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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죄책감 가득 생일 파티 (부제:미국 초등생 아케이드 생일 파티)

by 스마일 엘리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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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끝자락에 있는 지금 올 한해를 어떻게 보냈나 뒤돌아보니... 
'풀타임 맘' 적응기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더라고요.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고, 아이들에게도 정성을 쏟겠다 했지만 전 그만한 그릇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풀타임을 시작한 후로 아이들에게 쏟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 제 시간도 없음은 물론이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 있는 쉬는 시간은 평일에 처리해야 할 각종 일들을 하고, 밀린 집안 일을 따라 잡느라 시간에 쫓기듯 살게 되더라고요. 
그 와중에 가족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고, 시댁도 다녀 오고 그러면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그간 세포라 직장썰 푸느라 제 일상 얘기를 거의 올리지 않아서 그동안의 얘기도 좀 해 볼게요. 
베르란디님께서 우리 와플이와 제제의 안부를 물어봐 주셔서 오늘은 제제의 생일 이야기 입니다. 

꼬꼬마였던 우리 제제가 어느새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어요.  올해 여름 저는 또 쨍한 보라보라 머리로 염색을 했는데 그것을 본 아이들이 자신들도 염색을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제는 엄마와 똑같은 보라보라 머리, 와플이는 블루로 하고 싶대서 앞 머리쪽 약간만 염색을 해 주었답니다. 
아무튼 우리 제제의 7번째 생일이 다가 오는데 항상 제제의 생일은 여름 방학 이후라 학교 친구들과 생일 축하를 못했어요.  보통 미국에서는 아이의 생일에 컵케잌을 학교에 보내서 반친구들과 선생님이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컵케이크도 나눠 먹거든요.  
그런데 제제 담임 선생님께서 방학 때 생일인 아이들에게 따로 축하 날짜를 각각 정해 주셔서 컵케이크를 보내면 반 친구들과 함께 축하를 하겠다고 메일을 주셨더라고요. 
컵케이크만 보내는 엄마들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줄 장난감이나 먹거리등 작은 구디백도 만들어서 돌리는 엄마들도 있기에, 제제의 첫 학교 생일 축하이니 나도 구디백을 만들어 보내야 겠다~ 라고 결심 하고, 정신 차려 보니 구디백 사러 쇼핑 갈 시간도, 포장할 시간도, 뭐할 시간도 아무것도 없는... 
아이구야!!! 

부랴부랴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가서 기프트 카드 사서 스티커 작업 하는 걸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생일 당일에 컵케이크와 쥬스, 그리고 이 기프트 카드를 돌렸고, 제제는 친구들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줘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 간 아기자기 예쁜 구디백이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이들은 동네의 핫한 아이스크림 가게 기프트 카드라 더 더 좋아했다니 그럼 된거죠.  
그러나 문제는 정작 제제의 진짜 생일 파티가 있는거죠. 
그 전에는 전업맘이였고, 또 파트 타임 맘이여서 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주어지는 휴무로는 밀린 잡무로 하루를 빡세게 보내는데 생일 파티 준비는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아우 어째요...
그래서 부랴부랴 생일 파티 장소를 알아 보는데, 방학도 겹치고 해서인지 주말의 좋은 시간대는 거의 다 예약이 다 차서 절망하던 중, 어느 주말 하루가 날짜가 텅텅 비어 있어서 '오오~ 왠열~' 하면서 누가 그 시간대 채어 갈까봐 손 떨며 카드 번호 넣고 예약 했습니다. 
초대장도 돌리고... 
구디백은 저번에 제제 반친구들한테 돌렸던 아이스크림 기프트 카드 반응이 너무 핫해서 이번에도 그냥 기프트 카드로 가볍고 심플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기프트 카드는 가벼우나 티내지 않을려고 과대포장 구디백 준비하는 정성은 조금 들였어요.  이거 너무 정성 없는 파티 같아서 죄책감이 몹시 심했거든요. 그래서 제제한테 파티 테마는 뭘로 할까 물었더니 steven universe 로 해 달래서  steven universe의 상징인 별 프린트 해서 구디백에 붙였어요.  

생일 파티 장소는 Puyallub 에 있는 Round 1 
게임 기기와 볼링장, 가라오케등이 있는 대형 가족 오락 시설이예요.  저희 집에서 이곳까지 갈려면 약 4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미국인들은 생일 파티 장소가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은 개의치 않는 듯 해요.  이웃 아이 생일 파티 장소는 1시간 떨어진 곳이였는데도 동네 사람들 다~ 참석했더라고요. 

게스트 10명 예약했고, 2시간 동안 쓸 수 있는 무제한 게임 카드와 게임 크레딧 20이 들어 있는 패키지였어요. 

무제한 게임 카드는 카드리더기가 녹색인 기기만 사용 가능하고, 파란색은 크레딧이 들어 있는 카드로 사용해야 해요. 

게임기 종류가 엄청 많아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단점이라면 각자 게임을 해야 하다 보니 초대 받은 아이들이 함께 노는게 아니라 각자 놀고, 또 장소가 워낙 넓어서 아이들끼리만 놀게 둘 수가 없어서 부모가 따라 다녀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그리고 이곳은 성인 이용객들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함께 온 부모가 아이들과 각자 가족끼리 놀다 가는 느낌이라 생일 파티의 의미가 약간 무색해 지는 그런 느낌이였어요.
 
사실 이 날 생일 파티 예약이 가능했던 이유가 나중에 알고보니 Father's Day 였던거죠. 그래서 초대를 했던 친구들 중 4명 밖에 참석을 못한다는 답을 받고 뒤늦게 다른 친구들도 막 막 초대했어요. ㅠ.ㅠ 그래서 10명 예약 중 우리 아이들 포함 해서 8명 겨우 맞췄어요. 10명 예약해서 그 10명이 다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어차피 10명의 패키지를 다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와서 즐겁게 놀아주기만 한다면야... 
제제는 가장 친한 친구가 그날 아버지의 날이라 다른 도시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섭섭해 했어요. ㅠ.ㅠ 
덕분에 다음에 생일 파티 예약 때는 미리 미리 석달 정도 여유를 두고, 그 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치지 않는지 확인 후 예약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근데 또 웃긴건 그날 파티 장소가 아케이드이고, 아버지의 날이다 보니 아이들 데리고 온 사람들이 아버지들~ 엄마들은 한명도 안 왔어요.  그리고 아빠들이 더 신나서 게임하느라 아이들이 아빠 찾으러 다닌 헤프닝이... ㅋㅋㅋㅋㅋㅋ 10명의 게임 카드 중 8명 참석이니 두명의 게임카드가 남아서 아빠들에게 게임하시라고 드렸거든요. 
나중에 음식이 나와서 생일 파티 해야 하는데 한 아이 아빠가 없어서 온 아이들이 그 아빠 찾으러 다녔는데 혼자 신나게 좀비 게임 하고 계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생일 파티 패키지를 예약하면 1인당
피자 2 조각과 음료 피쳐가 제공 되는 대신에 생일 케이크를 제외한 외부 음식은 반입 금지예요. 그래서 추가로 피자 한판 더 주문하고, 치킨윙 플래터 주문해서 테이블에 돌렸어요. 

한국 생일 파티는 음식이 다~ 하는건데 미국 생일 파티는 음식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날 생일 파티 예약자는 우리 뿐!!! 다시 한번 '아버지의 날' 생일 파티는 세상 민폐였음을 깨닫고 반성 또 반성했습니다. 근데 파티 참석한 아부지들은 아주 신나게 노셨으니 뭐... 
우리 와플이 포켓몬 생일 파티 때는 테마 맞추느라 색 깔맞춤에 이것저것 신경 많이 썼는데 풀타임맘의 자본주의 파티는 그냥 접시 색깔 깔맞춤 하는거 말고는 달리 해 줄게 없더라고요. 
너무 섭섭한가 싶어 마지막에 헬륨가스 넣은 풍선이라도 달자 싶어서 집에 있던 헬륨가스로 풍선 몇개 불었는데 가스가 얼마 안 남아 있었던지 풍선 세네개 불고 나니까 가스가 똑!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거라도 건진게 어디냐며 생일 파티 주인공 자리에 띄우면 되겠다 싶어 아쉬운 맘을 그나마 달랬습니다. 
그런데 차 트렁크에 실었던 풍선이 끈이 느슨해졌는지 슬슬 풀리면서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하늘 멀리 저~ 멀리로 날아 가버리는 대환장 파티 ㅠ.ㅠ 
날아가는 풍선을 보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오우 노!!!!

라며 절규하는 제제
입틀막 하는 와플이
가는 길에 헬륨가스통 가서 풍선 더 불자고 겨우 달래서 차에 타고, 매년 엄마표 케이크 해 주겠다는 약속은 '풀타임 맘'으로 살아보니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깨달았기에 코스코에서 급하게 구매해야 했습니다. 
뭔가 정신 없는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제제가 풍선 하나라도 건졌으니 이걸로 됐다길래 그렇게 외로운 풍선 한개와 steven universe 생일 배너로 차려진 제제의 생일 상... 
미안하고 또 미안해 ㅠ.ㅠ 

그래도 뒤늦게 아마존에서 steven universe 생일 파티 장식 셋트로 케이크 타퍼라도 구해서 구색이라도 맞췄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였지요.  죄책감 레벨 최고치를 갱신했던 생일 파티...
그러나 아이들은 신나서 집에 돌아가기 싫어했던 생일 파티... 
생일 파티 끝나고 빠이빠이 하고 다 정리하고 우리 가족끼리 게임 좀 더 하고 가야지 하며 돌아다니는데 참석했던 아빠들과 아이들도 집에 안가고 여전히 더 게임하고 놀고 있었던 생일 파티... 

내년에는 좀 더 잘할게~ 라고 말 못하겠어 제제야... 그치만 최선을 다해 볼게.. 
여러분 우리 막둥이 제제, 이렇게 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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