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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스로 밝히는 저의 치명적 단점은...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애교 없음' 입니다.
이런 저를 누구보다 제일 심하게 구박했던 건, 전 남친도 아닌, 현 남편도 아닌, 저희 친정 엄마셨죠.
"가시나가 되어가지고, 무뚝뚝하이, 애교도 한개도 없고~ " 라시며 타박하셨지만 선천적으로 애교 유전자를 저에게 물려 주지 않으셨고, 후천적으로 저에게 애교란 이런것이다~ 보여 주신 적이 없는 친정 엄마 탓인데도,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ㅋㅋㅋ
어쨌든 제가 결혼한 남자는 미국 남자고, 미국 남자에게는 애교 같은게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익히 들었던지라, 나의 뻣뻣함을 숨겨가며, 남편 앞에서 오글거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했더랬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결혼한 이 남자, 게다가 한국인도 아닌 애교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 미국인 남편이 세상에~
나도 가지지 못한 '애교' 라는걸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남편에겐 여러가지 애교 카드가 있는데요, 그 중에 자기 뜻대로 안되거나, 자기 의견을 관철시킬 때 쓰는 애교가 있어요. 그것도 단계별(?)로 진행돼요. ^^;;
남편의 애교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일요일에 남편이 맥도랜드를 가자고 제안해 올 때 거절하면 됩니다.
보통은 흔쾌히 그러자고 하지만 정말 햄버거가 땡기지 않는 날은 제가 한숨을 내 쉬며 "또? 난 오늘은 안가고 싶은데... " 라고 하면 필살기 애교 1단계에 들어갑니다.
1 단계: 불쌍한 표정 지으며 입 내밀기
이 아기처럼 귀여운 얼굴로 입 내밀면 1단계로 끝나겠지만, 저희 남편은 요렇게 귀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민 입술 만큼은 정말 귀여워요 ㅡ.ㅡ;;;;;;;
어쨌든 입술을 최대한 내밀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저에게 묻습니다.
"왜??? " 라며....
"오늘은 왠지 맥도랜드가 땡기지 않아~ "라고 하면 다음 단계에 들어 갑니다.
2단계: 팔짱끼고 90도 각도로 휙 돌아서며 "치!" 삐진척 하기
(아니, 자기가 무슨 일곱살 먹은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런 모션은 어디서 배웠는지;;;
저 연애할 때, 남편이 갑자기 삐져서 입 내밀더니, 팔짱 끼고 휙~ 돌아서며 "치" 하길래 속으로 "뭐꼬? 이기 미칬나 지금? " 했다니까요!!
그도 그럴것이 여자인 나도 해 본 적 없는 이 부끄러움 난이도 "상" 동작을, 다 큰 남자가 그것도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이 이러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이 단계가 오면 저는 어린애 달래듯 "뭐가 문제야?" 라며 물으면서 어깨를 톡톡 건드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남편이 "NO"라고 하며 팔짱 낀 채 어깨를 휙~ 한번 더 돌리는 기회를 줄 수 있거든요.
(이때는 딱 7살 여자애가 따로 없음!!! 목소리도 어찌나 앙칼지고 단호하게 "NO!" 라고 하는지;;; )
그럼 전 "그러든지 말든지" 라고 하며 무관심으로 맞대응, 제 할일을 하면 남편은 3단계에 돌입합니다.
3단계: 팔짱 낀 채, 의자 (또는 쇼파)에 다리 올리고 머리 파 묻기
바로 요렇게요~
팔은 팔짱낀 채 얼굴을 파묻을 때가 많습니다.
뭐 이건 좀 강력하게 자기 화났다는걸 어필하기 위해서 하는 단계입니다.
제가 자기를 봐 줄때까지, 또는 제가 말 걸때까지 저러고 있어요. ㅋㅋㅋㅋ
그런데요, 이게 알고 봤더니 집안 내력이지 뭡니까???
요 꼬맹이가 실은, 남편 조카 이든인데요 2012/04/18 - [미국 생활기] - 인형이야? 사람이야? 제 미국인 조카를 소개합니다
이든도 삐지면 남편이 하는 단계 그대로 하더라구요.
이 삐짐 애교가 성인 버전과 아동 버전이 존재할 줄이야;;;;;
아마 남편이 어릴 때(?) 하던 삐짐 애교를 이든이 그대로 보고 배운 것 같아요.
이든이 아기였을 때, 가장 많이 놀아줬던 사람이 저희 남편이였기에 이든도 아빠보다 다른 삼촌보다 저희 남편이 제일 좋다고 그랬었거든요.
아무튼 요 3단계에 접어 들었을 때 제가 남편에게 말을 겁니다.
달래듯이 " 매주 일요일마다 맥도랜드 가는데, 이번주만 안가면 안돼??? " 라고 하면 4단계 작전 실시~
4단계: 양 눈을 가리고 뿌잉 뿌잉 동작을 하면서 우는 척 ㅡ.ㅡ;;; 하기!
바로 요 동작 되겠습니다.
입 쭈욱 내밀고, 양 눈을 가리고 뿌잉뿌잉 동작을 반복하면서 소리내서 우는 척 하며 5살 아이 말투로 "일주일동안 오늘만 기다렸단 말이야!!! "
이쯤하면 오글거려서라도 (실은 많이 귀여워요 ㅋㅋ==> 이젠 엘리 니가 미칬나?? ) "아휴~ 그래 알았다 가자! 가! 그놈의 맥도랜드 " 되는거죠.
저는 남편의 요 4단계 " 뿌잉뿌잉 손동작으로 눈 가리고 우는척 하기"가 저한테만 보여 주는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어머니도 남편의 이 애교들을 다 알고 계시더라구요;;;; ㅡ.ㅡ;;;;
번외편으로 "팔 늘어뜨리고 발 동동 구르기" 도 있구요, 제가 자기한테 오랫동안 관심 안주고 제 할일 하고 있으면 (주로 블로그 포스팅) 제 팔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가슴에 폭삭 안기며 쓰담쓰담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요???
이런 남편의 애교덕분에 무뚝뚝함의 결정체였던 제가..... 이 4단계를 남편 덕에 마스터해서 가끔 저도 써먹게 되었답니다 ^^
PS: 춥파춥스님, 남편의 애교 에피소드 올려 드리기로 한거 약속 지켰습니다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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