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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우리집에 야매 헤어 살롱을 오픈한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7.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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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지 2년째...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아 가고 있는 저에게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미용실 문제

 

미국에도 미용실이 있지만 미국의 미용실에서 과연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컷트를 해 줄 수 없을것만 같아서 감히 가 볼 생각조차 안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미 일본식 헤어 컷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거지꼴을 하고 사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 이미 거지꼴을 하고 살고 있는 중임) 일본에 갈 때까지는, 아니면 일본인이 하는 미용실을 찾을 때 까지는 머리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한국 갈 때 일본 경유로 가서 미용실에서 머리나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년째 미용실을 가지 않았더니 머리가 너무 길어져서 허리까지 내려오고, 애 키우며 머리에 공 들일 시간이 없으니 맨날 똥머리로 질끈 묶어 올리며 살았는데 머리 숱도 많고, 길이도 길어지다 보니 정수리 위에 똥머리 만들어서 올려 놓으면 조만간 새가 와서 둥지 틀겠드만요. 그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도 올 지경 ㅠ.ㅠ

 

그런데 이런 저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셨습니다.

 

일본에서 남편과 같이 근무했던 가장 친한 친구의 와이프가 저와도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녀가 일본에서 헤어 디자이너였다는 것!!! 그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작년에 저희집에 놀러와서 2박 3일 묵고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알았더라면 컷트라도 부탁했을텐데 다녀 가고 나서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녀는 제가 사는 곳에서 6시간 반이나 떨어진 놀스 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어서 그 사실을 알고도 당장 부탁할 수도 없는....

 

그러던 중 이 미용실 문제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클럽 A 멤버들 ( A는 아줌마입니다. ㅋ 엄친딸의 남편이 저희 모임의 이름을 클럽 A로 정해 줌) 모두 그들의 머리를 만져 줄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더군요. 엘리양은 결국 미국 미용실에 다녀 와서 컷트를 했는데 70불짜리 컷트를 그냥 가위로 댕강~ 자른 듯한 컷트 테크닉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차라리 자기가 직접 자르는게 나을 뻔 했다며 하소연을 하기까지...

 

블러프턴 한인 백성들의 헤어에 대한 원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니.... 제가 소매를 걷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사실 누구보다 제가 더 급했... ㅋㅋ) 친구에게 이곳의 한국인 친구들이 미용실이 급하니 제발 우리들의 머리를 좀 어떻게 해 달라구요. 그리하여 친구는 남편과 휴가를 받아서 저희집으로 2박 3일 용돈 벌이와 휴가를 겸해 오게 되었고 저는 저희집 욕실에 야매 헤어 살롱을 오픈 하게 되었죠.

 

 

드디어 그랜드 오픈한 야매 헤어 살롱

토요일 컷트와 염색 예약 손님 2분, 일요일 컷트 염색 손님 3분!!

 야매 헤어 살롱에 무급 단기 직원으로 셀프 취직한 저는 손님들과 헤어 디자이너 사이에서 통역을 담당하고, 욕조에 걸터앉아 대기하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기도 하고, 심심하지 않도록 수다도 함께 떨며 실장으로의 본분을 다 했습니다.

 

 

야매 헤어 살롱 답게 샴푸는 손님이 스스로~ 그런데 문제는 저희집 샤워 부스에서 머리를 감아야 해서 손님들이 옷 벗고 들어갈 수 없으니 샤워 부쓰 밖에서 무릎 꿇고 머리는 샤워 부스에 넣고 힘겹게 감아야 하는 웃지 못할 시츄에이션 ㅋㅋㅋ

 

저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2년만에 드디어 머리 컷트도 하고, 염색도 했습니다.

 

 

                            아들패치의 카메라에 잡힌 엄마의 불법 미용 시술 현장. JPG

 

머리 감을 때마다 빨래를 빠는건지 머리를 감는건지 모를 지경이였는데 새둥지 같던 머리카락을 쳐내고 나니 어찌나 가벼운지... 지긋지긋한 똥머리 이제 안해도 되서 좋아요.

 

 

 

저는 친구덕에 머리도 하고 좋았는데 와이프들이 야매 헤어 살롱 영업 하던 동안 1년만에 만난 남편들은 할 일이 없이 개인 플레이 모드~ 급기야 저희 남편은 삐져서 입이 댓발이나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일요일 마지막 손님이 가시고 난 후, 야매 헤어 살롱은 오픈 이틀만에 폐점하고 단지 내 수영장으로 go go~

 

 

지조없는 와플이의 새로운 썸녀.JPG

 

 

튜브타고 있으면 둥둥 떠서 빙글 빙글 도는 유수풀이 있어서 이틀간 열심히 일한 친구는 유수풀에서 튜브타고 릴랙스~ 하며 남은 시간을 즐겼습니다.

 

 

물놀이 하느라 에너지 방전된 와플이의 떡실신 샷

 

 

물놀이 한 후에는 김치찌개와 삼겹살 파티~

 

밤에는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알차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친구의 남편이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남의 남자가 차려주는 아침상도 받아 봤네요.

 

 

원래는 월요일 오전에 돌아갈 예정이였지만 제가 하루 더 있다 가라고 졸라서 하루 더 연장 된 친구네 부부의 일정

그래서 또 수영장으로 go go~

 

이렇게 해서 어렵게 모신(?) 헤어디자이너 친구의 휴가 겸 알바는 끝나고 그랜드 오픈한 야매 헤어 살롱도 영업을 종료 하게 되었습니다. (1년안에 재오픈을 하고 싶은 무급 임시직 실장의 간절한 바램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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