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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한국에서 흔한 이 과일, 일본에서 먹을려면 인내가 필요해!!!

by 스마일 엘리 201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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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그리운 이유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자라오면서 늘상 먹었던 음식들때문에 그립기도 하답니다.
각 계절마다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그중에 과일같은 자연에서 나는 산물들은 외국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외국에서는 그 과일을 먹지 않거나,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없는것들이 있어요.
일본에서 제가 좋아하는데도 구하기 힘들어 먹을 수 없는 과일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참외!


일본에는 참외가 없어요.

일본인 친구가 10년도 전에 한국에 놀러 왔다가 참외를 보고 신기해 하더라구요.
가족들에게도 맛 보여 주고 싶다길래 저희 엄마가 참외를 대 여섯개 줬더니 그걸 옷에 둘둘 싸서 짐가방에 넣어 갔던 기억이 있었는데 막상 일본에 와보니 정말로 참외가 없는겁니다.
그나마 지금은 참외를 한국 메론이라고 하여 한국에서 수입해오는 유통업체들이 생겨나 큰 도시에서는 참외를 가끔 볼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가 사는 시골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그리고 또 하나 홍시~


참외는 좋아하긴 하지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어도 살 정도지만, 저에게 있어 홍시는 다릅니다.
홍시가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예요 ㅠ.ㅠ
작년 겨울에도 친정엄마에게 홍시가 먹고 싶어 죽겠다고 했더니 사 먹으라고 하시길래 여긴 감은 있어도 홍시는 없다고 했더니
 
뭐가 그렇노!!!!
라시며;;;;; 

그니까 제말이요!!!
왜 감은 있는데 홍시는 없는걸까요?
홍시가 너무 먹고 싶어 슈퍼 몇군데를 뒤졌지만 없더라구요.
그런데 신선도가 떨어지는 야채들, 조금 상처나서 물러진 과일들을 모아서 헐값에 파는 코너에 홍시가 될려고 하는 감이 헐값에 팔리고 있는겁니다. ㅠ.ㅠ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이걸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로 간주하고 이렇게 푸대접하다니!!! 
했지만 한편으로는 싼값에 이렇게라도 맛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며 사 먹었더랬지요. 

그리고 친정엄마는 제가 홍시가 너무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다는 말이 너무 안타까우셨는지 냉동실에 얼려서 아이스 홍시를 만들어 놓을테니 한국에 와서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작년 겨울에 얼려 놓았던 홍시를 올해 7월에 가서 몇개 먹고, 일본으로 돌아올 때, 아이스팩에 담아 5개를 가져 왔어요. 
정말 귀하디 귀한 홍시였죠. 
하나씩 먹을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들어 얇은 껍질에 달려 있는 섬유질까지 싹싹 빨아 먹었답니다. ^^;;;;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그런데 다시 겨울이 오고 일본 슈퍼에서는 잘익은 감들이 여기저기 넘쳐 나는데 홍시는 없습니다
저는 감보다 홍시 생각이 간절한데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함께 슈퍼에 장보러 갔던 남편이 야채코너에 있던 저를 막 끌고 감 코너로 데리고 가는겁니다. 
거기에 보니 봉투에 감이 5개씩 담겨져 있는데, 각 봉투에 홍시가 될려고 하는 감들이 한 두개씩 들어 있더라구요. 
봉투는 오픈되어 있어서 다른 봉투에 있는 감과 바꿔도 되게끔 되어 있구요. 
아마도, 홍시가 될려고 하는 감들을 빨리 팔아치우기 위해서 하나씩 넣고, 싱싱한 감들을 넣어서 팔려는 상술 같았어요. 
저에겐 좋은 일이니 전 각 봉투에 있는 홍시삘이 나는 감들만 모아모아 한봉투에 5개를 담아 왔답니다. 
그리고 창틀에 얹어두었더니 글쎄 이틀이 지났더니 홍시가 된겁니다. 
'바로 이거야' 

홍시가 없어도 홍시를 만들어 먹으면 되겠구나!!!!!!! 
그리하여, 그날 이후, 씨 없는 감을 구입해 왔습니다. 
그리고 주방 창틀에 나란히 올려 놓았죠. 
빨리 먹고 싶어 죽겠는데.... 맛있는 홍시를 먹을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ㅠ.ㅠ 
그래서 제일 빨리 홍시가 될 것 같은 감 녀석을 제일 오른쪽에 두고 요녀석 잡아 먹을날만을 기다리며 매일 매일 익어가기를 기다렸답니다.

11월 17일
감들을 제일 처음 사 왔을 당시의 모습입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감이 색깔도 제일 빨갛고, 약간 말랑말랑 한것이 곧 홍시가 될 것 같아서 이 녀석을 선두로 세우고 매일 매일 주방 창문을 어슬렁거리며 빨리 익으라며 물을 주는 대신 제 침을 발랐습니다. ^^ --> 이제 아무도 손 못대!! 이건 내끄얏!


11월 20일
점점 홍시의 붉은기가 아래에서 부터 위로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아래쪽은 좀 많이 말랑말랑해졌더라구요.
젤리화~ 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ㅋㅋㅋㅋ



11월 23일
3일만에 전체적으로 거의 홍시가 되었어요.
앞쪽으로는 젤리화가 다 되었지만 뒷쪽은 아직 약간 덜 말랑말랑한 상태예요.
하루만 더 기다리면 되겠어요~

11월 25일
아~~~ 감격의 눈물이 ㅠ.ㅠ
드디어 완벽한 홍시의 자태를 갖추었습니다.
24일에 잡아 먹었어야 했나봐요.
너무 젤리화가 진행되서 껍질이 쭈글쭈글해졌어요 ㅠ.ㅠ
그래서 이날, 요 녀석을 잡아 먹기로 결정했답니다. 


1주일 동안 요거 하나 먹겠다고 주방창틀을 수백번도 넘게 쳐다봤을겁니다. ㅠ.ㅠ
아주 제대로 된 홍시의 모습 아닙니까??
먹기도 아까워 죽겠더라구요 아주~




그러나 꼭지 따고 홍시를 갈랐더니, 아~ 저 탱글탱글 젤리같은 속살에 그만 정신줄을 놓고 무자비하게 벌려 버렸습니다. ㅎㅎㅎ
스푼으로 떠서 한입~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1주일 넘게 기다렸는데 먹는건 1분도 안 걸렸답니다. ㅠ.ㅠ
다음 녀석은 또 언제 홍시가 될려나 ㅠ.ㅠ
그나마 다행이라면 남편이 홍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아무도 훔쳐 먹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기다려도 된다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마트에서나 시장에서 손쉽게 구하는 과일이지만, 여기 일본에서 엘리는 홍시하나 맛보기 위해 이렇게 긴 인내의 시간을 기다리며 먹는답니다.
저 불쌍하죠? ㅠ.ㅠ
그럼 저 대신에 많이 많이 드셔 주세요!!!
엄마!!! 올 겨울에도 아이스 홍시 부탁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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