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포라 일기- 매니저가 나를 싫어하나봐

세포라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동료나 매니저를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너무 바빴거든요. 새로 오픈한 매장이다 보니 손님이 끊이질 않고 몰려 들어서 정말 쉴 틈 없이 바빴어요. 게다가 방학 기간이라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아무튼 항상 바쁘게 일하느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일도 점점 익숙해 지고, 일하는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중에 한동안 저를 심적으로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저희 매니저였답니다. 

저는 일하러 들어가기 전에 숨 한번 가다듬고 들어가요. 왜냐면 만나는 동료들 마다 최대한 반갑게 인사를 하는게 그날의 가장 큰 일이거든요. 제가 은근 붙임성 좋은 성격은 아니라서 ㅎㅎㅎ 이게 사실 어려운 사람인데 미국에서 살아 남을려면 다른건 몰라도 인사 하나만큼은 잘해야겠더라고요. 그냥 수줍은 듯 "하이" 말고,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 만난 것 처럼 "어머!!! 얘!! 하~이" 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쟤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너를 만나서 진짜 반갑거든?' 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ㅎㅎㅎ 생각해 보세요. 내가 별 관심 없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나만 보면 막 반가운 척을 하면? 그것도 어쩌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만날 때 마다 그러면 저 사람은 내가 반가운가봐?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나를 반겨 주는데 싫다할 사람 있을까요?

그런데 유독 저희 매니저만큼은 제가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였단거죠. 심지어 기본 매너인 제 안부를 되묻지도 않았어요. 제가 hi! *** How are you? 라고 하면 "I'm good" 이걸로 끝!!! 보통의 미국인들이라면 "넌 어때? " 라고 되묻는게 예의거든요. 그런데 입사한 이후로 매니저로 부터 인사를 먼저 받아 본 적도 없고, 제가 인사해도 저의 안부를 되물은 적이 없었어요. 

'이거 뭔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점점 커져 가고 있던 어느 일요일, 매니저와 저 그리고 다른 직원 한명과 같이 근무를 했는데 그날 하루동안 저희 매니저는 저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로 각자의 일만 했어요. 다른 직원이 가서 매니저에게 말을 걸고 스몰톡도 하곤 했지만 제가 매니저에게 말을 안걸어서였을까요? 매니저는 저와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자기일만 했죠. 게다가 휴게 시간을 안 챙겨줘서 2시간마다 있는 15분의 휴식 시간 중, 마지막 휴식 시간은 한번도 챙겨 받지 못했어요. 아직 신입인데다가 매일 너무 바쁘다 보니 일하다 도중에 휴식 시간 챙기겠다고 갈 수가 없어서 누군가가 가도 된다고 해 주길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매니저와 저 단둘이 있을 때도 매니저가 저에게 휴식을 다녀 오라는 말이 없고, 대신에 본인의 휴식 시간은 칼 같이 찾아서 가더라고요. 

그래서 담번엔 제가 직접 휴식 시간을 챙겨야겠다 싶어 마지막 휴식 시간이 됐을 때에 매니저에게 "저, 휴식 다녀 와도 될까요?" 라고 했더니 시계를 보시고는 "real quick (최대한 빨리 다녀와)" 이라고 답하더라고요?  법적으로 정해진 15분이 있는데 real quick은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되서 동료인 나나양에게 상담을 했더니 콜스 매니저에게 상담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휴식을 갖는 것도 못 마땅한 것처럼 느껴지고, 저에게 인사를 하지도 않고, 심지어 퇴근할 때에도 퇴근한다며 have a good day 라고 해도 어떤 답도 안 해 주는 매니저... 

제가 마음에 안드는거 맞죠??? 

그런 마음이 드니까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날은 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날은 집에 와서 남편에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걸까? 하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내 일만 하자~ 

그러다 어느날 나나양이 대화중에 " 매니저는 나를 싫어하거든" 이라고 하길래 제가 깜짝 놀라서 " 매니저가 왜 너를 싫어해? 나는 매니저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라고 했더니 "아, 너 **가 그만 둔 이유가 매니저 때문인거 몰랐구나" 하더라고요? 

사실 그 즈음해서 저희 직원 두명이 그만두게 되었고, 사실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직원 2명이 그만 두는 것은 분명 개인 사정이라기 보다는 근무 환경에 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그리고 매니저에 관한 설문 조사도 있었어요. 전 당시 매니저 문제 보다는 어떤 시스템이 맘에 들지 않는게 있어서 그 시스템 개선 해 달라고 장문의 편지를 써 놓았더란... 그렇게 해서 그 시스템이 고쳐지긴 했지만요. 

암튼 나나양과 대화를 하고 난 후 알게 된 것은 저희 매니저는 곁을 쉽게 내 주지 않는 그런 차가운 분이셨어요. 저에게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차갑지만 한번 신뢰를 얻고 나면 그리 차가운 분은 아니라는 것이였죠. 하지만 그렇게 신뢰를 얻기 까지의 시간 동안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분명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게 될거라는 것이였죠. 

그래서 저는... 지금 그 시간을 잘 견뎌 내고 있는 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