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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한밤 중 일본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 흘린 사연 (일본 워킹홀리데이 경험기)

by 스마일 엘리 201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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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의 이름을 "일상 시트콤"으로 정한 이유, 덧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테지요 ^^;;;
제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포스팅을 쓰고 있고, 그 일상속에 제가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문화 차이나, 남편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제 블로그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뭘까 생각하다가 "시트콤"이 떠 올랐어요.
사실, 시트콤 같은 일이 남들에 비해 좀 많이 일어나기도 하구요. ^^;;;
그 중에서도 제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답니다.

제가 여행이 아닌 일본에 살기 위해 오게 된 계기는 워킹 홀리데이였어요.
초기자금으로 단돈 18만엔 달랑 들고 와서는 첫달 집세와 보증금을 내고 나니 10만엔이 남더라구요.
그걸로 당장 한달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그 다음달 부터가 문제였죠.
그래서 이틀째 되는 날부터 폭풍 알바 찾기에 들어가고, 동시에 취직 활동을 시작했답니다.
저의 절박함을 하늘이 도왔는지, 일주일만에 알바를 구했고, 일본 온지 한달만에 취직도 했죠. ^^V
하지만 제가 살던 곳에서 직장까지는 두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였기에 이사를 해야했습니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집을 검색해서 다음날 바로 집 한군데를 보고 그 자리에서 급계약을 하게 됩니다. 
제일 처음에 집 구경하러 갔을 때 아파트 관리회사 직원분의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집이 어디에 있는지 길도 모른채.....
어쨌든 이사하기 전까지는 그전에 살던 집에서 출퇴근했답니다.
 (그 전에 살던 집은 방 3개짜리 아파트에 각방 마다 2명씩 사용하고, 키친과 욕실은 공동 사용하는 곳이였습니다)  
슬슬 이사 날짜가 다가와서 청소도 할 겸 퇴근 후 백엔샵에 들러서 청소 용구를 샀어요.
걸레, 락스, 빗자루, 화장실 솔 등등..
그리고 역에서 내려 기억을 더듬어가며 집을 찾아가기 시작했죠.

역에서 집까지 꽤 멀다는 아파트 관리 회사 직원의 얘기도 있었고, 천천히 걸으면 얼마나 걸리는지도 파악해야 출퇴근 시간도 계산할 수 있어서 그 생각만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앞으로 앞으로 걸어도 온 세상 어린이는 커녕 아무도 못 만났습니다. ㅡ.ㅡ;;) 

그런데 한 30분쯤 걸었을까요??
점점 주택들이 사라지고 왠 논 밭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 이상하다, 논 밭을 본 기억이 없는데?? 역에서 15분이라 그랬는데 이렇게 멀리가 없어 '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서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해 20분이 흘렀습니다
이번엔 걸어도 걸어도 끝도 없는 도로더군요. ㅠ.ㅠ

                                     (완전 이런 느낌으로 걷고 있었어요 ㅠ.ㅠ )

점점 밤은 깊어가고, 인적도 없으니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역으로 가서 그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룸메가
청소는 잘 하고 왔어??

나이 먹을 만큼 먹어가지고 제 집도 못 찾았다고 하면 제 이미지에 스크래치 생길까봐

응, 청소 다 하고 왔지!!!

그랬더니 룸메가

청소 했으면 걸레랑 빗자루 거기에 두고 오지 뭐하러 들고 왔어? 뭐야?? 맨손으로 청소 했어? (부스럭 부스럭)

제 청소도구를 뒤져보더니
 
다 새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도 같이 안 살았는데 우리 사이엔 이미 '정'이 생겼나봅니다. ㅡ.ㅡ;;;;(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드디어 이사날이 되었습니다.
집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집 주소만 찍어주면 문 앞까지 데려다 준다는 이삿짐 센터 아저씨의 네비게이션 김양만 믿고 이사를 감행했죠.
이사가 끝난 후, 알바가 있었기에 도쿄로 나가야 된다고 했더니 이삿짐 센터 아저씨도 도쿄로 돌아가야 하니 태워 주신다고 하셔서 트럭을 타고 나왔습니다. 
그날 알바가 끝난 후, 왠지 혼자 자는게 무섭기도 하고, 또 쓸쓸하기도 해서 원래 살던 집에 가서 룸메와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곧장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이때 당시 직장생활과 알바를 병행중이였음)  
회사 출근해서 막 동료들한테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는 자랑을 혼자서 막 신나서 했답니다. 

저, 이사했어요~ 오늘부터 새집에서 자요 ^^

퇴근하고 룰루랄라 새집에서 혼자 잘 생각에 들떠서 역에 내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삿짐 센터 아저씨 차 타고 올때는 도로로 왔던지라 역에서 어떻게 집까지 오는지를 몰랐던것입니다.
일단은 저번에 헤맸던 반대 방향으로 쭉 걸었죠.
또 한 30분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또 집을 못 찾겠네요 ㅠ.ㅠ  
오늘은 돌아갈 집도 없고, 무조건 새집에서 자야하는데 말이죠.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맸습니다.
역에 도착한게 7시 반이였는데 벌써 10시더라구요.
배도 고프고, 짜증도 나고,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오늘 길바닥에서 잘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설상가상으로 인적이 뜸해서 물어볼 사람조차도 없으니 전 그야말로 패닉이 되어버렸어요.  
결국에는 혼자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울어 버렸습니다.
(눈물 또르르 몇방울 흘려주면 남자들 안절부절 못하던 그런 시절 자체도 제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나이까지 먹고 남의 나라 와서 이런 민폐가!!!! )

                                                       우리집 좀 찾아 주세요 ㅠ.ㅠ


그런데 때마침 앉아서 울고 있던 제 뒤에 어떤 남자분이 가게문을 잠그시려다 울고 있는 저를 보신겁니다.

 
괜찮으세요???

당연히 안 괜찮지만 저는 이 아저씨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도와 달라고 해야 될 시점이였습니다.
 
(양 손바닥으로 눈물을 훑어 내며 ) 우리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아~ 진짜!!
이 아저씨는 또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사지멀쩡해 보이는 여자가 한밤중에 길바닥에 앉아 울면서 자기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 하니...
그 아저씨도 흠칫 하시더니 갑자기 어린애 대하듯

주소는 알고 있니??? (아마도 저를 정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듯 ㅡ.ㅡ;; )

하시며 잠그려던 가게 문을 다시 열더니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는겁니다.
오잉?
그런데 그 가게가 바로!!!
부동산~~~

그 아저씨는 부동산 직원분이셨고, 동네 지도 책자에서 제 주소를 찾아서 형광펜으로 가는 길을 친절하게 그어 주신 후(이것이 아날로그 경로 탐색! ) , 제 손에 그 지도를 들려 주시더라구요 ㅠ.ㅠ  
이렇게 저는 구사일생으로 집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죠.
비록 6조짜리 코딱지 보다 조금 더 큰 방이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아마도 이때 처음으로 깨달았을거예요.

                    (이 집이 바로 제가 3년간 편안히 쉴 수 있었던 저만의 공간이였답니다.)


집 찾느라 길을 몇시간 동안 헤매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나니
아~~~
이번엔 또 다른 역경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ㅠ.ㅠ

엘리의 다음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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