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다른 미국인 시댁 식구들의 피자 먹는 법

연말연시동안 위스콘신에 계시는 저희 시부모님이 열흘 동안 저희집을 방문 하셨습니다.

14살 되는 조카와 함께요.

 

제가 시댁에서 손님 입장으로 2주간 지내 본 적은 있지만 시부모님께서 손님 입장으로 저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제작년에 시어머님 혼자 3일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어떻게 접대를 해야 하나 심적 부담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단 손님에게 아침을 잘 챙겨 드리는게 중요한 덕목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희 시댁은 아침을 안 먹는 사람들이라 일단 아침식사의 부담이 없었구요, 점심은 '각자 알아서 챙겨 먹기' 하는 가족이라 점심도 제가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냉장고 뒤져서 먹고 싶은거 스스로 찾아 드세요~ 주의인지라 시어머님이 시아버지나 조카의 식사를 챙긴다던지 하는 것도 없고, 제가 따로 챙겨 드려야 할 것도 없구요.

즉, 점심은 거지같이, 저녁은 왕같이 먹고 싶지만 그냥 평민같이~를 지향하는 식문화를 가진 패밀리인거죠.

 

그래서 나름 저녁 메뉴를 대충 정해 뒀는데, 하루는 남편과 제가 준비했더니 그 다음날은 시부모님이 식료품 장을 봐 오셔서 저녁 준비를 하시고, 또 그 다음날 저희가 준비했더니, 그다다음날은 또 시부모님이 저녁을 만들어 주시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하루씩 돌아가면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게 되어, 시부모님 접대에 가장 고민이였던 식사 대접 고민이 절로 해결 되었습니다.

이렇게 교대로 식사 준비를 하던 중, 저희 부부 차례가 되어 그날은 야심차게 홈메이드 피자를 만들기로 하고 재료를 살펴보니...

아뿔싸!!! 피자위에 토핑으로 올릴 소세지가 없더라구요.

제가 만드는 피자는 기본적으로 소세지, 페퍼로니, 버섯, 블랙 올리브를 토핑으로 올리는데 메인 토핑이 될 소세지가 없으니 피자를 만들 의욕을 상실하고, 그냥 파파존스에 배달시켜 먹어야겠다 생각했죠.

 

시어머님께도 아무래도 피자를 주문해서 먹어야 겠다고 했더니

 

"이든(조카) 피자는 따로 페퍼로니 피자로 주문해주렴, 쟤는 다른 토핑은 안 먹거든"

 

소세지만 없을 뿐, 페퍼로니와 그외 모든 피자 재료는 있는데 그럼 그냥 집에서 홈메이드 피자를 만들어 먹어도 되잖아요?

 

그래서 시어머님께

 

" 페퍼로니 피자 만들 재료는 다 있어요, 소세지가 없어서 주문해 먹을려고 했는데 그냥 소세지 없이 다른 토핑만 올려서 홈메이드 피자로 만들어 먹을까요? "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시는 어머님.

 

그래서 피자 한판은 치즈와 페퍼로니만 올리고, 나머지 피자 한판은 준비되어 있는 재료를 다 올려서 피자를 구웠습니다

두 판의 피자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취향껏 원하는 피자로 드시라고 개인 접시를 각각 준비해 놓았죠.

조카는 원래부터 페퍼로니만 먹는다고 했으니 페퍼로니 피자만 집중 공략하고, 남편과 저는 손 가는대로 먹고 있었죠.

 

 

생모짜렐라를 듬~성 듬~성 올린 홈메이드 피자.JPG

                   (이건 시부모님께 만들어 드린 피자가 아니라 소세지를 올려서 원래 만들려고 했던 피자)

 

그런데 나란히 앉아서 피자를 드시는 시어머님과 시아버지는 분주하게 서로서로 뭔가를 교환하고 계시더라구요. 시부모님의 손이 왔다리 갔다리 두분이서 같은 피자를 나눠 드시는것도 아니고 뭐 하는건가 싶어 유심히 살펴 봤더니 시어머님의 피자위에 올려진 페퍼로니를 시아버지 접시에 덜어 놓으시고, 시아버지는 자신의 피자위에 올려진 블랙 올리브를 죄다 가려내서 시어머님 접시에 덜어 놓으시고...

 

이 무슨 7살 편식쟁이 유치원생들 점심시간도 아니고?!?!?!?

 

"오케이, 이든은 페퍼로니만 먹고, 어머니는 페퍼로니를 안 먹고, 아버지는 블랙 올리브를 안 먹고, 그럼 세명이 함께 피자를 먹을 땐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그대로 조카는 혼자서 페퍼로니 피자를 먹을테고, 시부모님은 두분이서 각자 먹지 않는 토핑을 골라내어 서로에게 넘겨 주겠죠...

 

그런데 시어머님 시아버지가 동시에 하신 말씀은...

 

"그래서 우린 1인 1피자란다"

 

과연~ 현명하십니다!!!! 그리고 역시 미국인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