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본을 떠난지 벌써 10년이 됐더라고요? 게다가 일본어를 안 쓴 지 너무 오래되서 쉬운 일본어 단어도 가물가물해지고, 갑자기 일본어로 말을 하려면 어버버하게 되는 상황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 동기인 루쌰 언니와 쩸과 함께 스케줄 맞춰서 일본 여행 한번 다녀오자 약속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쩸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루쌰 언니와 저, 단둘이라도 가기로 했죠. 남편에게 미리 허락도 받아두어서 꼭 가야만 했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대신 저도 양심은 있는지라 길게는 못 가고 (마음 같아선 한 일주일 다녀오겠다 하고 싶었지만) 4일만 휴가를 달라 해서 실제로 일본에서는 2박 3일의 짧은 일정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든 또 오면 되는거니까 2박 3일이면 그리 짧은 것도 아니긴 해요.
루쌰 언니가 짧게 가는 여행인 만큼 딱히 관광엔 관심 없고, 일본 맛보기 정도로 쇼핑과 맛있는 것만 먹고 오면 충분하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도쿄의 관광지는 거의 다 가봤기에 따로 관광은 하지 않아도 되고, 도쿄에서 보고 싶은 친구들만 만나고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루쌰 언니는 6일짜리 스탠바이 듀티를 끝내고 애틀란타에서 출발해 하네다 공항으로, 저는 씨애틀에서 출발해 하네다 공항으로 가서 언니를 만나기로 했죠.

비수기인데다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좌석 얻기도 쉬웠어요. 일본 노선의 기내식 맛보는 재미도 있고요.

장거리 비행의 필수품 가습 마스크와 아이 마스크!!

애틀란타에서만 보던 울 루쌰 언니를 또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보니 두 배 더 반갑고 신나더라고요. 함께 호텔이 있는 시나가와로 이동했는데 10년 사이에 너무 많이 변했네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추억이 있는 시나가와역이데... 곳곳에 공사하느라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던 맥도날드는 보이지도 않고... 저에게 늘 익숙했던 그곳이 너무 낯설어서 이젠 완전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을 실감했습니다.

호텔 체크인 후 시부야로 이동!
관광지는 싫다 했지만 그래도 시부야 하면 반드시 인증샷 남겨야 하는 스크램블 교차로는 보고 가야죠. 하치코 동상도 봐야 하고요.

저에겐 시부야역의 하치코 동상과 스타벅스에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어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거든요.

첫 저녁 식사로는 츠루톤탕 우동에서 일명 '세숫대야 우동'을 먹기로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창가 쪽 좌석을 받아 뜻밖의 시부야 야경을 감상하며 우동을 먹을 수 있었어요. 루쌰 언니가 너무너무 좋아함요.

매운게 땡겨서 약간 매운 맛의 우동을 선택했는데... 실패!! 식초가 너무 들어갔더라고요. 알지 못하는 맛에 무모한 도전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담부터는 그냥 우동 아니면 카레 우동이나 먹는걸로...

우동 크기 보시라요!!! 제 얼굴보다 더 크다고요!!! 그렇다고 양이 많은 건 아닙니다. ㅎㅎㅎ

일본 살 때는 가지도 않던 돈키호테였는데 관광객으로 오니까 그냥 신세계 같음요 ㅎㅎㅎ
쇼핑 시작~
피스타치오 초콜릿이라니!!! 너무 맛있겠잖아!!! 게다가 기간 한정이라니 지금 아니면 못 사는 거니까 쟁여야지!!!

모로칸 오일 이 가격은 실화인가?!?! 지금 달러 강세로 4000엔이면 27불 정도인데 미국에서 50불에 팔고 있으니 이건 무조건 사야 한다!!!

미국 아마존 대히트 K뷰티 상품인 조선 미녀가 일본에서도 히트 치고 있었눼??? 오랫만에 가 본 돈키호테에 눈 돌아가서 여느 관광객 못지않게 주섬주섬 담았습니다. 이렇게 첫째 날은 츠루톤탕과 돈키호테 쇼핑, 몇 군데의 드럭 스토어 쇼핑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둘째날은 루쌰 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 오늘도 열심히 싸돌아 다녀보자!!! 어차피 저희에겐 관광 계획이라는 건 없고,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해서 가기로 한 거라 일정은 없었지만, 전날 루쌰 언니가 미니 밥통을 사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전자상가가 있는 아키하바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저녁때 해산물 뷔페를 갈 거라 배를 비워야 한다는 루쌰 언니 말에 반발하며 '일본 왔으니 꼭 카레를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데리고 온 코코이찌방야 카레

언니는 배를 채우면 안 된다고 나눠 먹자고 했지만
"언니야, 안돼!!! 나 혼자서 이거 다~ 먹어야 한다규!!! 일본 가면 이거 먹으려고 벼르고 있었다규!!!"
역시 맵기 3 레벨의 코코이찌방야 카레, 제가 그리워하던 그 맛 그대로였습니다.

언니의 밥통 사러 요도바시 카메라 고고!!! 언니는 밥통 보는 동안 저는 우리 아들들 기념품으로 줄 일본산 포켓몬 카드 보러 다녔습니다.
한국어 포켓몬 카드가 특별한 기념품이 된다는 와플이의 말에 이 애미는 이제 국제선 비행 가면 그 나라 언어로 쓰인 포켓몬 카드를 구해 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어요. 나중에 그 포켓몬 카드들 고이 잘 모았다가 와플이, 제제가 자기 아이들에게 물려주면서 이 애미의 정성을 좀 알아주면 전 그걸로 행복...하겄죠 뭐.

쇼핑 끝나고 아이스크림 한 사발!

요도바시 카메라 다녀왔다는 인증샷도 남기고!!
루쌰 언니가 다이소 가고 싶다 그래서 아키하바라에 있는 다이소에 갔는데 물건도 별로 없고, 규모도 너무 작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살던 후나바시에 엄청난 규모의 다이소가 있었거든요. 그곳을 아는 저로서는 1-2층짜리 다이소는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라
"언니야, 내가 살던 곳에 가면 7층짜리 규모의 다이소가 있는데 전철 타고 40분 걸려. 그래도 괜찮으면 거기 갈래?"
"40분이면 괜찮지!!! 가즈아!!!"
그렇지... 우리는 비행기 타고 출퇴근하는 여자들인데 전철로 40분이면 껌이지!!!
오랫만에 노란색 소부센을 타고 후나바시역에 내렸는데...
왐마?!?!?! 10년 만에 왔더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
그때는 없었던 전철도 개통되고, 상가도 더 생기고 완전 어리버리 처음 온 것 같은 느낌에 막 헤매니까
"너 여기 살았던 거 맞아???"
"나... 안 살았던 것 같아... 이 정도면 안 산게 맞아 ㅋㅋㅋㅋ "
그래도 어찌어찌 기억을 더듬어 제가 알바 했던 맥도날드도 찾고,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드디어 보이는 다이소!!!

그래 바로 여기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물건 종류도 많고 만수르가 쓸어 담는 장바구니 가격이나 내가 쓸어 다는 장바구니 가격이나 똑같아서 돈지랄할 맛 나는 곳!!!

작은 간식들, 문구류, 기념품, 포장용지등등 신나게 쇼핑 했어요.

애들 도시락 이렇게 정성 들여 싸주지도 않으면서 일단 담아는 봅니다. 학교 졸업 하기 전에는 써 먹어야 할텐데...

다이소 옆에 또 돈키호테가 있어서 지나치질 못하고 들어가 봅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같은 돈키호테라도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다!!! 모로칸 오일 가격 차이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가봐요. 시부야 돈키호테가 제일 쌌고요, 면세도 바로 해 주니까 돈키호테는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 쇼핑하는게 이득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루쌰 언니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해산물 뷔페
긴자 핫포!!!

완전 신선하고 살이 꽉 찬 킹크랩, 스노우크랩, 소라, 전복, 문어 등등!! 진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였어요.
이곳을 찾아 낸 나!! 마구마구 칭찬해!!

언니가 아점으로 먹은 돈까스 소화 덜 됐다며 " 하나 사서 나눠 먹자니까!!!" 하며 저를 타박했지만...
"언니야, 우리가 뭘 먹었다고 덜 먹을 여자들이 아니야!!!"


긴자 핫뽀는 해산물뿐만 아니라 와규 바비큐까지 있어서 일행들의 입맛이 제각각이어도 다 같이 즐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더 놀라 자빠질 뻔한 것은... 이 소고기들이 너무너무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

전 소고기가 입에 넣어서 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 알게 됐다니까요. 진짜 맛있었어요.
가리비도 구워 먹고...소고기도 구워 먹고...

킹크랩 다리 살 꽉 찬거 보이죠?

게도 구워 먹습니다.

온갖 술 종류도 다 있는데, 전 술을 안 마셔서 잘 모르지만 모든 술도 다 뷔페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서 술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꿀이득!!!


뭔지는 모르지만 암튼 마실 것도 많았다는 말씀!!

사진으로 봐도 침고이네요. 쓰읍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디저트로 준비 되어 있는 케이크는 맛도 못 봤어요.

대신 딸기만 맛 봤는데... 제가 먹고 싶어했던 딸기 맛이 아니더라고요. 일본 가면 아마오우 딸기 먹겠다고 큰 결심을 하고 왔거든요.

뷔페에서 나오는 길에 니쿠노 하나마사 식료품점이 있길래, 아마오우 딸기가 있을까 싶어 들어갔다가 발견한 키리모찌!!! 이거 하나 있으면 호박죽 만들기가 엄청 쉽거든요.

루쌰 언니가 애타게 찾던 미소국 블럭! 뜨거운 물에 담가 주면 따뜻한 일본 된장국이 완성되니 스탠바이로 일하거나 호텔에서 밥 먹을 때 정말 유용하거든요.

찾았다!!! 아마오우 딸기!!! 그렇게 결국 애타게 찾던 딸기와 일본 가면 꼭 사올 리스트에 써 두었던 키리모찌 쇼핑 완료!!! 이제 남은건 거품 염색약!!!
호놀룰루 비행 때 돈키호테에서 발견하고 이번 일본 여행 가서 더 사와야지 했는데 몇군데 돈키호테와 드럭 스토어를 돌아봐도 제가 염색하는 브랜드와 그 컬러가 없어서 상심하고 포기했는데 루쌰 언니가 심바시 전철역 근처에 마지막으로 눈에 띈 드럭스토어에서 "여기만 가보자" 고 해서 갔다가
심.봤.다!!!!
매대에 3개 남아 있던 제품 고대로 다 쓸어 왔습니다. 쇼핑 리스트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살 수 있었던 완벽한 날!!!
그리고 마지막 3일째 되는 날! 루쌰 언니는 하네다 공항에서 디트로이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고, 저는 일본에서 직장 생활할 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제가 와플이 임신 했을 때 마지막으로 봤으니 12년 만에 보는 친구들 입니다.

저를 만나러 도쿄역까지 와 준 친구들!! 도쿄역 지하 상가에 있는 전광석화 라는 오코노미야끼 맛집으로 갔습니다.

맛집 맞네!!!

각각 떡 토핑, 우동 토핑, 치즈 토핑해서 다른 맛의 오코노미야끼로 주문했는데 왤케 맛있어요? 특히 떡 토핑 강추!!! 쫀득쫀득 완전 내 스타일!!!

12년 만에 봤는데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들!!! 그동안 일본어 안 쓴 지 너어어어무 오래돼서 일본어 다 까먹었는데...역시 수다 덜다 보니 감이 조금은 돌아오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버벅대는 순간이 있어서 '역시 안쓰는 언어는 점점 퇴화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또 지나치지 못하고 들른 캔두 백엔샵 (캰두)
미국의 달러트리는 반성하라!!! 미국의 달러샵은 우리나라 다이소나 일본 백엔샵에 비하면 퀄리티가 떨어져요.

고디바 카페에서 12년간 못다 한 입털기 시간! 진짜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 수다 떨었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일본 직장 생활로 얻은 보석 같은 친구들!!

우리 그때도 너무 재미있게 일했었는데 다시 만나도 그때의 우리처럼 변한 거 없이 깔깔대고 웃고...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 좌석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눈치 작전하면서 우선권 사용했는데... 눈치 작전 실패로 우선권도 날리고 프리미엄 셀렉트 좌석 받기도 실패!!! ㅋㅋㅋ 태워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쭈니어가 너무 욕심 부렸나봐요.
비행기 타기 전에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기내식 딱히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네다-씨애틀 노선 기내식은 어떤지 궁금해서 일단 받아 봤어요.

집에 돌아와서 일본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 가방을 풀어 보니...
와우!!! 뭘 이렇게 많이 준비한거야??? 제가 좋아하던 간식, 아이들 간식, 직접 손으로 뜬 뜨개 선물 등등... 진짜 이 친구들 왜 이렇게 따수운거야???

그리고 돈키호테와 백엔샵, 드럭 스토어에서 털어 온 쇼핑 만수르 샷!!
이런 사진 찍는거 유치한 줄 아는데 또 여행 다녀오면 이런 사진 찍어 남기는 것도 재미 아니겄어유? 뭐 샀는지 좀 보실라우?
코코카레에서 저만 혼자 먹고 온 게 미안해서 인스턴트 카레 챙겨 온 마음 따수운 와이프 나야! 나!!! (근데 지금 보니 쇠고기가 든 카레였네? 헐~ 왠열!!! 큰일 날 뻔 했네요)

나의 정착템 염색약!!! 앞으로 평생 같이 가자!! 제발 단종 시키지 말아줘~
일본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스타킹 쇼핑! 가격이 너무 좋아서 안 살 수 없었어요. 그러나 역시 스타킹 쇼핑은 영국이 최고!

승무원 필수템 가습 마스크 꼭 사야죠.
틀니 세정제 ㅋㅋㅋ 제 거 아니예욬ㅋㅋ 우리 와플이꺼!! 와플이 교정 치료하는 리테이너 세정하려고 산 거예요.
돈키호테 가면 꼭 사와 하는 필수템이라고 해서 산 얼룩 제거제!! 일단 믿고 써 본다!!!
우리 와플이 입안에 구내염 잘 생겨서 붙여 주려고 산 구내염 패치

남편을 위한 치아 미백 패치

, 와플이 제제 포켓몬 카드 (얘들아, 일본어로 씌여 있으니까 특별한 거 맞지?)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 가길래 인기템인가? 하고 넣어 본 마스크팩!
2박 3일 짧았지만 너무 재미있게, 알차게 그리고 맛있게 다녀 온 동기 여행이였어요.
아~ 또 가고 싶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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