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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경제관념 다른 미국인 남편, 한국인 아내에게 돈관리를 맡기기까지....

by 스마일 엘리 201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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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의 개인신용 평가 점수에 해당하는 "크레딧 스코어"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본문에 쓰지는 않았지만 덧글로 미국인들의 경제관념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빚을 지고 사는것이라 부담 스럽지만, 미국인들에게 할부 제도가 이미 생활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할부로 구입하고, 그것을 나눠서 갚는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크레딧 점수도 유지가 되고, 쌓이기도 하는것이죠.
그들은 이 크레딧 점수를 성인이 되서 관리하기 시작하는것이 아니라, 이미 아이일 때 부터 부모가 크레딧 점수를 쌓아주기 시작한답니다.
자신의 크레딧 카드 계좌에서 아이 이름을 추가해서 크레딧 카드를 발급하고 부모의 지도하에 카드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그때부터 부모가 아이의 크레딧 점수도 함께 관리해서 성인이 되면 자신의 크레딧 점수는 스스로 관리하게 되는것이죠.
크레딧을 쌓는 일이 미국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일부 카드 발급처에서는 18세 이하에게도 개인 명의로 신용 카드 발급도 가능하답니다.

이렇게 어린시절부터 카드 사용을 해 왔기 때문에 카드 사용법에 대한 인식이나 경제 관념이 한국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미국인 남편과 저 역시도 이 문제로 한차례 의견 대립이 있었더랬죠.

결혼하고, 자연스럽게, 돈 관리는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돈 관리의 문제는 "경제권 싸움"이 아닌 " 귀찮은 일을 누가 떠 맡느냐"에 가까워서 저보다 더 게으른 남편이 덜 게으른 저에게 귀찮은 돈 관리를 떠 넘긴것이죠.
사실 미국에 사는 동안은 제가 미국 물정에 어두워, 렌트비는 어떻게 내고, 각종 공과금도 어떻게 내는지 몰라, 그냥 남편이 다 알아서 했었답니다.
하지만 매달 잊어 버리지 않고, 제때 제때 공과금과 렌트비 납부하는것이 얼마나 신경쓰이고 귀찮은 일인지 깨달은 남편은 저에게 방법을 알려 주고, 하나씩 부탁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 제가 다 하고 있더라구요. ㅡ.ㅡ;;
그러다 보니, 결국 저희 가정의 경제 흐름은 제가 훨씬 더 잘 파악하게 되고, 돈 관리도 제가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제가 돈 관리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의견차이가 생겼습니다 .
저는 남편의 월급이 들어오면 렌트비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매달 일정액을 저축하고, 나머지 돈으로 한달을 생활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제가 돈관리를 시작한 첫달에 적금액을 미리 적금 계좌로 송금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우리가 한달동안 남겨 놓은 금액보다 더 많이 쓸지도 모르는데 왜 미리 적금을 해 버렸냐고, 적금은  쓰고 남은 돈을 적금하는 것이라지 뭡니까?? ?
제 생각은 쓰고 남은 돈을 적금하면 매달 남는 금액이 들쑥날쑥 할테고, 심지어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적금을 못하는 달도 있을테고, 돈이 쉽게 모이지도 않을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무조건 적금액은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나머지 금액에 맞춰서 생활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래도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다고 의식하고 돈을 쓰면 아껴쓰게 되니까요.
하지만 남편은 통장에 돈이 충분히 들어있지 않아서 카드를 쓸때마다 불안함을 느끼는게 싫고, 현금을 거의 소지하지 않고, 아주 작은 소액까지 카드로 구매하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만약 카드에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카드결제를 할 수 없는 일이 생길까봐 불안하다며, 그냥 한달동안 쓰고, 남은 금액을 저축하자고 하는 겁니다.

남편의 말도 이해가 되지만 제 의견을 포기하기에는 저희들의 미래를 포기(?) 하는것 같아 서로 절충안을 내놓았죠.
미리 적금액을 적금하되, 생활비 계좌의 금액이 일정금액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시키고, 만약 그 금액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는 적금 계좌에서 다시 돈을 빼와서 생활비 계좌에 보충시키는것으로요.
좀 복잡한가요??

쉽게 예를 들자면, 생활비 계좌에 생활비와 여유돈을 포함해서 $2000불을 넣어두고, 그 계좌의 잔고가 $1000불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시키라는 것이죠. 만약 월급날이 되기 전에 생활비 계좌의 잔고가 $800불이 되었다면 월급날까지 쓸 돈과 $1000불의 잔고 유지를 위해 $500불 정도를 적금 통장에서 빼와서 다시 생활비 통장에 더 입금 시켜 놓는 식이죠.
(실제로 이 금액이 아니라 예를 들어 쓴 금액입니다)

이 의견에 동의하긴 했지만 솔직한 마음은 최대한 적금 통장에 있는 돈은 손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돈이라는게 항상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다 보니, 어떤 달은 예산보다 더 많은 지출이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생활비 계좌의 일정 이상의 잔고 유지를 위해 적금 통장의 돈을 빼서 생활비 계좌로 옮겨야 할 일이 생기더라구요.
(저희가 가진 미국의 적금 계좌는 한국 적금 계좌와는 달리 돈의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적금을 깨고, 새로 붓고, 그런 개념이 아니예요 )

남편과의 약속은 약속이니 남편이 원하는대로 해 주되, 약간의 꼼수를 쓰기로 했지요.
뭐, 일명 "눈가리고 아웅" 작전이라고나 할까요?
월급날이 가까워졌을 때, 생활비 계좌의 잔고가 $1000 이하가 되면 남편의 의견대로 적금 계좌에서 일정액을 빼와서 다시 채워 넣습니다.
급여일에 월급이 들어오면 매달 적금하는 적금액 + 적금 계좌에서 빼온 금액을 다시 적금 계좌로 송금해 버리는거죠.
그러면 적금계좌의 돈은 제가 계획한대로 매달 일정금액이 쌓이게 되는거고, 남편의 요구도 들어주게 되는거니까요.
또 어떤달은 생활비 계좌에 돈이 많이 남는 달도 있기 때문에 남는 금액은 플러스로 또 적금 계좌로 보내 버립니다.

그렇게 몇달간 꾸준히 했더니 어느날 남편이 우리 적금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얼마정도 라고 했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며

허어억~??? 우리 언제 그렇게 돈을 모은거야???

라고 하더라구요.  (저희가 돈이 많아서 놀란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 )
남편이 놀란 이유는요, 지금까지 남편은 자신의 경제 관념으로 돈을 관리 해왔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목돈 만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매달 쓰고 남는돈을 적금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겨 온 사람이니 항상 여유있게 돈을 쓰고, 조금 남은 것으로 적금을 해봤자 얼마나 했겠어요?
하지만 저와 결혼하고, 제가 돈관리를 시작하면서 무조건 일정금액을 적금부터 먼저 하고, 남는 돈으로 생활을 하니 당연히 짧은 기간이라도 돈이 금방 금방 모이게 되는거죠.
이렇게 관리하고, 그 결과를 보여줬더니 남편은 저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돈 관리는 철저하게 제 방식대로 하는 것으로 순순히 따라주더라구요.
저희의 생활비 계좌에 돈이 남아 있는 한, 남편의 지출에 전혀 터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자신의 식비 이외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금액에 상관없이 저에게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기 시작하더라구요. 정말 큰 변화였어요.

이렇게 해서 저희 두 사람은 돈 관리에 관한 신뢰와 방식에 대해 서로를 인정하게 되었답니다.
"적금이란 쓰고 남은 돈을 하는 것이다" 라는것이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인지, 저희 남편의 사고방식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문제로 저와 같이 미국인과 국제 결혼한 친구들과 상의했을 때, 3명의 미국인 남편들이 저희 남편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아마도, 저희 남편이나 친구들의 남편들이 싱글로서의 삶을 끝낸 지 얼마 안되어 경제 관념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뀔 것 같지 않던 남편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고, 적금의 개념이라는 것도 생기고, 돈을 모으고, 또 모이는 재미도 알게 된 것이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정 경제를 잘 이끌어 준 저를 고맙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경제 관념 다른 남편에게 무한 신뢰를 얻은 이야기, 보통 한국인 아내들이 하고 있는것을 제가 했을 뿐인데, 그 효과가 상당하죠??
고로, 한국인 아내들이 내조의 여왕들임에는 틀림 없는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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