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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씨애틀 변두리 사는, 한국 아줌마의 알바 구하기 2

by 스마일 엘리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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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의 1편이 되는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이 블로그" 부터 먼저 읽고 오셔야 이 글의 연결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2022.07.07 - [미국 생활기] -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이 블로그...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이 블로그...

제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한지 10년이 되었어요. 지난 10년 중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블로그를 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엔 국제 결혼으로 인해 미국인 남편과

smileellie.tistory.com

급번개 같은 만남으로 그냥 평범한 하루로 지나갈 뻔 했던 그날이 저에게 평범할 수 없었던 그날... 

친절한 그녀님으로 부터 충전 받은 에너지와 용기로 "그래 뭐든 일단 도전해 보자~" 라는 마음으로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길은 늘 장보러 다닐 때 지나치는 길이였는데 그동안 본 적도 없던 구인 사인이 하필이면 또 그날 똬악~ 하고 제 눈에 띄인거죠. 

새로운 "S 매장" 의 그랜드 오프닝 사인과 함께 구인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더라고요. 매일 그 길을 다니면서도 그곳에 그 매장이 생기는 줄도 몰랐고, 그 구인 사인이 붙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가슴 속에 솟구치는 의욕과 열정,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만땅으로 채워진 바로 그때. 그!순!간! 

그 사인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저에겐 마치 운명 같았어요.  지나다니다 보면 사실 구인 사인은 늘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 S 매장은 제가 일해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고, 또 그랜드 오프닝을 앞두고 있는 새로운 매장이니까 뭔가 저도 함께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물론 지원한다고 해서 제가 채용될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기회' 라는게 생긴거잖아요?  그리고 그 기회라는건 얼마나 사전 준비를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거고요.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과 '해 보자' 라는 의욕에 너무 신나서 집에 돌아 왔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아이들을 마주하자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 아이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난 일을 할 수가 없구나... 그래서 애초에 내가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시점인 9월부터 일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지...'  

이건 어떻게 타협할 수 없는 현실이라 아쉽게도 9월이 될때까지 기다려야겠다 하며 어쩔 수 없이 그 신나던 마음을 살포시 접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잘려고 누웠는데 자꾸 그 구인 사인이 눈에 아른아른 거리고... 새로 오픈 하는 매장에서 나도 오픈 멤버가 되어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기고... 그러다 아이들 방학 생각이 그 욕심을 덮어 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꿈틀대며 그 욕심을 비집고 올라와 ' 지원한다고 합격하는 것도 아닌데 일단 경험삼아 지원이라도 해 보면 안될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그렇게 잠을 설치다시피 하며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제가 내린 결론은...

'일단 지원해 보고, 방학때는 일을 못하지만 내가 정말 맘에 들고 나를 뽑고 싶다면 9월 이후에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불러 주겠지! 당장은 채용하지 못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걸 그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는 마음으로 지원해 보지 뭐, 3개월 사이에 그만 두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는거고...'  

라는 무모한 자신감이였죠. 

이건 완전 제가 채용된다고 제 맘대로  전제하고, 제 상황 때문에 당장은 채용할 수 없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오는 결론 아니겠습니까? ㅎㅎㅎㅎ 

이 정도면 제가 친절한 그녀님에게 받은 용기와 에너지가 얼마나 차고 넘쳤는지 아시겠죠? 

그렇게 해서 그날부터 이력서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동안 레쥬메 쓰는 법을 검색하고, 레쥬메 양식을 고르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해서 완성했습니다.  이력서를 쓰다보니 저의 사회 생활 공백기가 얼마나 길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 직장 생활이 12년 전이라 그 이후엔 이력서에 써 넣을게 없더라고요. 그러다 번뜩 생각난 것이 미국에 오자마자 크로거에서 8개월 알바한 경력이 생각나 채워 넣었더니 공백기가 6년으로 줄어들어 얼마나 다행이다 싶었는지 몰라요. 물론 전업 주부로 지내면서 미국 유아식 책도 냈고, 현재는 미국집 인테리어 책도 준비하고 있지만 제가 지원하려고 하는 곳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 이력서에 어떻게 엮어서 쓸 방법이 없었어요.  그렇게 6년의 공백기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드디어 지원을 하기 위해 온라인 지원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까지만 해도 그 매장 지점의 지원 페이지가 오픈 되어 있었는데 더 이상 오픈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ㅠ.ㅠ

우째 이런일이!!! ㅠ.ㅠ 

아마도 제가 이력서를 준비하는 그 사이에 이미 다 충원이 되었나봐요.  너무너무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제가 아니죠. 

그 지점이 아닌 그 S사의 메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일단 지원서를 작성하고 그곳에서 제 지원서를 지점으로 넘겨 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연락은 없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시간 날 때 마다 제가 지원하고 싶은 지점을 검색어로 넣어서 계속 체크해 봤습니다. 그렇게 한 열흘이 지났나? 

이메일로 구인 모집을 한다는 메일이 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지점을 다시 검색해서 넣어 봤더니 지원 페이지가 오픈되어 있지 뭐예요?!?!?!? 

왔구나!!!!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 

너무 신나서 곧바로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력서도 첨부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 뚜둥!!!! 

서류 심사에 합격했으니 다음 단계인 인터뷰 스케쥴을 예약하라는 메일이 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뒤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인 오후 1시로 예약을 해두고, 그날부터 면접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구글로 S사의 인터뷰 질문을 검색해서 출력한 뒤, 제 상황에 맞는 답변들을 준비하고, 직접 말해 보는 연습도 했어요. 

그리고 면접 전 날에는 다른 도시에 있는 S사의 매장에 직접 찾아가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유니폼도 살펴 보고, 머리 모양, 화장법, 신발까지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아래 위로 검정색 옷을 입고 있었고 신발도 검정 신발을 신고 있길래 집에 오는 길에 검정색 셔츠, 검정색 바지, 검정 신발도 한켤레 샀어요. ㅎㅎㅎ 합격한 것도 아닌데 마음은 이미 합격한 기분으로 돈 쓰며 설레발 치고 있는거였죠. 

집에 와서는 손톱에 젤네일도 예쁘게 발랐어요. 표범 무늬까지 넣어가면서 말이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지금 제 면접 준비 함께 하고 있는 기분 아닌가요? ㅎㅎㅎ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면접 보러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씨애틀 변두리 시골에서 애들 키우면서 살던 시골 아줌이 면접을 앞두고 있다보니 화장하고 머리 손질하는데만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러고도 마스카라는 혹시라도 운전해서 가는 동안 너구리 될까봐 미리 바르지도 못하고, 매장 근처에 가서 주차한 후에 차에서 바르려고 남겨두는 세심한 생각까지도 했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제 유아식 책도 가방에 넣었습니다. 왠지 이 책으로 뭔가 저를 어필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게 15분~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를 나름 조금 여유있게 일찍 나가자는 생각으로 40분전에 출발 했습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한 듯 했고, 기분도 좋았고, 뭔가 잘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운전을 하며 '룰루랄라' 노래도 부르고 한참을 잘~ 가다가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든 생각! 

'매장이 여기 어디쯤이였던 것 같은데?!?!  으응? 내가 지나쳤나?!?! 아닌데? 못 본 거 같은데?!?! 그런데 여기서 더 가도 그 매장이 있을 만한 곳이 없는데? 아? 지나쳤나보네?' 

하며 길이 헷갈리기 시작했고, 급히 차를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다시 되돌아 갔습니다. 

그렇게 돌아서 또 직진을 계속 하다 보니 그 매장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더 직진해서 가도 매장이 있을만한 장소도 없고요. 

"맙소사!! 큰일났다!!!!"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고,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나왔는데 점점 여유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차를 세우고 휴대폰으로 검색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 오픈하지 않은 매장이다 보니 주소가 나올리 만무하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심장도 벌렁벌렁하고 갑자기 패닉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점점 면접 시간은 다가오고, 인터넷으로 다양한 검색어로 검색을 해도 주소를 찾을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더니 그 사람도 모른대요. ㅠ.ㅠ 

그런데 고맙게도 그 분이 다른 분에게 물어서 위치를 알려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대답을 듣자 마자 미친듯이 그 장소로 운전해서 겨우 도착했고 이미 도착한 시간은 제 인터뷰 시간인 1시를 넘어 1시 3분이 되었습니다. ㅠ.ㅠ 

'아~ 마스카라 발라야 되는데.... ' 그런데 지금 마스카라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ㅠ.ㅠ 

세상에!!!!! 인터뷰에 지각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제 자신이 너무 싫고, 이미 인터뷰를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고 울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으로 막 울리길래 일단 차에서 내려서 걸어 가면서 받을려고 허겁지겁 차에 내린 후 가방을 열어 보니 진동이 멈췄더라고요. ㅠ.ㅠ 그날 면접 볼 매니저분으로부터 온 전화였는데 전화를 받지도 못하고... 

완전 완전 완.전.히 그날의 인터뷰가 망했다는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그렇지만 도착은 했으니 일단 매장에 들어가 제가 왔다는 것은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체력장 이후 발휘한 적 없는 100미터 전속력 21초 옛기록 갱신을 목표로 (전에 말했죠? 제 생에 제일 잘 뛴 기록이 꼴등보다 한발 앞서 들어온거라고!!!! ) 전력질주하는데 매장의 문 옆에서 두명의 남성과 두명의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저를 훑어 보시더니 " How are you doing?" 하며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아직 매장이 오픈전이라 디스플레이가 한창 중이고, 담배를 피는 분들도 복장이 작업복 같은 편안한 옷을 입고 계셨기에 매장 오픈을 준비하시는 현장 노동자 같은 분들로 보이셔서 일단 달리기를 멈추고 최대한 밝게 웃으며 " I'm pretty good! Thank you!  How are you? " 하며 진짜 반가운 척, 하이톤으로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매장에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분에게 오늘 인터뷰가 있었는데 조금 늦었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하는데 제 뒤통수에 대고 누군가가  

"면접보러 왔어요? 그럼 같이 가요, 내가 S 매니저예요"  라고 하길래 돌아보니.. 

맙소사!!! 그 현장 노동자로 보였던 분이 제가 지원한 S의 매니저였던거죠!!!! 전 그냥 매장 공사 하시는 분인줄 알았거든요. 마음 급하고 바쁜 와중에 달리면서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 멈춰서서 인사에 답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였던지... 진짜 인사 잘 했어서 다행이다!!! 라며 안도했어요. 

그렇게 그분을 따라 인터뷰 할 오피스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저를 인터뷰 할, 그리고 S사를 관리할 K매장의 총책임 매니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늦어 당황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을 때 저에게 전화를 걸었던 바로 그분!!! 이였죠. 

출발 전까지만 해도 좋은 예감으로 가득했던 인터뷰 였는데 지각을 하는 바람에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인터뷰 현장... 

이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다음 얘기 더욱 궁금해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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