 일본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 흘린 사연 (일본 워킹홀리데이 경험기)2012/11/15 - [일본 생활기] - 일본에서 실내 노숙자가 된 사연 그리고 또 다른 시련이...(워킹 홀리데이 경험기 2)를 먼저 읽으신 후 이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


답이 없어 보이던 새 집에서의 둘째날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수도국 직원을 기다렸고, 애인보다 더 반갑게 그 아저씨를 맞이 했습니다.
수도관 밸브가 잠겨 있던 것 뿐이라, 그것만 열어 주면 되는거였는데 어느게 저희집 수도관인지 몰라서 열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룻밤을 찝찝한 상태로 보냈던 것이죠.

아저씨께서 수도관 밸브를 열어 주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아~ 기분 좋게 샤워 하고, 밥 먹어야겠다'
라며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샤워기를 트니 여름날의 소나기 보다 더 세차게 쏴아~ 하고 쏟아지는 물줄기들 ㅋㅋㅋ
이제 모든 것이 완벽했죠. (이틀 정도만 더 박스 위에서 자면 말이죠 ^^;; )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수증기로 가득차 있어야 할 욕실이 싸늘한겁니다.
엉?
온수를 끝까지 다 틀었는데도 찬물만 나옵니다 ㅠ.ㅠ
'그럼 그렇지... 내 인생이 한번에 이렇게 순조로울리가 없지'
한숨을 내쉬며 입주 전에 신청해야 할 목록이 씌여져 있던 안내 책자를 살펴보니 "가스 신청"도 있었던거죠.
혼자 살아 보지 않았으니 전기, 수도, 가스 모두다 직접 신청해야 되는건줄 몰랐던 겁니다.
나름 미리 신청한다고 전기와 수도는 연락을 해 두었는데, 가스까지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ㅠ.ㅠ

그때가 5월 중순쯤이였는데 일교차가 커서 아침 저녁으로는 꽤 쌀쌀하던 때였거든요.
전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 하는데, 꽤 추운 밤에 도저히 찬물로 샤워할 엄두가 안나는겁니다.
이걸 어쩌나~
내일 또 출근해서 샤워를 해야 하나~
그러자니,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는것도 귀찮고, 집에 물이 안 나오는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돈을 쓰는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물을 끓여서 찬물에 섞어서 사용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들자 마자
'아! 맞다. 가스 신청이 안되었으니까 키친에 불을 사용할 수 없겠구나 ㅠ.ㅠ "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음을 굳게 먹고, 한번 해 보기로 했습니다.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물줄기 옆으로 다가가 손바닥에 물을 적셔 몸에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앗 차차차차차차 거"
그런데 이런식으로는 몸이 절대로 적응 될 거 같지 않더라구요.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냉수 마찰 하는 심정으로, 샤워기를 잡고 제 몸에 냅다 찬물을 가장 강한 세기로 확~ 뿌려버렸지요. ㅋㅋㅋㅋ
"앗 차거 차거 차거 차거 차거~~~~~"
혼자서 막 비명을 지르면서 말이죠.
이웃집 사람은 옆집에 왠 미친 여자가 이사 온 줄 알았을겁니다.
너무 추워서 발을 동동동 굴러가며 혼자서 이상한 소리를 내어가며 재빨리 씻겠다고 서두르다 보니, 샴푸 떨어트리고, 집었던 샴푸 또 떨어트리고 막 우당탕탕 했거든요. 

그렇게 또 한번의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들어갈때는 인간이였는데, 씻고 나오니 털 다 뽑힌 조류가 따로 없더군요. 
뭐, 그래도 기분은 상쾌했어요. ㅎㅎㅎㅎ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이제 밥을 먹을 차례인데, 가스가 없어 불을 사용할 수 없으니 뭘 만들어 먹을 수도 없고, 못 먹는다 생각하니 더더욱 따뜻한 밥에 뜨끈뜨끈한 김치 찌개가 생각이 나는겁니다. 
그날 저녁 김치 찌개 해 먹을려고 재료도 다 사왔는데 말이죠. 
사람이 밥심으로 사는데,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라도 제대로 먹어야 다음날 또 힘을 내서 일을 할텐데, 먹고 싶은 밥을 못 먹는다 생각하니 박스깔고 잠 잔것 보다 더 서글프더라구요. 
그래도 어제 보다는 낫다며, 편의점에 가서 빵과 음료수와 간단한 과자를 사와서 저녁 대신 먹었습니다. 
시련을 이겨내면 그에 대한 보상이 꼭 따르는 법!!!! 
인터넷 신청을 했는데 2주 정도 걸린다 그래서 인터넷도 못하고 혼자 집에서 덩그러니 심심하게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아주 운 좋게 와이파이가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과 함께 덜 외로운 밤을 박스 위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가스회사에 전화를 해서 가스 신청을 했죠. 
바로 와 줄 수는 없고, 이틀 뒤에 온다더라구요. 
찬물 샤워를 이틀 더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따뜻한 밥과 김치 찌개 끓여서 한국식 밥을 이틀 뒤에나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더군요. 
(그때 당시에는 일본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식당이 주변에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친구도 없었으니 일 끝나고 함께 밥 먹을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사실 주변에 한국 식당도 없더라구요 ㅠ.ㅠ ) 

박스에서 잠 잔지 삼일이 지나고, 침대도 받고, 침구도 받았습니다. 
휴무였기에 이것 저것 필요한 것도 사고, 드디어 사람 사는 집의 모습을 갖추었지요 ^^ 



 

그리고 다음 날은 가스 회사에서 직원분이 가스를 연결해 주러 오셨습니다.
아~~~~~
이제야 정말로 모든 것이 완벽해진 것입니다.
아저씨가 돌아가면 당장 김치찌개도 끓이고, 삼겹살도 구워서 갓지은 밥이랑 먹어야지~
라는 생각에 막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아저씨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어 봅니다.

이제 다 된건가요?

네, 뜨거운 물 나오는 것도 확인했으니까요.

그럼 키친에 있는 곤로도 사용할 수 있는건가요?

아, 그건 가스가 아니라 전기 곤로예요.

전기 곤로예요
전기 곤로예요

전기
저.......전.......기  ㅠ.ㅠ

아!!!! 정말 저의 삽질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 인가요??
전기 곤로이면 그 동안 도 닦는 심정으로 찬물에 샤워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나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랑 밥도 먹을 수 있었는데 3일동안 빵 쪼가리로 끼니를 떼우던 불쌍한 저 ㅠ.ㅠ



전기 곤로라는거, 저는 일본에 와서 처음 봤습니다.
그러니 저것이 가스로 사용 되는 것인지, 전기로 사용 되는것인지 알 길이 없었던거죠.
손잡이라도 한번 돌려나 볼 것을.....
(저희 집에 있던 전기 곤로가 사진에 있는 것과 완전 똑같이 생겼었거든요)

이건, 제가 바보짓 했던거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ㅠ.ㅠ
하지만 이제야 말로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상태가 되었으니 지나간 일 따위 잊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거였기에 또 금방 긍정 모드로 돌아왔죠 ^^ 

이후로는 생활도 안정이 되어, 친구 초대해서 함께 밥도 먹고 즐겁게 보냈답니다. ^^


추억 돋는 옛날 사진이네요 ^^ 제일 처음에 살았던 집의 하우스 메이트가 놀러와서 삼겹살 굽고, 된장 찌개 끓이고, 김치 겉절이 만들어서 먹었어요 ^^

이상 제 인생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본에서의 추억 얘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제가 이 얘기를 시작한데는 이유가 있답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지만, 정말 혼자서도 괜찮을지, 다녀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인생 후배들을 봅니다.
그 후배들에게 제가 해 주고 싶은 말은요, 괜찮을수도 있고, 안 괜찮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안 괜찮으면 어때요? 이겨내면 되는거죠.
절대 죽으라는 법은 없거든요.
다만 자기 자신에 대한 소신만 확실하게 있다면 일본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약이 될 수 있어도 절대로 독이 되지는 않는다는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신이란, 나쁜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의지입니다. )
그것 하나만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지킬 자신이 있다면 꼭 꼭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에게 있어 워킹 홀리데이는 제 인생의 아주 큰 전환점이 되었거든요.
힘들게 살지 않았으니 쉽게 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솔직히 빡빡했습니다. ㅎㅎㅎ(저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일하시는 분은 아마 비슷하게 느끼실거예요)
상하관계, 선후배 관계 한국보다 더 심하게 따지고, 예의 따지고, 맘에도 없는 겉치레 인사들 한번 할때마다 허리를 몇번이고 굽혀가며 해야 하고, 물가 비싼 일본 땅에서 혼자서 집세 내고, 공과금 내고, 생활비 내어 가면서 살다보니 어떤달은 월급날 일주일 남겨 놓고 통장 잔고에 500엔만 남은 달도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500엔으로도 살아 지더라구요 ^^;;; 오히려 100엔이 남았으니까요 ㅎㅎㅎㅎㅎ
(이런 창피한 것도 다 발설하다니;;;;;; 쉿~ 비밀이예요 ㅋㅋㅋ )
==> 아, 물론 교통비는 6개월치 한꺼번에 교통카드에 넣어 두었으니 그건 걱정안해도 됐으니까요)

그래도 그때 제가 처한 현실에 후회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답니다.
그냥 그렇게 사는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후배 여러분!!!!!
일단은 오세요~ 그리고 한번 해 보세요.
고생도 해 보고, 시급 비싼 일본 알바도 두개 세개 뛰어보고, 친구도 사귀어 보고, 월급날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에 된장찌개도 사 먹어 보고, 열심히 벌은 돈으로 일본 구석 구석 여행도 다녀 보세요
.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인생이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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