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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내가 알던 영어 인칭 대명사의 대혼란을 가져온 사내 교육

by 스마일 엘리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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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라 비디오 교육을 받던 중 너무나 이해가 안되어 엘리둥절 하다가 이해하고 나서는 40년간 내가 알아 왔던 영어의 인칭 대명사의 대혼란을 일으켰던 이야기입니다.

윤리 교육 비디오였는데 첫장면은 두 여직원이 마주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남자 동료인 잭이  등장해서 어떻게 되가고 있냐고 던진 한마디로 시작합니다. 

그에 대해 니아 라는 직원이 맞은편에 있는 에이브리 라는 여직원을 칭찬하기 시작해요.

"에이브리는 대박이예요, 그녀가 어떻게 그걸 다 해내는지 모를정도라니까요" 하면서 듣기 좋은 칭찬을 하는데.. 정작 칭찬을 들은 그녀는 "뭥미 너?? " 하는 똥씹은 표정을 하며 쳐다봐요.

 

이 상황이 저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도대체 니아라는 직원이 뭘 잘못한게야?

그런데 다음 장면으로 바뀌면서 매니저가 니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니가 에이브리 열심히 일한거 알아주고 칭찬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니가 에이브리를 "그녀" 라고 지칭한것 말이야...  라고 하자 니아가 화들짝 놀라며

" 어머, 어뜩해~ 다른 의도는 없었어, 상기시켜 줘서 고마워" 하더니 에이브리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더라고요?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야,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말했어. 정말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그러도록 조심할게" 하니까 에이브리도 사과해서 줘서 고맙다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짧은 영상이였죠. 

내가 방금 뭘 본거지? 에이브리가 여자탈을 뒤집어 쓴 남자였나? 누가봐도 여자였는데??? 다만 머리가 군인 아재처럼 아주 짧았던 것 말고는 분명 여자였는데?? 아비를 아비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전 미국 버전인가? she를 she 라고 할 수 없다니 신박한데??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여직원은 분명 '여자'가 맞지만 본인 스스로를 '여자'로 정의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그녀를 she라고 불러서는 안된다는거였어요. 아니, 그럼 외형의 노선을 분명히 하던가?!?! 차라리 남자처럼 보이는 외형을 하고 있다면 부르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을텐데 여자의 외형을 하고도 본인이 '여자'로 불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주변 동료들이 그녀를 그녀라고 부를 수 없다니... 미국 사회 생활 새내기한테는 엄청난 문화 충격이였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얼마 뒤 보게 된 또다른 비디오 교육. 

세포라 판매 교육은 주로 상황극으로 보여 주는데 오이 눈탱이 맛사지를 하고 있는 남자가 침대에 누워 있고, 그 상황을 나래이션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설명하는 나래이션은 . "제이드는 집에 있는데 새모이스춰 라이저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억났다" 라며  when they remember they need a moisturizer 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침대에 누워서 "모이스춰라이저 사야 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화면속에 남자 한명 뿐인데 대체 그들 they는 누구입니꽈???

그러다 파악하게 됐죠. 여자로도 남자로도 정의되고 싶어 하지 않는 오이 맛사지 하는 제이드는 he나 she 대신에 차라리 성별을 알수 없는 모호한 they로 불리기를 원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그녀로 불러서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they라고 부르는게 안전하다는 것을... 

they는 2명 이상을 지칭하는 복수 인칭 대명사로 배워왔던 저의 40년 영어 인생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비디오 교육이였죠. 

"그( he)를 그들 (they)로 부를 수 있다니!!!!

비디오 교육이 끝나고 동료에게 너무 혼란스럽다고, 상대가 뭐로 불리길 원하는지 매번 어떻게 알아 차리고 대응하느냐고 했더니 그 동료왈 

" 나는 직장 동료중에 일단 애매한 느낌이 들면 절대로 she, he라고 하지 않고, 그냥 이름으로 말해, 그리고 우리 명찰에 보면 he나 she라고 표시 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불리길 원하는거니까 명찰을 꼭 확인해" 

현실 미국 영어에서는 She를 she라 하지 않고, she를 they라 하고 he를 they라 한다면 한국 영어 시험에 실전 영어를 고려해서 인칭 대명사의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하는거 아닙니꽈???? 

라고 소심하게 주장해보고 싶지만 실은 저 역시도 아직 그 충격에서 못 벗어났답니다. 

그리고 막상 세포라에서 일을 하고 보니 그런 상황이 정말 생기더라고요. 손님중에 화장을 하고 나타난 남자분,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게이인 남자분, 또는 레즈비언인 분... 그분들을 동료들에게 지칭할 때 he나 she로 지칭하기가 난감하더라고요. 화장을 했다고 해서  she 라고 했다가 기분 나빠 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반대로 화장까지 했는데 여전히 he라고 지칭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순간적으로 들때가 있어서 차라리 they 라고 해 버리는게 속이 편하긴 하더라고요. 

과연 이런 사내 교육이 10여년전에도 있었을까 싶지만 분명 요즘의 현실을 반영한 교육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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