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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내가 미국 식당에서 팁을 1불만 준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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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도 미국에서 살 만큼 살았다 느껴질 때" 라는 포스팅을 쓰면서 생각 난 일이 있습니다.

2019/02/11 - [미국 생활기] - 나도 이제 미국 살 만큼 살았다 느낄 때

 

처음에는 팁 문화가 익숙치 않아서 음식값 외에 팁으로 나가는 비용이 아깝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팁을 음식값의 일부로 받아 들이고, 담당 서버의 서비스를 기준으로 팁을 드리게 되니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많이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되었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그 반대로 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주고 싶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팁은 보통 15%~20%가 적정 수준이라고들 하는데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해도 받아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를 다 받았다면 최소한 10%는 주는게 일반적이라고 해요. 그리고 보통이였다면 15%, 만족할만하다 하면 20% . 물론 팁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는 사람 마음이기에 그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르지만 보통 저 기준으로 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 기준에 따라 저도 팁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별로 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10%는 지불했었더랬죠.

 

그러던 어느날, 미국 생활 4년만에 팁 최소 금액 10%의 기록을 갱신하고 단돈 1불만 남겨 놓고 온 일이 있었으니... 때는 작년 가을이였습니다. 가을이면 할로윈 조각에 쓰일 펌킨 패치를 가는데 작년에는 맛있다고 소문난 블러프턴 로컬 식당에서 펌킨 패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펌킨 패치 겸, 점심 식사를 하러 갔었습니다.

 

맛있다고 소문 난 식당인 만큼 대기도 약 10분 가량 있었고 자리를 안내받고 앉아 있는데도 담당 서버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고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겁니다. 누가 담당 서버인지도 모르겠고, 지나다니는 서버들은 너무나 바빠 보여 눈을 마주칠 시간 조차 허락하지도 않아도 아무나 눈만 맞아라~ 하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서버들 눈을 뚫어버릴 기세로 눈맞춤을 시도 했지만 정말 정신없이 다들 왔다 갔다 하며 바빠서 눈 맞을 일이 없더라구요. 사실 제 인생에 저랑 눈 맞은 남자가 거의 없었다는 팩트를 제가 잊은게지요. 그런 우리를 저~어기 멀리서 보았던 중년의 아저씨가 헐레벌떡 오시더니

"미안해요, 난 이 테이블 담당 서버는 아니지만 너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주문을 받을게요"

그래서 저희 테이블 담당도 아닌 누군가에게 주문을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긴 나왔는데...

사람은 네명인데 테이블 위에 실버웨어는 한 셋트 밖에 없더라구요.

남편은 햄버거를 주문했고 와플이는 치킨을 주문해서 실버웨어가 없이 손으로 먹을 수 있지만 제제는 맥앤치즈를 주문해서 포크로 맥앤치즈를 퍼 먹어야 하고 저는 폭찹을 주문했기에 포크가 있어야 먹을 수 있는데 하나 밖에 없는 포크를 제제가 쓰고 있으니 전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아놔~ 성인용 눈맞춤 스킬은 안통하니, 40년도 전에 익혔던 영아용 눈맞춤 스킬을 시도해 보았죠. 제 테이블 가까이에 왔다 갔다 하는 서버 한명 찍어서 그 사람만 쳐다 봤습니다. 그런데 안 통해요 ㅠ.ㅠ  정말 너무 하다 싶은게 가까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불러라도 보겠구만 부를수도 없는 거리라 그냥 바라만 볼 수 밖에요. (미국에서는 서버를 소리내서 부르는건 매너에 어긋나기 때문에 눈을 맞추거나 손을 살짝 들어 사인을 줘야 하거든요) 오죽하면 부를 생각까지 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못해 그냥 나이프로 폭찹을 찍어서 먹었더니 그건 테이블 매너가 아니라며 남편이 말리더라구요. 식당에서 음식은 주면서 식기구를 안주면 음식을 먹으라는건지 말라는건지...

미국에 온 이래, 아마 최악의 서비스 경험이였을거예요. 보통 음식을 서빙하고 나면 서버가 와서 음식 맛은 어떤지, 음료는 더 필요한지 확인을 하는데 그런것도 없었고, 음료는 진작에 다 마셨는데 리필도 없고 먹으라고 가져다 준 음식은 먹지도 못하고 있고 제제 한입 먹고, 그 포크로 저 한입 먹고 그러다 기분 상하고 입맛 떨어져서 거의 남기다 시피 하고 음식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참을 기다렸어요. 멍하니~ 누가 우리 서버인지 모르니 누군가가 와서 계산서를 가져다 주길 기다릴 수 밖에요. 그렇게 한 20분을 기다렸더니 담당 서버인듯한 남자가 그제서야 나타나 iS EVERYTHING GOOD? DO YOU NEED MORE DRINK? 라고 묻더라고요?

참 일찍도 물어보네!!! 그 서버의 처음이자 마지막 액션은 팁을 노린 계략으로 밖에 안 보였기에 저의 불쾌함을 팁으로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구구절절 이러이러했다라고 말하기도 싫고, 팁을 원하는거니 원하는걸 주지 않겠다는 생각?

그런데 팁을 아예 안 주는게 아니라 안주느니만 못한 금액을 줘서 모욕감을 주고 싶었달까요? 음식은 가져다 주고 실버웨어를 주지 않아서 음식을 앞에 놓고도 먹을 수 없었던 제가 느꼈던 그 모욕감에 대한 소심한 복수로 말이죠.

그래서 당.당.하.게. 영수증의 팁 결제란에 1불을 써 넣었죠. 그리고 왜 1불인지에 대해서 영수증 밑에 그 이유도 남기고요.  담당 서버가 보고 모욕감을 느꼈어야 할텐데... 아무것도 안하고 1불이라도 벌었다며 기뻐하는 머저리는 아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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