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기

올 것이 왔다!

by 스마일 엘리 2022. 1. 29.
반응형

오셨습니다!!! 그분이... 

드디어 제게도...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라 피해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큰 고생 없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생활 했어요. 뭐, 아이들 학교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사실 언제 걸려도 걸릴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어요. 물론 아이들 학교는 마스크 의무라 점심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지만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 메일을 하루도 빠짐 없이 받고 있었기에 정말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졌거든요.  그 사이에 와플이도 확진자와 직접 접촉이 있었다는 메일을 받고, 다음 날 학교에서 코로나 테스트 후에 등교한 적도 있었고 말이죠. 등교 첫날 부터 확진자 메일을 받았을 땐 많이 걱정되고, 두려웠는데 매일 매일 메일을 받다 보니까 나중에는 읽지도 않게 되고, 무감각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 학교 다니고 나서 부터는 그냥 평상시 대로 생활 해 왔고요. 뭐,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래서 걸릴 수도 있겠거니 했어요. 그나마 백신이라도 맞았으니 걸려도 좀 덜 고생하고 지나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요. 

그러다 연말에 가족 여행을 다녀 왔어요. 사실 여행 다녀 오면서 왠지 코로나에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싸~ 하게 왔어요. 그리고 1월 1일 새해가 지나자 열이 나더라고요. 열 때문인지 얼마나 한기를 느꼈는지 몇년 동안 사용한 적 없는 전기장판까지 꺼내와서 그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는데도 추워서 바들 바들 떨다가 해열제를 먹고 열이 가시니까 또 땀이 얼마나 나는지...

그렇게 열 내리고 나니까 기다렸다는 듯 목 감기가 오네요? 정말 목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꼈어요. 기침 할 때마다 너무 괴로웠어요. 이때부터 '혹시??? " 하면서 코로나를 의심하기 시작하다가 다음날 기침까지 시작되자 '올 것이 왔구나!' 싶더라고요. 

테스트를 받아야겠다 싶어 주변에 테스트 가능한 곳들을 알아보니 예약이 필요 없는 드라이브 쓰루 같은 곳도 넘쳐나는 코로나 테스트 희망자들 때문에 예약제로 바뀌었고, 예약도 당장 가능한 곳이 없었어요. 주변 약국에서도 검사가 가능해서 온라인으로 예약할려고 보니 예약 가능날짜가 8일 뒤, 막 이렇게 나오고... 미국은 자가 격리가 5일인데, 8일뒤에 테스트하면 자가 격리 끝난 뒤라서 그냥 내가 걸린거 확인만 하는거 밖에 안되는데... 게다가 결과를 빨리 알아야 아이들과 남편도 테스트를 하고 격리를 하든 어쩌든 결정할 수 있는데...  

당장 예약이 안되서 그렇게 또 어영부영 보내고 있는데 친정 엄마가 테스트 받아 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 하심요. 저도 점점 증상이 심해지고 무엇보다 목의 통증과 기침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동네 얼전케어에 테스트가 가능한 곳을 찾았어요. 얼전케어도 환자가 너무 많아서 3~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후기, 또 어떤 곳은 아침에 문열자 마자 전화했더니 그날 저녁 6시 50분으로 예약을 잡아 주더라는 후기를 보고 어쨌든 기다리기만 하면 테스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얼전케어를 갔습니다. 

테스트 하러 왔다니까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를 줄테니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전화 걸면 오라고 하더라고요. 대충 2시간 30분 후라는 시간대도 알려 주었고요. 그래서 차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연락을 받고 테스트 하러 갔어요. 면봉으로 코 찌르는 것도 직접 해야 되더라고요? 코로나 전염 때문에 그러는거겠죠? 그냥 순식간에 남이 푹! 찔러 주는게 낫지, 어디까지 넣어야 다 들어간건지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는 제가 직접 쑤셔 넣으려니... 면봉으로 미지의 콧구멍 세계 탐험하는 기분이였어요.

조.금.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넣다가 끝이다 싶어 멈췄더니 "더!!" "더!!" 하시길래 아니 내 콧구멍에 더 들어갈 구멍이 있는지 당신이 어찌 알고 더! 더! 하는거냐고 마음속으로 버럭하면서 더 밀어 넣었더니 뽁! 하면서 미지의 콧구멍 세계의 또다른 문이 열리더라고요? 그러고도 좀 더 들어간??? 그리고 10번을 휘저으라 그래서 콧구멍 벽을 샅샅이 훑어내듯 휘저었죠. 끝난 줄 알았는데 다른 한쪽 콧구멍도 마저 하라고!!!!  ㅠ.ㅠ  눈물 찔끔했던, 별로 안신나는 콧쿠멍 탐험의 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코로나 확진 판정 받았어요. 

이미 증상을 며칠동안 겪은 후라서 코로나 양성 판정에도 크게 걱정 되지는 않았지만, 접촉자들에게 양성 사실을 고백하고 증상이 있으면 검사 받아 보라는 연락을 하는 것은 조금 걱정 되더라고요. 집순이인 저에게 접촉자는 아침마다 아이들 스쿨버스 정류장 까지 함께 걸어가는 이웃 뿐이지만, 아이들이 이 이웃의 아이들과 매일 한 두시간씩 같이 놀기 때문에 혹시나 그집 아이들이 아플까봐 무엇보다 걱정이였어요. 

조심스레 이웃에게 코로나 양성 판정 받았고, 아이들은 증상이 없지만 우선 아이들과 함께 격리할 예정이다. 그리고 혹시 너희 가족중에 누가 아프게 된다면 미안하다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셋째 아이가 콧물이 조금 나긴 하지만 홈 테스트 킷으로 코로나 검사 해 봤지만 음성 반응이였다고  답장이 왔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양성 판정 받고 남편도 증상이 있어 검사 했더니 코로나 확진!!!. ㅠ.ㅠ 

그렇게 온가족이 격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이웃으로부터 온 메세지 

"치킨숩이랑 모모후쿠 누들 2팩 문 앞에 놔뒀어! 면은 원래대로 조리해서 먹어도 맛있지만 치킨숩에 넣어 먹어도 좋을거야. 불지 않도록 따로 준비했어" 

아~ 정말 감동했어요. 사실 코로나 양성 판정 사실 말할 때 정말 미안했거든요. 저희 가족과의 접촉이 없었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걸릴 수도 있는거지만 어쨌든 확실한 근거리 접촉이 있었고, 저희가 양성 반응이 나왔으니 그쪽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린다면 저희 탓이니까요. 그런데 생각치도 않게 이렇게 음식까지 챙겨서 주다니... 마음이 따땃~ 게다가 치킨 숩은 또 얼마나 맛있었게요. 모모후쿠 누들이 뭔지는 몰랐지만 치킨 누들 숩에 얇은 우동면을 넣어 먹으니 그냥 치킨 누들 숩보다 훨씬 맛있더라고요.  이 이웃 가족들이 아시안 음식도 좋아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평상시에 얘기를 해줘서 제가 한인 마트 다녀올 때 마다 한국 과자 같은걸 사서 주긴 했는데... 치킨 누들숩에 우동면을 넣어 먹을 정도이니.. 담번엔 한국 음식을 소개해 줘야겠다 싶어서 격리 끝나고 냉동 호떡이랑 유자차를 사서 그릇과 함께 돌려 줬어요. (수정과와 더불어 유자차 싫어하는 미국인 아직 한명도 본 적 없어요. ㅎㅎㅎ 제가 타 준 유자차를 맛 본 미국인들은 심봉사 개안의 기적도 함께 맛 봄요.  아니나 다를까 유자차 SO GOOD 이라고 대.문.자. 로 답장 왔어요. ㅎㅎㅎ  

1월 1일부터 증상이 시작되었고, 글을 쓰는 지금 1월 28일... 대부분의 증상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잔기침이 있어요. 그래도 온가족 큰 고생 안하고 코로나 잘 보낸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