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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코로나 정리해고 그 이후...

by 스마일 엘리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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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을 열흘 정도 앞 둔 시점에서 남편은 정리 해고 되었고, 6월 1일부로 전.격.백.수가 되었습니다. (어서와~ 백수는 처음이지? )

그런데 3월 부터 시작된 재택 근무 탓으로 계속 출근을 안했던 탓인지 백수가 실감나지 않는 생활... 그러다 월급날 통장에 돈 안 꼽히니 실감 나더라고요. ㅎㅎㅎ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전 집을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집을 포기해야 이사를 결정할 수 있고, 이사를 각오해야 남편이 구직활동을 할 지역을 가늠할 수 있고, 그래야 남편도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뿌릴 수 있는데 집이 느무느무 아까워서 도저히 팔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꼬장 부리기 시전, 현실 외면, 불시 버럭! 등 미친여자 널뛰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좋은 생각이 번뜩! 

' 그래! 집을 안 파는 대신에 남편을 팔지 뭐 까짓!' 

 전 여기 모제스 레이크에 집과 남을테니 남편에게 다른 지역의 직장을 알아 보고 주말 부부 하자고 했다가 진짜로 남편 잃을 뻔 ㅎㅎㅎ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건 저도 잘 알고 있었죠. 아무것도 없는 이 시골에 제가 남을 이유는 1도 없으니 속상하지만 집을 파는 수 밖에요. ㅠ.ㅠ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모제스 레이크를 떠나기로 했어요. 하지만 샤워 부쓰 공사가 시작도 안 되었으니 일단 공사가 끝나야 집을 팔 수 있는거고, 그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또 집을 팔고 이사를 할려면 정신없이 바빠 질테니까요.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은 좀 불안했고, 가족들끼리 캠핑이나 다니기로 했죠. 

Lake chelan state park in WA

Grand Ronde River in OR

친구네와 함께 갔던 캠핑 

여기 물고기가 어마무시 하게 많아서 아이들이 물병 들고 고기 잡겠다고 호기롭게 들어갔다가 번번히 허탕 치는걸

제가 빨래망 들고 가서 그냥 쓰윽~ 하고 쓸어줬더니 물고기가 막 수십마리가 쓸려 들어가서 엘리 둥절~ 

개울가 물고기잡이는 빨래망이 와따! 입니다.

Kachess Lake in WA

올해 갔던 캠핑 장소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예요. 내년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요. 다만 샤워 시설이 없고, 화장실도 푸세식이라 

캠핑카가 아닌 텐트 캠핑은 좀 불편하긴 했어요. 

그러나 정말 자연 경관이 너무 좋았고, 물도 깨끗, 아이들이 안심하고 수영할 수 있는 얕은 곳도 있어서 워싱턴주에 사시는 분들은 당일치기 또는 1박 정도로 짧게 다녀 와도 좋은 곳 같아요. 



캠핑 다니면서 좀 휴식기를 가졌던  남편은 그 사이사이에  이력서를 뿌렸고, 두 군데 정도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긴 했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연봉 협상이 잘 안됐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또 지역을 옮기는 것이라 그것을 감수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되려 연봉을 낮춰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거절 했어요. 

어느새 욕실 공사도 시작 되었고, 방수 테스트로 시간이 지체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왔을 즈음, 남편이 씨애틀 근처에 있는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았습니다. 

역시나 저희가 원하던 조건은 아니였어요. 하지만 남편은 이미 공식적으로는 석달 넘게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고, 두번의 오퍼를 거절했기 때문에 지금은 연봉으로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닌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았어요.

 물론 더 기다리면서 계속 지원하다 보면 조건에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타업종에서도 정리 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경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실업 급여 받으면서 저축한 돈 까 먹는것 보다 월급 받으면서 기회를 엿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씨애틀 근교라서 장거리 이사를 안 해도 되고 (그렇다 해도 편도 3시간 거리임) 시골을 벗어나 도시 근처에서 살 수 있는 기회이니 좋지 않냐고요. 

늬예~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조건이죠. 

드디어 탈시골 해서, 도시 가깝고, 게다가 한인 마트와 한식당이 즐비한 동네 가깝고, 한국으로 가는 직항 공항이 있어서 비행기 갈아탈 필요도 없고 저에겐 완벽 그 자체였죠. 

단 한가지만 빼면요! 

도시로 나가면 그만큼 주거 생활비가 비싸지는데 문제는 연봉을 줄여서 간다는것! 지출은 더 늘어나는 곳으로 가는데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였습니다. 

아~ 쿨하게 보내 주려 했던 내 집에 대한 집착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왔어요.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ㅠ.ㅠ ♬♪고 나발이고 모르겄다!! 그냥 가즈아~ 


이 시국에 잡 오퍼 받은 것에 감사하고, 멀리 대륙을 가로 질러 이사 안해도 되고 (사실 첫번째 잡 오퍼는 예전에 살던 사우스 캐롤라이나 였음요. 그 먼길을 왔는데 다시 우째 돌아 갈것이냐며...) 무엇보다 젖과 꿀이 흐르는 한인 마트와 한인 식당 근처에 살 수 있는 기회 인걸요. 

그렇게 남편이 잡 오퍼를 수락 하면서 모든 일들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날짜가 한달 뒤로 정해졌고, 최대한 빨리 집을 팔아야 했고, 또 씨애틀 근교에 집도 알아보고 이삿짐도 싸야 하고 할일들이 쓰나미가 되어 등을 떠밀더라고요. .  

난 정말 편하게 쉴 수 없는 팔자인가봉가 ㅠ.ㅠ 

우선 욕실 공사를 빨리 마무리 해야 집을 내 놓을 수 있으니 건설사 매니저에게 연락해 일주일 안으로 모든 마무리를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4개월이 지난 샤워 부쓰 공사는 거의 다 끝났고 페인트칠과 베이스 보드 제 자리에 돌려 놓고, 수전 끼우고, 문 지방의 카펫 마무리 작업 정도만 하면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주 남편 직장에서 출퇴근 가능한 도시에 아파트를 구하러 다녔고요. 

집을 내 놓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슬프게도 랜선 집들이에 올라간 사진과 비디오가 제 블로그에서 보는 제 새집의 마지막 사진과 비디오가 되었어요. ㅠ.ㅠ 

미국에서는 집을 팔면 구매자의 중개인과 판매자의 중개인 비용을 판매자인 제가 다 부담을 해야 하는데 그게 집값의 5~6%예요. 거기에 플러스 클로징 비용 (명의 이전과 그 일을 대행하는 대행 비용)을 부담하는데, 집을 구입할 때도 클로징 비용등 큰 돈을 들였는데 일년도 안되서 집을 팔게 되다 보니 손해가 많아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리얼터(부동산 중개인) 없이 제가 집을 팔아 보기로 했답니다. 

작년에 집을 팔아 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또 유투브 야간대 입학해서  sale by owner 관련 자료들을 어마어마하게 봤어요. 진짜 밤에 세 네시간씩 거의 일주일 동안 본 것 같아요. 혼자서 집을 팔아야 하니 오퍼를 주고 받는 방법이나, 리얼터 없이 직접 바이어의 리얼터를 상대해야 하니 심리전에 대비도 해야 하고,  계약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는것인지도 알아야 하고, 또 어프레이절 (집 감정가격) 잘 받을 수 있는 팁등 최대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은 다 수집했어요. (어프레이절 낮게 나와서 손해 본 뼈 아픈 작년의 추억도 있고 해서...) 

그쯤 했더니 최소 셀프 임명 장학생 되서 졸업하고 그 근자감 뿜뿜 기운으로 리얼터 없이 리스팅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건 다음 포스팅에 리얼터 없이 집 파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포스팅 할 예정이예요. 

살짝 귀뜸을 한다면 작년에 집 팔았을 때 리스팅 하고 24시간만에 정식 첫 쇼잉을 온 바이어에게 오퍼를 받았었죠? 이번에는 그 기록을 깼거든요. 

걱정 했던 집 파는 과정도 순조로운듯 순조롭지 않게 (제 인생은 순조로울 수가 없어요. 꼭 뭐가 걸려도 걸림) 끝내고, 마침내 씨애틀 근교로 이사를 했어요. 

YAY!! 드디어 탈.시.골. 성공 했답니다. 그래서 전 지금 씨애틀 근교에 살고 있어요. 

작년에 친구들과 씨애틀 여행 왔을 때 마지막으로 봤던 단풍 나무를 다시 씨애틀에서 보게 되었어요. 

이제 매년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또 새집을 짓기로 했답니다. ㅎㅎㅎ 그 맘고생을 하고도 정신을 못차린거죠.  에효~ 

저번주에 땅 파기 시작했고요, 입주는 내년 4월인데 코로나 때문에 자재 공급등에 문제가 있어서 제 날짜에 입주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근데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 너무너무 우울해요 ㅠ.ㅠ 

우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너무 마음에 안 들고요. (코로나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계약한게 큰 죄 ㅠ.ㅠ ) 2층 임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빛이 안 들어서 백주 대낮에도 동굴에 들어 앉은 느낌이예요.

거기다가 늦가을 부터 초봄 까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는 씨애틀 날씨 때문에 더 침울 해지고요. 

오랜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비오는 날 겁나게 좋아하는 여자예요. 비 오는 날은 꼭 패티오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게 습관 같아서 우리 와플이가 제 커피를 내려줄 정도예요. 와플이는 따뜻한 우유 마시면서 함께  비오는거 바라보며 도란 도란 얘기 나누는게 당연한 이벤트 거든요 . 

그런데 집이 너무 깜깜하고 어둡고 싫으니까 비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생기질 않더라고요. 게다가 어두워서 요리 사진이며 아이들 사진이며 다 우울해서 뭘 할 의욕이 안 생겨요. 저만 그렇게 느낀건 줄 알았는데 와플이 아부지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비 내리고 날씨가 흐리고 어두우니 산뜻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부터 확 쳐진대요. 

이게 날씨 탓인지, 어둡고 음침한 집 탓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냥 집 탓으로 할래요. 

암만 우울한 날씨래도 H 마트 푸드 코트에서 오징어 볶음을 먹고,  아시안 고구마와 홍시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너무 행복했그등요. 


맞네! 맞아!! 다~ 집 탓이네!  


그리고 또 한가지! 제가 최근에 어두운 공간에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수도 있어요. 아, 이 얘기도 꼭 포스팅 해야 하는데.. 

그런데 이 얘기 쫌... 마이 무서운데.... 

다음 포스팅에 무슨 얘기 부터 할까요? 무서운 얘기? 아니면 유투브 야간대 장학생으로 집 판 얘기? 

덧글 반응 보고 다음 포스팅 올릴게요. 무반응은 노 포스팅임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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