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 비행은 무려 6년만에 부모님을 뵈러 가느라 레이오버 시간을 부모님댁에서 보냈고, 두번째 한국 비행은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날 예정이라 설렜습니다.
그러나 설렘은 접어두고, 일단 일이 먼저니까!!! 두번째 비행에서 갈 때는 메인 캐빈 포지션, 돌아올 때는 퍼스트 클래스 포지션이라 사실 긴장 많이 했어요 ㅠ.ㅠ 특히 메인 캐빈 포지션이 될 경우, 한국어 방송 담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잔뜩 쫄았거든요. 기내 방송문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루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있을 경우, 기장님이 업데잇 해 주는 상황을 그대로 동시통역 해야 하는 것이 꽤 부담이 됩니다. 그냥 친구에게 말 전하는거 아니고, 기내 방송이잖아요. 일단 단어 선택부터 신중해야 하는데 방송용 단어들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특히나 항공 용어들, 영어로는 알지만 한국어로는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ㅠ.ㅠ 그래서 루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없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왔는데... 괜한 걱정이기도 했습니다. 기장님이 방송하시고, 제 머릿속에 단어 정렬하는데 시간이 걸리자 이 불쌍한 쭈니어 뇌지진 일어난거라 파악하신 한국어 스피커 선배님께서 얼른 동시통역 방송을 해 주시더라고요. ㅎㅎㅎㅎ 아~ 이런 단어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 쭈니어는 얼른 메모장에 메모 해 둡니다.
인천행 비행기 A350기준으로 미국인 승무원은 8명, 한국인 승무원은 3명이지만, 이렇게 저를 제외한 두분의 한국인 승무원이 있다는 것이 아주 든든해요.

오늘의 비행 크루 중 생일을 맞이하신 분이 계셔서 다른 크루들이 하기 하기 전에 이렇게 비행기를 장식해 두셨더라고요. 그 분은 퍼스트 클래스에서 일을 하시느라 장식되어 있는 것을 모르시고, 나중에 비행기에서 내리실 때 보고는 감동 받으셨어요. 호텔로 돌아가는 셔틀에서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케이크도 나눠 먹고요. 비행을 해 보기 전엔 몰랐던 크루들의 동료애, 승무원 동료들은 생일 축하도 이렇게 비행기에서 하는구나~를 알게 되었답니다.

한국 도착해서 호텔에 가방을 두고, 한국인 선배님 한 분과 또 다른 초초초 시니어 크루 한분과 함께 간단한 아침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근처에 아주 맛있는 황태국밥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안내하겠다고 모시고 나왔는데 (저도 안 가보고 소문만 들었는데 초행길을 안내하겠다는 패기 ㅋㅋㅋㅋ ) 엌ㅋㅋ 토요일이라 문을 닫았더라고요. 이른 새벽인데다 주말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기에 24시간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는 허름한 만두집으로 갔습니다.
근데 왠걸??? 국민 소울푸드는 다 있네???

한국 비행 두번째인 이 쭈니어는 눈 돌아가서 눈에 보이는거 다 시켜 봅니다 ㅋㅋㅋ 다행히 함께 왔던 크루는 베트남 분이셔서 그런지 한국 음식 너무 좋아하시고, 이런 분식류 잘 드셨어요. 나중에 혼자 와서도 주문할 수 있도록 메뉴명 한국어로 써 달라고 하셨어요.

한국인 선배님은 떡만두국을 주문하셨고, 역시나 한국인의 정으로 덜어 주셔서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소문난 황태국밥은 못 먹었어도 만두국에 김밥은 먹었드아~

호텔 돌아오는 길에 만물상 같은 편의점 들러서 간식거리도 좀 사왔어요. 눈을 잠시 붙이고, 전 엄마의 당부대로 눈썹 문신을 하러 갈 예정입니다. ㅎㅎㅎ

호텔 욕실에 리모콘이 있어서 뭐야? 하며 눌러 봤다가 거울에서 TV 나오는거 보고 깜놀!!!
역시 한국은 미래 도시가 맞았어!!!
나도 미래 도시 살던 여자였는데 어쩌다가 미국 10년 살다보니 시대감 떨어지고, 문명에 뒤쳐진 삶을 사는 미국 촌여자 되어 버렸네???
그래서 한국 비행와서 한국의 손기술로 눈썹 문신하고...

친구 만나서 돼지 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돼지 갈비가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메뉴에 있는 삼겹살을 지나치지 못하고 삼겹살도 시켰습니다. 돼지갈비 3인분 시켰는데 삼겹살 또 시키겠다니까 말리던 친구.. 2인분이면 충분하다던 친구에게 2인분은 내 코에만 갖다 붙여도 모자란다며 3인분을 시키고, 그 와중에 비빔냉면 물냉면까지 시켜서 배 터지게 먹었어요. 그동안 한국음식 못 먹었던 한을 먹고 게워내는 한이 있더라도 풀고 말리라!!! 하는 심정이였거든요.

배 부르게 먹고 산책하자며 간 곳이 망원 시장!!! 아가씨 때 산책은 카페 거리 걷는거였는데.. 아줌마 되고 나서는 산책이 시장이라니!!!! ㅋㅋㅋ
근데 전혀 위화감이 없는 산책로!!! 눈도 호강, 코도 호강

하루 종일 배 꺼질 틈 없이 먹었거늘, 호텔에서 먹을 디저트를 사야 한다며 더현대로 왔습니다. 아기자기 인테리어에 미국 촌여자 눈 돌아감요.

친구는 제 덕분에 호캉스 한다며 신이 나서 호텔 창문 밖 야경으로 셀카를 찍자 했지만 야경은...
"하나도 안 보인다 야!!!"

이번엔.. 야경은 보이는데...
"우리 땜에 심령 사진이다 야~"

일본에 있을 때부터 딸기 쇼트 케이크를 한통씩 해 치우던 그녀... 여전히 딸기 쇼트 케이크 좋아해서 그녀의 취향대로 딸기 쇼트 케이크.
그리고 호텔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까지 내려 준비한 그녀... 내가 왜 방문객 같지?

2019년도에 저를 만나서 모제스레이크까지 와 줬던 그녀, 5년만에 만났는데 어제 만난 것 처럼 좋았어요.

저 한국 왔다고 불꽃 놀이도 해 주는건가요??? 갑자기 한강 위로 불꽃이 팡팡 터져서 호텔 창밖으로 편안하게 멋진 불꽃놀이 감상!!
오우야!!! 나 계탔네 계탔어!!!
그렇게 친구는 다음 날 아침 부모님 댁에 볼 일이 있어 일찍 내려가고, 제가 한국으로 비행왔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가 저를 만나러 부랴부랴 여의도까지 오겠다고 해서 또 급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저의 초등 중등 동창 친구... 만날 계획도 없었는데, 가족들과 사이판 여행을 다녀 오는 길이라더니 제가 지금 한국에 있다니까 그럼 꼭 만나자며 남편과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혼자 부리나케 왔더라고요. 고마워 칭구야 ㅠ.ㅠ 이 친구는 얼마만에 보는거였냐면요... 우리 2014년에 마지막으로 봤으니까 딱 10년만에 보는 거였어요. 친구 보자마자 눈물이 났음요.

무조건 먹고 싶은 거 먹으라던 그녀... 낙지 볶음 먹고 싶다고 해서 낙지 볶음 집에 갔는데 메뉴에 보쌈이 있을건 또 뭐야? 둘다 먹고 싶다니까 둘다 시키라던 그녀 ㅋㅋㅋㅋ 너는 나를 여전히 너무 잘~ 아는구나!!! 그치만 다행히 사장님께서 함께 나오는 메뉴가 있다고 추천 해 주셔서 보쌈과 낙지볶음을 같이 맛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 맘껏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

이렇게 저의 두번째 한국 레이오버도 알차게 보내고 돌아가는 비행은 퍼스트 클래스 포지션!! 처음 해 보는 포지션이라 아는 거 하나도 없어서 민폐될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다행히 함께 일했던 분이 저와 국민 소울 푸드 드시러 가셨던 분이셔서 걱정 하지 말라고 안심 시켜 주셨어요. 그리고 그분이 준비 해 주신대로 전 열심히 손님께 가져다 드리고, 열심히 빈 트레이 픽업만 하면 되도록 해 주셔서 정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쭈니어인 저, 퍼스트 클래스 처음 해 보는데 퍼스트 클래스 식사도 맛 봐야 하지 않겠냐며 주문 받고 남아 있던 소갈비도 챙겨 주셨어요

게다가 중간에 나오는 양념 치킨과 만두도 준비 해 주시고 ㅠ.ㅠ 감동 감동


잔치 국수도 남았다며 먹으라고 준비 해 주셨어요. 너무너무너무 감사해서 잊을 수 없는 비행이였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쭈니어랑 일하기 불편하셨을텐데... 덕분에 저는 배 꺼질 틈 없이 너무 잘 먹고 너무 재미있게 비행할 수 있었어요. 선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13시간 비행 후, 애틀란타에서 씨애틀로 또 5시간을 날아서 집에 가야 하지만 한국에서 쟁여 온 간식 먹으며 좀 더 힘을 내 버텨 봅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친구가 애들 먹으라고 사 준 미니 붕어빵을 에어프라이어에 데워서 먹으니
오잉??? 꿀맛인데요???? 또 사와야겠다!!!!
두번째 한국 비행도 무탈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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