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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에서 중고 거래 후려치기 후기

by 스마일 엘리 2017.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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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2017/01/23 - [미국 생활기] - 미국에서 중고품 거래에 필요한 기술 (안 읽으신 분은 먼저 읽으시고 ^^) 에서 후려치기 테크닉을 소개 해 드렸잖습니까? 드디어 저에게도 이 테크닉을 시전할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바로 저희 동네에 거라지 세일이 열렸거든요. 거라지 세일이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집안에 필요 없는 것들 한데 모아서 자기집 차고 앞에 늘어 놓고 파는게 거라지 세일이예요. 그런데 주민 자치회 (HOA)가 있는 동네는 아무때고 거라지 세일을 할 수는 없고, 날짜를 정해서 다 같이 하더라구요.

이곳에 이사오고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거라지 세일이라 구경 삼아 한바퀴 후딱 돌고 와야지 하며 아침 일찍 애들 다 맡겨 놓고 동네를 돌아 봤답니다. 그런데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득템이다 할 만한건 없었고, 돌다 보니 뒷마당에 물 받아 놓고 물 장난 칠 수 있는 워터 테이블이 보이길래 가격만 괜찮으면 사야지 하고 내려서 물어봤는데 단돈 $5!!!

 

그래도 돈 받고 팔려고 내 놓은 물건인데 좀 씻어서 팔지 먼지 묻고, 테이블 다리 사이사이 거미줄에 거미들까지...

그래도 5불에, 씻기만 하면 새것과 다름 없을것 같아 이것도 득템이지~ 하며 룰루랄라 차에 실고 왔답니다.

어릴때 일 끝나고 통닭 사오던 부모 마음이 이런 마음이였을까 싶은게 ㅋㅋㅋ 5불짜리 중고 워터 테이블 실고 와서 차에서 내리는데 막 으쓱 으쓱 하면서

 

"얘들아~ 엄마가 뭐 가지고 왔는지 봐봐!!!! 와우!!! 이게 뭘까? " 혼자서 오바 육바 ㅋ

아마존 쇼핑으로 택배 아저씨가 집 문 앞에 내려주는 택배 상자 뜯는 재미와는 또 다른 설레임이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날의 쇼핑은 그것으로 끝나는 듯 했으나, 점심때 온 가족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자기도 한번 슬쩍 둘러 보고 싶다길래 차로 그냥 스윽~ 지나다가 눈에 띈 서랍장!!!

 

제가 요즘 페이스북 중고 거래 구경하는거에 재미 들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대충 서랍장들의 거래 가격이 어느 정도선에서 거래 되는지 짐작하고 있었고, 보기에는 허름해 보여도 미국 가구들이 무겁고 꽤 튼튼해서 샌딩 잘 해서 페인트칠만 잘 하면 오래 오래 예쁘게 더 쓸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기에 남편과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살펴 보기로 했답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남편은 맘에 들면 그냥 사라고 했고 전 페이스북 중고 거래 시세를 대충 생각하며

 

"100불 이하면 구입하고, 그 이상이면 그냥 안 살래"

 

하고 내려서 살펴 보는데 가격이 씌여진 종이를 보니

그냥 $50 OBO

 

뭐에 씌였는지 100불 예상했다가 50불이라는 가격을 보니 두번 생각치도 않고 "살게요" 라고 뱉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랍장이 우리 차에는 들어가질 않아서 남편과 어떻게 운반하지?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판매자가 흔쾌히 배달도 해 주겠다기에 (그래봤자 차로 20초 거리) 바로 실어왔죠.

 

저희집 차고에 내려 놓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뒷부분은 합판으로 덧대어 대충 스테이플러로 찍어 놓고, 이미 원래의 형태를 잃어 버린 제대로 된 가구는 아니였던거죠. ㅠ.ㅠ  그걸 보고 나니 50불의 가치는 안되는 서랍장인데... 차안에서 사전 합의한 그 100불의 반 가격에 그냥 정신이 팔려서 얼씨구 좋다구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업어와버렸으니...

게다가 50불 뒤에 씌여져 있던 OBO 그게 포인트였는데!!! OBO는 or best offer 라는 뜻으로 50불 아니면 네가 좋은 가격을 제시해 봐라~ 뭐 이런 의미거든요. 그 말은 곧 흥정할 여지가 있다는건데... 깍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데도 이 칠푼이는 배달도 해 준다는 말에 그냥 덥썩~ 해 버렸던겁니다.

 

 

후회한들 어쩌겠습니까? 저거 50불에 팔아도 누가 살 것 같지도 않고 ㅠ.ㅠ 20불에 판다면 부셔서 뗄감으로 쓰겠다며 산다는 사람이 있을래나?

 

이왕 이렇게 된거, 겁나 사포질 해서 변신 시켜 봐야죠. 그것도 실패하면 그냥 세숫대야 두개 올려 놓고, 국자 서너개 달아서 우리 와플이 제제 주방놀이 셋트나 만들어 주던가... ㅋㅋㅋㅋ

유레카!!! 그래야 쓰겄구만 ㅋㅋㅋㅋㅋㅋ

 

이 빙구짓을 경험삼아 두번 다시 같은 실수 않으리~ 하며 또 페이스북 중고 거래 구경 시작 ㅋㅋㅋ 페이스북은 원래 친구 친지와의 소통 공간 아니던가요? 제 페이스북은 먹통 공간이라 탈퇴할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고 거래 마켓이 생기는 바람에 탈퇴도 못하고 매일 밤 제 모가지는 제제에게 맡긴 채, 중고 거래 페이지를 배회합니다.

 

아무튼 그러던 와중에 대~박 같은 아이템이 똬앟~

저희집 쇼파의 사이드 테이블과 커피 테이블의 상판이 유리인데 아들 두녀석 때문에 늘 조마조마 했거든요. 그런데 아니나 달라, 와플이가 드디어 사이드 테이블 유리를 하나 깨뜨려서 사이드 테이블과 커피 테이블을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제가 딱 원하던 스타일의 커피 테이블 세트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너무 이쁘게 80불!!!!  이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야해~ 라며 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메세지를 보내는 찰라!!! 갑자기 전두엽에 불꽃같은 자극이 일며 이성을 깨우더니

 

 '니가 한 빙구짓을 기억하라'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신을 가다듬고, '그래 미국인들의 후려치기 기술을 드디어 시전할 때가 왔다!' 하며 나도 그들처럼 반토막 후려치기로 40불을 불러 볼까? 하다가 아직 그 정도의 테크닉을 소화하기엔 너무 초심자 레벨이라 간보기 정도로 65불을 불러 보기로 했답니다.

 

두근 두근 떨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판매자에게 메세지를 보냈죠.

 

Would you accept $65?

 

그런데... 답이 안와요.

이거 너무 맘에 드는데 다른 사람이 사면 어쩌지? 사실 그냥 80불이래도 사겠는데 내 눈에 그렇게 보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일텐데.. 다른 사람이 80불 부르면 어쩌지?

 

아놔~ 내가 65불 불러놓고, 내가 기다리질 못하고 막 초조해 지는 이 상황

젠장~ 중고 거래와 사랑의 공통점은 더 마음이 있는 쪽이 초조하고 져 줘야 하는거라는걸 단 5분만에 깨닫고 더이상 기다리질 못하고 80불 그냥 사라는 가슴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역시, 난 아직 후려치기 내공이 부족해~

 

그런데 내 입으로 65불 불러 놓고, 다시 80불에 살게 라며 메세지를 보낼려니 너무너무 부끄러운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남편의 폰으로 남편인척 메세지를 다시 보냈습니다. 80불에 사겠다며...

그랬더니 이 판매자가 바로 답장이 왔더라구요.

"이거 이제 니꺼야!!! "라며

아~ 너도 간보고 있던 거였구나!!! 80불 구매자가 안 나타나면 그냥 65불에도 팔거였구나... 역시 사랑과 중고거래는 밀당이 필요한것도 닮아 있단 말이야~

 

남편 폰에 이거 니꺼야!!! 라고 메세지를 보내놓고는 저한테는 "아직 판매중이야, 내가 최대한 싸게 해 줄 수 있는 금액이 80불이야" 라며 메세지를 보냈더라구요.

 

 

이것은... 구매 예약자의 변심을 대비해 예비 구매자에게 걸어놓는 양다리 세일즈 테크닉?

구매 예약자도 나고, 예비 구매자도 나니까!!!  드디어 원하는 아이템을 건졌다고 뿌듯해 하며 다음날 물건을 사러 판매자의 집으로 갔습니다.

 

마침 그분 댁에 도착하니 술 한잔 걸치신 듯한 남자분이 저희를 맞아 주셨고, 집안에는 저와 문자를 주고 받은 여자분이 계시더라구요.

 

물건을 살펴 보니 상태는 튼튼해 보였고, 디자인도 딱! 제가 찾던 그 디자인이였지만 오래 사용했는지 코팅제가 말라서 벗겨지고, 코팅도 얼룩지고 흘러내린 듯한 자국들, 그리고 여기저기 패인 자국도 많았습니다. 어차피 그대로 쓸 것은 아니고, 사포로 벗겨내고 다시 색을 입혀서 사용할 거라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좀 꼼꼼히 살펴 본다 싶었는지 그 남자분이

 

" 이게 20년 이상 사용한거라 패인 자국도 있고, 몇번 덧칠 해서 쓰기도 했지만 다시 샌딩해서 페인트칠해서 사용하면 문제 없을거예요, 원래 저의 어머니가 사용하시던건데, 돌아가셔서 제가 그 집에 있는거 다 가져 왔거든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여기에는 집이 좁아서 둘 데가 없어요"

 

라며...

 

뭐라??? 이게 20년이나 사용한거라고? 그런데 80불을 받겠다고? 이거 후려치기 기술 한번 넣어봐도 되겠는데?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기술에 들어갔죠.

 

"마음에 들긴 하는데, 사진에서 보고, 기대했던 상태는 아닌것 같아요, 혹시 더 싸게 해 줄 수 있나요?"

 

조마조마~

 

여자분이 남자분을 쳐다보며

"이건 당신 엄마꺼잖아, 당신이 결정해"

 

라며 결정권을 남자분에게로 패스~

 

그러자 남자분은

 

"잘 알겠지만 온라인에 커피 테이블이 수백개가 있잖아요? 그래서 얼마를 원하는데요? "

 

오오~ 기술이 먹히네? 온라인테 커피 테이블 수백개가 있다고 던지는걸 보니 너무 후려치면 그냥 온라인에서 딴거 사라 이 말인거 같은데... 

그러니 또 급 소심해져서 말끝을 흐리며 "70불?" 하고 눈치를 살짝 보니 그 남자분이 아주 흔쾌히 " 좋아요" 라며 커피 테이블을 덥썩 들더니 얼른 저희 차에 실어버리더라구요.

 

이야~ 나도 드디어 중고 거래 가격 후려치기 기술 써 먹어 봤다!!! 막 뿌듯 뿌듯 해 져서 다 실고 차에 타서 남편에게 으쓱하며

 

" 나 그냥 안 깍아 준다고 해도 살라고 했는데 10불이나 깍았어!!"

 

했더니 남편 왈~

 

" 그 남자는 니가 50불을 불렀어도 팔았을거야, 자기꺼 아니라도 온라인에 커피 테이블 수백개가 있다고 다른거 살까봐 그렇게 말했던거라고! "

 

"뭐라?!?! 그 말이 그 말이였어? "

 

그랬던거였습니다. 에잇!!!!! 승률 1승 달성하는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1패였어요.

 

그러나 첫술에 배 부른법 없으니까... 시도 해 봤고, 10불이라도 깍아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겠죠 뭐.

 

그나저나 저 테이블 셋트를 보면서 돈주고도 안 살 것 같은데 저걸 왜 사? 하는 분들 계시겠죠?

기다려보시라니까요!!!!! 70불 그 이상을 보여 드릴테니까요.

 

그리고 35불에 건진 침대 프레임으로 꾸민 게스트룸 대충 데코가 마무리 되어서 살짝 올려 봅니다. ^^

 

 

벽에 걸린 리스도 조화 사서 뜯어다가 만든거구요, 선반은 남편이 나무 잘라서 샌딩하고, 스테인 입혀서 만들었어요.

선반위에 올려진 동그란 공 모양의 장식품은 노끈 풀 먹여서 풍선에 칭칭 감아 말려서 만든거고, 그 옆에 액자는 시어머님이 몇년전 사주신건데 칙칙하고 어울리지도 않아서 이번에 스티커와 스프레이 페인트로 대충 리폼했어요.

 

그 아래 선반위에 있는 화분은 작년에 바질 키웠던 화분인데 씻어서 깨끗이 닦아 조화 뜯어서 넣구요. & 장식품은 원목으로 된거 마이클스에서 세일하길래 4불 주고 구입했어요. 이것도 스테인 입힐까 하다가 깨끗한 원목 상태가 예뻐서 그대로 당분간 장식해 두기로 했습니다. 게스트룸은 재활용 투성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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