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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미국인 남편의 극단적인 해결책

by 스마일 엘리 201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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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저희 남편을 너무 귀여워 하셔서 저희 남편이 자기가 귀여운줄 알아요... 어쩌죠?? ㅡ.ㅡ;;;;;
그래서 오늘은 남편이 저에게 저지른 만행을 까발려 볼까....... 합니다만....
최근 저희 부부싸움했다는거 아시죠?
여러분들께 오늘은 고자질 좀 할테니 꼭!! 꼭 제편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 일은 저번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남편의 생일이였죠.
이번 생일은 No balloons, No decoration, No cake을 강조하길래, 이런 돈 안들고, 몸 안 힘든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드리리다~ 하며 정말로 아무것도 준비안 할 작정이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케잌은 있어야겠기에 아이스크림 케잌만 주문해 놓았더랬죠.
저녁 식사는 밖에서 외식이나 하지 뭐~ 하며, 생일 당일날도 그렇게 전 탱자 탱자 했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무 아무것도 준비 안했다는 걸 티 낸 탓일까요?
생일 당일에 남편을 데리러 가려고 하자, 직장 동료들이 케잌을 준비해서 파티를 해 줬다며 케잌 사진을 보내 왔더라구요.
그리고는 생일주를 한잔씩 사준다고 했다며 저한테 5;30분쯤에 데리러 오라는겁니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 6;30분에 오라고 문자가 오더니 한 30분 지나니 이번엔 8;00시, 그러다 6시쯤이 되자 9;00라고 문자가 온 것이죠.
그때 띵~ 하고 열 받기 시작했죠.
아니 8시까지도 봐줄려고 했는데, 9시까지 오라는 말은 저녁도 저랑 같이 먹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9;00 라는 문자를 보자마자 너무 화가나서 "그냥 택시타고 와! "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알았어, 돈내줘" 라고 답장이;;;; 
뒷골이 확 땡기면서 분노의 퐈이어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더군요.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하지만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술 마실 기회도 없는데다가, 술도 일년에 한 두번 마실까 말까 하는데, 다른 날도 아니고 생일인데 그냥 마시게 해 주자 싶어서 전 집에서 혼자 신라면에 밥까지 말은 머슴밥을 먹고, 잠시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는 한 9시쯤 되었을까요??
휴대폰이 쉴새 없이 울려 대는 소리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제 휴대폰에 난리가 났더라구요.
페이스북에 메세지가 엄청 와 있는데, 신랑 동료들이 저한테 신랑이 너무 취해서 정신을 잃었다며, 택시 태워서 갈테니 주소를 알려 달라는 것이였죠.
(동료들이 제 전화 번호를 모르니 페이스북으로 메세지를 보냈더라구요)
심지어는 한 동료의 방에 오바이트까지 해 놓고 잠들었다는거예요 ㅠ.ㅠ
이건 뭐 너그럽게 용서 할래도 용서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게다가 주소를 알려 달라던 동료는 아무래도 택시를 태워 가는 것도 무리이니 자기 방에서 재우겠다길래 그러라고 했죠.


(나 **야, **가 니 남편한테 50잔이나 술을 줘서 내 방에서 뻗었어, 그리고 이제는~~ 때문에 집에 데려다 줄 수가 없어) ==> 남편 친구도 어지간히 곤란했나봅니다. ㅡ.ㅡ;; 문장 중간에 어찌나 욕을 써놨는지 자체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만;;;;;

 


                   (남편 친구가 걱정하는 저를 위해 이렇게 이불까지 잘 덮어 줬으니 걱정 말라며 사진을 보냈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6시쯤 남편이 깨어 났는지 저한테 데리러 오면 안되냐고 문자를 보냈다가 제가 답장을 안했더니 자는 줄 알고는 기다렸다가 8시 반쯤 되자 다시 문자가 오더라구요.
데리러 와 달라고 정말 미안하다며...
무시했죠.
그랬더니 전화가 와요.
전화 받아서 택시타고 오랬더니 일본어 못해서 택시 못 탄다며 제발 데리러 와달라고 사정하길래 싫다고 하고 알아서 오라며 전화를 끊었죠.
그때부터 문자로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답니다.

자기는 친구랑 매일 만나서 점심 먹고 놀고, 심지어는 한국 여행도 가면서 나는 단 하루, 내 생일에 친구들과 술 마신것 뿐인데, 그것도 이해 못해?

친구랑 술 마셔서 화난게 아니라, 자기 생일에, 나는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내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자기가 말을 전혀 안 했으니 내가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잖아~

이것으로 문자 대전이 시작되었죠.
그러다 좀 밀린다 싶었는지 이제 저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는다고 찾은 것이

내가 실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요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어, 자기는 모르지? 내가 얼마나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지? 그래서 그걸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고, 그냥 생일을 핑계로 마신 것 뿐이야!!!

그랬어? 그렇게나 힘든데 왜 나한테 왜 말 안했어? 말 안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나도 스트레스 많아.

항상 자기와 함께 하다가 어제 딱 하루 자기랑 함께 보내지 않아서 이러는거야? 알잖아 난 항상 자기랑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거... 하지만 요즘엔 자기 블로그 한다고 매일 바쁘다고만 하잖아  ( ㅡ.ㅡ;;; )

실은 너무 맞는 말이라 말문이 탁! 막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뭔가 강한 맞대응이 필요했죠.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ㅋㅋㅋ

자기는? 자기도 매일 게임 하잖아, 내가 왜 블로그 시작했는데? 자기가 매일 게임해서 나도 옆에서 컴퓨터로 뭔가 할것을 찾아야 했고, 그게 블로그였어.

그래도 나는 자기랑 시간 보내려고 같이 영화 보자고 하면 자기 뭐라고 했어? 나 블로그 해야 돼!! 이랬잖아

솔직히 자기 게임하다가 지겨울때 나한테 영화 보자고 한거잖아!!! 오히려 내가 저녁 준비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했는데 자기는 게임하러 올라갔잖아.
(요건 요리할 때 함께 해 달라는 말이 아니라, 요리하는 동안 제가 심심하지 않게 옆에서 말 동무가 되어 달라는 부탁입니다)

게임 하러 가기 전에 항상 자기한테 게임해도 되냐고 물어봤잖아. 그리고 자기가 해도 된다고 해서 했잖아.

내가 안된다고 하면 자기가 입술 내밀고,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플리즈~" 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어떻게 안된다고 해? 나한테 물어봤을 뿐이지, 내가 싫다고 해도 결국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한거나 마찬가지잖아!!!

저희는 이제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서로의 잘못을 들춰내기 바빴죠. ㅡ.ㅡ;;; 
이것이 원래 부부싸움의 기본 코스 아니겠습니까? 좀 더 나가면 지나간 과거 다 끄집어 내고.. 뭐 ㅡ그런것이죠.  

그렇게 문자로 치열한 공방전을 한판 벌이고 난 후 남편은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는 샤워를 하더니 2층에서 뭔가 달그락 달그락~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 와서 제 옆의 쇼파에서 잠을 자더라구요.
(침실에서 자도 되는데,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무언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이였죠 ㅋㅋㅋ )
저도 다른 쇼파에서 잠 들었다가 저녁때가 되어 남편에게 산조쿠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제 눈치를 흘끔흘끔 살피더니
제가 가고 싶으면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날이 바로 땡스기빙이였죠. 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저희는 부부싸움 한판 거나하게 하고 어색하게 산조쿠에 다녀 온 것이였답니다. ^^;;;
 2012/11/23 - [일본 생활기] - 일본 산 중턱에서, 우리끼리 조촐한 땡스기빙 디너를...

집에 와서 블로그 해야지~ 하고 컴퓨터방에 들어왔는데.....
이런~ 맙소사!!!!!!!!!!!!!!!!



남편 책상에 있던 컴퓨터가 없어진거 있죠!!!!!!!!

너무 놀라서 남편에게

자기야, 자기 컴퓨터가 없어졌어!!!!!!

내가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해서 자기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다고 하길래, 그냥 벽장안에 넣어 버렸어.

아니..... 이...... 이건 너.....너무 극단적이잖아!!!!!!!
전 남편이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불만은 아니였는데 말이죠.
다만 남편이 제가 블로그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 하는것을 걸고 넘어지길래, 전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컴퓨터 게임 얘기를 꺼낸것 뿐인데...


부부 관계의 회복을 위한 남편의 노력은 참~ 고맙고 눈물 겹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노력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남편의 노력은 사실 저의 블로그 인생에도 잠시나마 큰 타격을 줬지요.
왜냐!!!
항상 저녁 식사 후, 남편은 컴퓨터 게임을, 저는 블로깅을 했는데 남편이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며 컴퓨터를 치워 버렸으니 저도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블로그 할 시간도 없어진것이죠...
이거 완전 난감~

오히려 제가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야, 컴퓨터 연결해서 게임해!!! 괜찮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난 사실 자기가 컴퓨터 게임하는거 그렇게 불만은 아니였어~ ^^;;;;

라며 제가 판 무덤에 심청이 임당수에 뛰어 내리듯, 그렇게 스스로 뛰어 내리는 발언을 하고야 말았죠...
ㅡ.ㅡ;;;

그러나 남편은 단호하게

아니야, 그럴수는 없어. 나는 컴퓨터 게임때문에 자기와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아.

라며, 제 속마음도 모른채, 아주 대쪽같은 의지를 보여 주더라구요. ㅠ.ㅠ
그때부터 저만 똥줄이 탔던거죠.
같이 쇼파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 아~ 블로그 해야 되는데!!!" '아~ 덧글에 답글 달아야 되는데!!!'

이건 뭐, 이번 부부싸움에서 제가 승리했다며 속으로 '에헤라디야~ 풍악을 울려라~' 하며 북치고 장구치고 좋아했더니만 알고보니 이것은 치밀하고도 교묘한 연장전이였던거죠.
그래서 저도 질수없다!! 라며 타는 똥줄을 붙잡고, 남편과 영화를 보고, 함께 자러가서 남편을 재운 뒤, 동트기전 새벽 4시에 일어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야만 했던 지난 며칠간의 눈물 겨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것이였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2/11/23 - [일본 생활기] - 일본 산 중턱에서, 우리끼리 조촐한 땡스기빙 디너를...
2012/11/24 - [일상 생활기] - 미국인들의 땡스기빙 파티는 어떤 모습일까?
이 두개의 포스팅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면 그때 당시 저의 말 못할 속사정이 곳곳에 눈에 띌겁니다.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됐냐구요?
제가 남편 바짓가랑이 붙잡고

제발 자기 컴퓨터 연결해서 게임좀 해줘~ 제발 부탁이야. 새로운 게임 뭐 없어?? 다~ 사!! 다!!!! 얼마야 그거? 내가 사줄게.

라며 애원했죠 ㅡ.ㅡ ;;;;;;;;;;

그리하여 4일간 벽장에 방치되어 있던 남편의 컴퓨터는 어제 드디어 연결이 되었습니다.
우헤헤헤헤헤헤   ^ㅡㅡㅡㅡㅡㅡ^
(이거 부부싸움 완패를 인정하는 씁쓸한 웃음이여야 하는데 ^^;; 뭐가 이리 해맑아??  )

guild war 2라는 게임도 제가 사줬어요 ^^;;;;;
남편이 열심히 게임하는게 우리 부부의 관계 회복을 돕는 길이라며...
그리고 전 지금 그 옆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블로깅을 하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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