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승무원 일기

레이오버가 늘어나면 생기는 일

by 스마일 엘리 2025. 10. 13.
반응형

땡스기빙 전 날, 인천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 땡스기빙이 아닌, 그냥 평범한 날에 일어 나면 어떻게 되냐고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법정 근무 시간 초과로 인해 타임 아웃이 되면 그날은 근무를 못 하게 돼요.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다음 비행을 기다려야 하죠.  만약 우리 항공사의 베이스가 있는 공항 (애틀란타, 씨애틀, 디트로이트, 미네아폴리스등등) 에서 타임 아웃이 될 경우에는 베이스에 대기조 승무원들이 있기 때문에 바로 승무원 교체가 이루어지지만, 인천은 베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대기 승무원이 없으므로 그 비행은 결항이 되게 됩니다. 땡스기빙의 경우에는 비행기가 있고, 승무원들이 이미 공항에서 대기 중인 상태인데다가 모두다 명절을 집에서 가족과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타임 아웃이 되었어도 자진해서 근무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아마 땡스기빙이 아니였다면 다들 그냥 호텔로 돌아갔다가 다음 비행으로 돌아 왔을거예요. 그리고 비행 수당+ 추가수당 (리라웃 페이)이 지급 되기 때문에 승무원들에게는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예요. 물론 내 아까운 휴무가 하루 사라지지만 한국어 스피커인 저에게 한국에서의 레이오버가 하루 더 늘어나면 땡큐 베리 감사죠. 
그리고 그런 일이 저에게도 일어 났답니다. 
인천 비행이 끝나고 저를 만나러 와 준 영쨩과 함께 매콤한 쭈꾸미가 땡겨서 먹으러 갔습니다. 

여의도 이수 쭈꾸미-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서 갔는데, 쭈삼이 있어서 삼겹살의 유혹을 못 뿌리치고 결국 쭈삼으로 주문했습니다. 

깻잎과 무쌈에 싸서 먹으니 크으~ 이 맛이쥐!!!!!  마지막에 밥까지 볶아 먹었지요. 여의도 맛집 이수 쭈꾸미 메모메모!!!

시차 때문에 또 꼭두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동기 단톡방을 보니 애틀란타에 폭설로 애틀란타 공항이 폐쇄 되었다는 메세지가 있더라고요. 어?? 그럼 애틀란타에서 인천 오는 비행기가 못 뜬건가???  아니나 다를까 회사로 부터 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애틀란타행이 취소 되었고 24시간 레이오버가 늘어 났다는 메세지였죠. 애틀란타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비행기가 없으니, 저희가 타고 나갈 비행기도 없어 결항이 되어 버렸습니다. 
함께 비행 온 한국어 스피커 선배님은 고향이 대구이신데, 이 메세지 받자 마자 부모님 뵈러 대구로 가신다고 하셨어요. 저도 부산에 부모님 뵈러 다녀 올까 했지만 왠지 몸이 너무 고될거 같아서 이번엔 그냥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울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대신 늘어난 레이오버로 시간이 많이 생겼으니 시장에 장이나 보러 다녀 와야겠다 생각했죠. 

영쨩과 아침에 여의도 백화점 지하에 있는 콩나물 국밥집이 맛있다길래 먹으러 갔습니다. 역시 이미 동료에게 검증 된 맛집은 실패가 없습니다.  서울 콩나물 해장국 메모메모!!! 국밥 한 그릇 먹고, 스포츠 마사지 받고, 영쨩은 집으로, 저는 호텔로 돌아와 고대로 잠들어 버렸어요.  24시간 레이오버 늘어나면 뭐하냐고요. ㅋㅋㅋㅋ 시차 때문에 소중한 낮시간을 잠으로 버려 버린걸요. 눈뜨니 밤 9시 반!!! 
괜히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뭔가 하고 싶기도 해서 영화나 볼까? 하고 IFC 몰에 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니 예쁜 트리도 세워졌더라고요.  몰에 식당들은 다 문을 닫았고, 저녁을 못 먹어서 빈정 상해 버린 저는 영화도 보기 싫어져버렸습니다. ==> 중년의 변덕

호텔 방으로 돌아와 영쨩이 사 준 케이크를 먹고, 갑자기 치킨이 땡겨서 배달 시켜 먹어 볼까 하고 전화를 하는데... 왠일인지 이날따라 치킨 주문 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비비큐 치킨에 전화 했더니 전화 번호가 인증이 안된다고 (호텔방에서 걸었음) 배달을 할 수 없다고 하고, 교촌 치킨에 걸었더니 뭔가 망설이듯 하다가 영업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네이버에도 영업중이라고 뜨고, 밤 10시 반도 안됐는데 벌써 영업이 끝났다고?!?!?
치킨이 먹고 싶은데 주문을 안 받아 주는 이 상황 너무 서럽다 ㅠ.ㅠ  
결국 친구 써니에게 SOS를 쳤습니다. 
친구야, 나 배민으로 비비큐 치킨 좀 시켜주라 ㅠ.ㅠ 

친구 덕분에 비비큐 치킨 무사히 배달 됐고요.

나 홀로 치킨 파뤼!!!! 
맛있는데 뭔가 외롭네?!?!?!  그냥 부산 부모님댁에 다녀 올걸 그랬나??? 약간 후회가 되었습니다.  담번엔 레이오버 늘어나면 무조건 친정 다녀 올려고요.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뵙는 부모님 자주 찾아 뵐려고 승무원 됐는데 1년도 안되서 이미 초심을 잃었.... 

치킨 먹고 행복한 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영등포 시장에 갔습니다. 

동기 쭈가 영등포 시장에 옛날맛 나는 떡볶이 파는 곳이 있다길래 떡볶이 먹으러 갔는데...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김밥과 순대도 시켰더란...
배 터지게 먹었으니 다이소 쇼핑을 시작합니다. 

식기 세척기에 젓가락 넣을 통을 살 수 있다기에 찾으러 다녔는데, 막상 젓가락 통은 뭔가 허접하고 곧 녹슬것 같은 비쥬얼이라 내려 놨더니 뜬금없이 이 다시망이 젓가락통으로 안성맞춤이겠더라고요. 지금 1년째 쓰고 있는데 초초초초 강추!!!! 

다이소를 나와 걷다 보니 아기자기 악세사리 파는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가 예쁜거 너무 많아서 눈 돌아감요. 구경 실컷하고, 몇개 기념품으로 사서 나왔습니다. 역시 시장 구경이 최고!!!

영쨩이 빽다방에 파는 딸기 쥬스 맛있다길래 기어코 먹어 봤잖아요?? 한국 카페는 진짜 맛있는거 왜케 많은 거예요? 
결항으로 인해 레이오버가 하루 더 늘어난 것은 저에게 보너스와 같았어요. 맛있는거 많이 먹고, 푹 쉬고 너무 좋았답니다. 아, 물론 와플이 아부지와 아이들에겐 비밀이예요!!! ㅋㅋㅋ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