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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일본의 고기집,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by 스마일 엘리 201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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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국인이니 채식주의가 아닌 이상 육식 인간이라는 것은 다 아실테고...
하늘이 어찌 이리 짝을 잘 찾아서 맺어 주셨는지 저 역시도 남편 못지 않은 육식 인간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사실 저희 남동생도 고기라면 환장을 하는지라, 이 어린 자식들 입에 고기 한점 더 넣어 주고자 저희 친정 어머니는 저희들을 위해 학교 가기 전에 아침 식사로 삼겹살을 구우셨다지요 ^^;;;
저는 다른 집도 다 아침으로 삼겹살 구워 먹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친구들한테 아침밥으로 삼겹살 먹고 왔다고 하면 못 먹을거 먹고 온 사람마냥 쳐다 보길래, '아~ 이건 평범한게 아니구나' 알게 되고, 그 뒤로는 삼겹살을 먹어도 먹었다고 말 하지 않았답니다. 안 먹을수는 없잖아요. ㅋㅋㅋ

이제는 매일 매일 고기를 먹어야 하는 남편을 만났으니 천생연분이라면 천생연분이겠죠 ^^
저희 엄마는 저를 지금까지 육식녀로 키워 오셔 놓고는 이제 와서 주식으로 고기를 먹는다니 걱정을 하시며

니 신랑은 고기 먹어도 너는 먹지 마!!!야채나 먹어

저와 남편은 본질적으로 체질이 다르기에 남편은 괜찮지만 저는 육식을 해서는 안된다며 바다 건너 한국에서 잔소리를 하십니다만....
너무 멀어서 말리러 오실수도 없을테니..
전 오늘도 육식을 합니다. ^^

지난 주말에 남편과 고기집에 갔는데요, 일본에서는 고기집을 " 야끼니꾸야" 라고 불러요. 일본의 고기집과 한국의 고기집은 분위기랄까, 고기를 주문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일본의 고기집 분위기를 알려 드리고자 이 포스팅을 준비했답니다.
블로그 이웃이신 "료"님께서 일본의 일상적인 모습이 궁금하다고 하시기도 했구요 ^^

제가 간 곳은 저희 동네에 있는 "쟝쟈카(じゃんじゃか)라는 야끼니쿠야입니다. 
korean style yakiniku라고 간판에 씌여져 있지만 한국의 고기집 보다는 보통 일본의 고기집과 다름없는 곳이예요.
아마도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야끼니꾸"의 유래가 한국이기 때문에 korean style이라고 했나봅니다.  

우선 일본 고기집에 가시면 제일 먼저 한국과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고기를 굽는 '집게'입니다.


집게가 두개입니다. ^^
남편과 저, 두 사람이 갔기 때문에 집게도 두개인데요, 한국은 고기집에 집게가 테이블당 하나씩 나오지만 일본은 집게가 사람수대로 나옵니다.
사실 한국에서 고기 먹을 때 집게가 하나이다 보니 고기 굽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잖아요. 특히나, 제가 다년간의 육식 경력으로 인해 고기를 좀 맛있게 잘 구워요 ^^;;;
그러다보니 고기 먹으러 가는 자리에 가면 다들 저에게 집게를 양보해 주기도 하고, 또 제가 훨씬 잘 굽는데 남이 굽고 있는 것 보면 저도 모르게 집게를 뺏어 들고 굽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열심히 구워서 잘 익은 고기 배급해 주다 보면 저는 얼마 먹지도 못하고, 그게 늘 억울했는데 일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요. 자기 고기는 자기가 구워서 먹으면 되거든요. ^^
아~ 정말 합리적인 시스템!!!!
이것이 바로 제가 한국 고기집 보다 일본 고기집이 더 좋은 이유랍니다. ^^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집게도 젓가락처럼 개별 봉투에 들어 있습니다.




바로 요렇게, "니만 굽나?" "나도 굽자" 하며 사이 좋게, 함께 고기를 굽습니다.
아니, 제가 사진 찍는 사이에 남편님하는 벌써 잘 익은 고기 한점 잽싸게 집어 가시는군요....



그리고 일본의 고기집이 한국의 고기집과 가장 큰 차이점은요, 고기의 종류를 다양하게 주문해서 먹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불판 하나당 고기의 종류는 한가지 종류로 통일해서 먹는게 대부분이잖아요.
삼겹살이면 삼겹살, 돼지 갈비면 돼지 갈비 이런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일본의 고기집에서는 1인분의 양이 병아리 눈꼽보다 조금 많은 양이라 여러가지 고기를 1인분씩 주문해서 먹습니다.
특히 일본 전국 체인점인 "규카쿠"의 경우는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부담없이 이고기 저고기 시켜 먹을 수 있어요.
2012/03/18 - [일본 여행기] - 일본의 무제한 고기 뷔페 규카쿠-지역별 매장의 위치와 액세스 방법
2012/03/17 - [일본 생활기] - 일본에서 무제한으로 고기를 먹자 - 규카쿠 (牛角)


하지만 단품으로 1인분씩 여러고기를 주문해서 먹다 보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4~6가지 종류의 고기를 조금씩 다 맛볼 수 있도록 셋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셋트 메뉴를 주문했어요~


위의 사진에 동그란 고기는 "규탕' 이라고 하는 소의 혀 고기 입니다. ^^;;;;
저도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규탕을 먹어 봤는데요, 여물을 씹느라 낼름 거리는 두껍고 긴 소 혀가 자꾸 연상되서 못 먹겠더니만 별 수 없는 육식녀인지라... ^^;;;
일본인들들은 규탕 뿐만 아니라, 돼지의 혀인 '톤탕'도 즐겨 먹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고기는 어린 돼지 고기인 "피토로"라는 것인데요, 한국의 삼겹살과 비슷한 맛인데, 조금더 쫄깃하고 식감이 좋아요.



이건 각종 고기의 모듬인데요, 갈비, 로스구이, 닭고기등, 5종류의 고기가 소량으로 담겨져 나왔습니다.
양념에 재워진 고기도 있지만 양념맛이 한국의 갈비맛 처럼 강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테이블에 준비해 놓은 소스에 고기들을 찍어 먹습니다.
마치, 회를 간장에 찍어 먹는것 처럼요.



셋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던 비엔나 소세지
은근한 열에 천천히 구워야 해요.
저희는 뭣도 모르고 강한 불위에 올려서 굽다가 신종 비엔나 미사일의 위력을 경험했거든요.
소세지 파편과 육즙의 공격력은 적들에게 2도 화상과 순간적인 패닉을 주므로, 전시에 무기 대체 가능 식량으로 아주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한국의 고기 불판에는 고기와 김치와 마늘이 기본 3종 셋트인데... 일본 고기집 불판은 뭔가 단촐하면서도 다양하지요? 비엔나 소세지, 단호박, 양파, 갈비, 닭고기 등등...
그도 그럴것이, 일본 고기집은 고기를 이미 잘게 썰어 나오기 때문에 한국처럼 고기 두줄 올려 놓으면 불판이 꽉 차는 일은 없답니다.
그리고 식탁에서 가위 쓰는 일도 없구요.
일본인들이 한국의 식탁 문화중에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식탁에서 가위를 사용하는 것이래요.
물론, 미국인인 제 남편도 가위를 쓰는 것에 놀라더라구요.


한국 스타일 고기집이므로 육개장,순두부 찌개, 김치 찌개, 비빔밥등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한국 메뉴가 있습니다.
하지만 메뉴만 한국 이름일 뿐! 맛은 한국의 맛을 기대하면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더 달고, 덜 맵거든요
이곳에 파는 모든 국물류는 거의 다 맛 봤는데 저는 도저히 한번 먹고 두번은 못 먹겠더라구요.

그래서 돌솥 비빔밥(이시야끼 비빔바)을 주문했습니다.


여기서도 또 한국과 일본의 다른점이라면...
이 비빔밥을 직원이 직접 비벼 준답니다.
모든 야끼니꾸집이 다 그렇지는 않을거라 생각되지만 제가 갔던 규카쿠와 쟝쟈카는 항상 직원이 비벼 주더라구요.


물론 비비기 전에 "비벼 드릴까요?" 라고 물어 봅니다.
전 비벼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대신에 고추장은 제가 직접 넣겠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제 입맛에 맞게 고추장을 듬뿍 듬뿍 짜서 넣으면 직원 눈이 튀어 나올려고 해요 ㅎㅎㅎㅎ
늘 말씀 드렸듯이 전 보통 한국인들보다 더 매운것을 잘 먹는 사람이라... 보통 가지고는 성에 안 차거든요.




고기도 먹고, 밥도 다 먹었으니 후식을 먹습니다.
일본 고기집에는 이렇게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물론, 무료는 아니구요, 따로 주문해서 먹어야 해요.
한국에서도 일부 고기집에서는 무료로 소프트 아이스크림등을 제공하고 있더라구요.
일본에서는 제대로 된 다양한 메뉴의 디저트들이 있습니다.
보통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 종류로 느끼한 속을 시원하게 달랠 수 있는 것들이예요.

이 정도 먹고 나면 한국에서 고기 3인분에 된장찌개에 밥 한그릇씩 먹고, 후식으로 미스 자판기양이 타 주는 다방 커피 한잔 마신것과 똑같은 포만감이 밀려 옵니다. ^^

일본의 고기집 간접 체험, 괜히 읽는 여러분들 배만 고프게 한건 아닌게 모르겠네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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