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뒤로 현금 쓸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식당이건, 마트건 항상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니 정말 지갑에 단돈 1불도 없는 날이 대부분이예요.
현금이 필요한 때는 피자를 주문하고, 배달하러 오신 분의 팁을 드려야 할 때가 현금이 필요한 때이죠.
그래서 피자 배달부의 팁으로 쓸 현금은 남편이 가끔씩 출금해서 집의 서랍에 넣어두고 피자를 주문할 때 마다 드리고 있답니다.
(좀 웃긴 상황이지만 밖에 외식 하러 나가기 귀찮아서 피자를 시켜 먹기로 했는데 팁으로 드릴 현금이 없어서 차를 운전해서 주유소에 가서 현금을 뽑아오는 일도 있었다는... ㅋ )
아무튼 이렇게 현금 쓸 일이 없으니 미국 와서 현금 인출기를 사용할 일도 없었던 저에게 현금을 찾아야 할 일이 생겼답니다.
집에서 가까운 ATM기를 찾아서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넣고, 제 저축 계좌의 잔고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제 저축 계좌에서 출금할 금액을 입력 했는데...
돈은 안나오고 거래가 취소 되었다며 카드가 도로 나오네요?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침착하게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도 숫자 하나 하나 손가락 끝에 힘 빡! 주고 꾹 꾹 누르고, 출금액을 입력 했는데... 어쭈!!!! 또 거래가 취소 되었다며 카드를 도로 뱉어 내는겁니다.
왜 안될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혹시 저축 계좌라서 출금이 안되는건가 싶어서 휴대폰으로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서 제 저축 계좌에서 출금할 금액을 입출금 계좌로 이체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카드 넣고, 비번 누르고 출금액을 입력 하니
촤르르르르륵~ 돈 세는 경쾌한 효과음이 들리더군요.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ATM기의 돈 세는 기계음이 실제로 돈 세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효과음이라는거? ㅋㅋㅋㅋ )
그렇게 삼세번의 시도 끝에 현금을 찾아왔습죠.
그리고 나서 며칠 뒤, 출근 한 남편으로부터 부재중 전화와 뭔가 다급한 느낌의 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중요한 일이야, 우리 계좌 도난 당한거야?"
무슨 소린가 싶었더니 곧이어 남편이 남편과 저의 공동 입출금 계좌의 내역서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더라구요.
내역서를 살펴보니 ATM 수수료로 '조회'라는 항목으로 1불씩 각각 3불이 청구가 되어 있고, 그 이후 503불이 출금되어 있더군요.
제가 출금한 금액이 확실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도난 당한일은 절대 없지만 ATM 수수료가 조회라는 항목으로 세번씩이나 출금이 된 건 황당하더라구요.
출금이 완료되어 거래가 성사 된 것도 아닌데, 게다가 실제로 잔액을 조회한 건 한번 뿐이고, 나머지 두번은 출금이 안되는 저축 계좌에서 출금하려다가 거래 실패가 된 것인데 그것 마저도 각각 수수료가 청구 되다니!!!
이야~ 미국 ATM기는 스치기만 해도 돈 빼가는 수수료 강탈범이구나야~
남편에게는 여차저차해서 이런 이유로 수수료가 세번씩이나 청구 된 것 같다고 했더니...
" 500불이 출금된거 보고 니가 돈 쓸 일이 있었겠지 했는데 그 뒤에 여러번 조회한 기록을 보고 얘가 왜 이렇게 많이 조회를 했지? 하다가 누군가가 카드를 훔쳐서 얼마나 출금할 수 있는지 확인할려고 조회했다고 생각했어"
카드를 훔친 사람은 없지만 내 피 같은 수수료를 훔친 녀석은 있지 ㅠ.ㅠ
알파고 발싸개보다 못한 웰스파고 ATM기라고...
에휴~ 어쨌든 조회 하는데 돈 드는 줄 몰랐다고 했더니
"괜찮아, 그게 도둑이 아니라 너였다니 다행이야"
라고 위로가 안되는 위로를 해 줍니다.
도둑이 아니라 나라서 다행인게 아니라 그게 ATM 수수료 강탈범이라니깐!!!!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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