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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미국인 남편, 부대찌개 먹고 반성한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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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운전 면허증이 없는 남편 때문에 제가 아침 저녁으로 남편 출퇴근 시켜 준다는거 다들 아시죠?
퇴근 시간에 맞춰 남편을 태우러 가면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항상 묻는 질문이 있어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그런데 제가 지난번에 한국 갔을 때 부대찌개를 일본인 친구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남편에게도 부대찌개를 만들어 주고 싶어, 지난 월요일에 재료를 다 준비해 뒀지요.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김없이 물어오는 남편의 질문에 "부대찌개" 라고 답했더니 그게 뭐냐길래, 부대찌개의 탄생 배경을 설명해 주며, 주 재료가 소세지와 스팸이 들어간다고 말해 줬어요.
그랬더니

오늘은 왠지 피자가 먹고 싶은데... 우리 피자 먹으면 안돼?

라며 착한 어린이 모드로 부탁하길래, 월요일은 피자로 떼웠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또 메뉴는 뭐냐길래 "부대찌개" 라고 했더니 갑자기 침묵!!!!
그래서 먹기 싫은거냐고 했더니 실망한 얼굴로

아니, 하지만 오늘은 미국 음식이 먹고 싶어! 

뭐야, 어제 우리 피자 먹었잖아!!! 난 어제 피자 안 먹고 싶었는데 자기가 먹고 싶대서 먹은거야!

난 오늘 점심도 안먹어서 배가 몹시 고픈데, 자기도 알겠지만,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은 많이 안 먹히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자기도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은데 나 때문에 미국음식 먹어야 되는 날이면 먹기는 먹지만, 많이 먹고 싶지 않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만, 자기도 분명 좋아할거야, 그리고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거야.

그러자 삐진 어린이 모드가 되어서는 입이 댓발 나오더니 "치" 하면서 또 팔짱을 끼는 겁니다.
이거 저희 남편의 주특기!!!! 2012/10/09 - [일상 생활기] - 미국인은 애교가 없다고? 예외를 보여주마~ 미국인 남편의 필살기 애교
하지만 이것이 100% 통하는 건 아니랍니다. ^^;;; (그럼 버릇 없어져요!!!)
어떤 음식인지 보지도 않았고, 먹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렇게 투정부리는게 얄미워서 저도 화났다는 듯

자기 입맛에 맞을지 안 맞을지 먹어 보지도 않았잖아, 어쨌든 오늘의 메뉴는 부대찌개야!!!
일단 먹어보고, 입맛에 안 맞으면 맥도날드 데려다 줄게!!!

했더니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협상(?) 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무말 없더라구요.

집에 도착해서 식탁위에 휴대용 가스 버너를 올리고, 미리 재료 손질해서 가지런히 담아 둔 냄비를 꺼내와서 가스 버너에 올렸답니다.


버너위에 올려 진 부대찌개 재료들을 보더니

이게 그 핫도그 찌개야?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세지라고 자기 맘대로 핫도그 찌개라고...ㅡ.ㅡ;; )

핫도그 찌개가 아니라 "부대찌개" 라니까!!!!!!

어쨌든 내가 안 좋아하면 분명히 맥도날드 데려가 준다고 약속했지?

하며 제게 다시 한번 약속을 받아 냅니다.


월요일에 먹을려고 만들어 두었던 양념장은 하루를 묵혔더니 숙성이 되서 더 깊은 맛이 나고, 그날따라 멸치 육수도 뭉근히 오래 끓여 진한 것이, 왠지 맛있는 부대찌개가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부대찌개가 끓어 오르기 시작하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니, 내내 못마땅한 티를 내던 남편도 제 눈치를 살피더니

소세지 먼...저 먹어도..... 돼...???? 

하며 제가 허락도 안 했는데 이미 젓가락은 소세지를 집어 들었더군요. ( 너 뭐니? )
그리곤 야금 야금 제 눈치를 살피며 하나씩 몰래 건져 먹기 시작하더라구요.
드디어 부대찌개는 바글 바글 끓기 시작했고, 딱 먹기 좋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빨리 먹고 싶어 안달이 나서는 이제 먹어도 되는거 아니냐며 보채기 시작하더라구요.

기다려봐! 마지막으로 사리가 들어가야 진정한 부대찌개가 되는거야

하며, 남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우동 사리를 투척!!!


그리고 완성 되었다며 먹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려 주었지요.
그랬더니 쳇!
숨은 쉬고 먹는건지, 소세지며 스팸이며, 버섯, 김치까지 아주 골고루 어찌나 잘 골라서 드시던지;;;;;
평상시 찌개류를 먹을 때는 밥 따로, 찌개 따로 먹는 사람이 이날은 밥과 찌개도 함께 먹더라구요.
남편에게 조금 칼칼했는지, 땀을 흘리기 시작하고, 콧물까지 훌쩍이면서 몇개 남지 않은 소세지를 양보할 의사도 전혀 없고, 혼자서 쏙쏙 잘도 골라 먹습디다.
'조금전까지 오늘은 한국 음식 안 땡기는 날이라, 별로 많이 못 먹겠다고 한 사람 맞나?'
먹기 시작한지 10분이나 됐을까요?
이미 건더기들은 없고, 졸아들은 국물로 냄비 바닥이 보일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죠.

(비꼬듯) 모자라면 우리 맥도날드 갈까???

그랬더니 자기도 좀 민망한지 실~ 웃으며 눈치를 보더니

아니!!! 그 대신 소세지 사리를 좀 추가하면 안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요!!!
분명히 좋아할것 같았거든요.
남도 아닌, 제가 남편의 입맛을 모를리가 없잖아요.
매콤한 국물에, 초딩 식성을 가진 남편이 소세지, 스팸을 마다할리 없으니, 분명 입맛에 맞을거라 생각했는데 먹어보기도 전에 남편은 그 이름과 탄생 배경만으로 부대찌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먹기 싫었던것이였죠.
그랬던 남편이, 밥은 잘 먹지도 않는데, 이날은 왠일인지, 밥도 두그릇이나 먹더라구요.

배부르게 잘 먹고, 든든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저에게 다가와서 언제나처럼 저녁상을 차려 준것에 대해 인사를 합니다.
저녁 고마워 자기야!

그리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아까전에 미안했어. 어떤 음식인지 먹어 보지도 않고 먹기 싫어 했던거, 정말 미안해. 내가 나빴던 것 같아.

라며 사과까지 하더군요!!! (놀라워라!!!!!! )


이로써 남편은 음식을 먹어보기 전에 절대 투정 부려서는 안된다는 큰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대찌개가 정말 입에 잘 맞았나봐요.
마지막에 약간의 국물과 소세지 2개가 남은거,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음날 제가 점심때 밥 볶아 먹었거든요.(김넣고, 김치 다져 놓고, 참기름 약간 넣고 )
그런데 수요일 저녁에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더니

어? 핫도그 찌개가 없어졌어!!! 그거 나 먹으라고 넣어둔거 아니였어??

@.@
착각은 자유라지만, 왜 자기 맘대로 그게 자기꺼라고 생각하는건지;;;;; 
이 남자, 웃기고 있네요, 진짜!!!!

****추가 포스팅*****
엘리표 부대찌개 레시피

재료: 소세지, 스팸, 다진 김치, 베이크드 빈스-->빈스는 2큰술  (요 네가지는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이것이 부대찌개 전문점의 맛 따라 잡기의 비결이거든요, 빈스가 아주 중요합니다!!)소세지, 버섯, 떡국떡, 대파 

양념장 만들기: 고추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간장 1큰술, 된장 1작은술, 청주 1큰술, 생강 가루 약간
                   (먹기 1시간 전에 만들어두어서 숙성될 시간을 주세요) 

육수: 간단한 방법은 시중에 판매하는 사골곰탕 육수 넣으면 끝이지만, 전 멸치 머리따고 내장 따서 중불에 은근히 끓여서 육수를 진하게 내어서 사용했어요. 

양념장은 우선 1/2 정도만 넣어서 끓여 보시고, 간이 안 맞으면 조금씩 더 첨가해서 입맞에 맞게 간을 맞춰 드시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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