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팁 문화라는게 있다는거 다 아시죠?
밥 먹고 나면 우리 테이블에 식사를 서빙해 준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에게 식사료의 일정부분 팁을 지불해야 하고, 택시를 타도 택시 운임료 외에 택시 기사에게 팁을 지불하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지불할 금액의 몇프로 팁을 지불합니다. 고로 이 팁이라는게 서비스를 받으면 그 서비스에 대한 댓가로 주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당연히 줘야 하는 곳들도 있지만 또 주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돈을 내는 사람이 주고 싶으면 줄 수 있는게 팁이거든요.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마트입니다.
마트 계산대의 캐쉬어와 구입품을 비닐에 담아주는 배거들에게는 팁을 주지 않아도 돼요. (아, 예외로 미군부대안의 배거들에게는 팁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식료품 마트인 크로거에서 캐쉬어로 알바를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 캐쉬어나 배거에게 팁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의 팁을 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간혹 가다가 제품을 담아주는 배거에게 팁을 주는 손님들은 간간히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척이나 바빴던 날이여서 계산대에 줄이 밀려 있고, 계산이 다 끝났음에도 배거가 식료품을 다 담지 못하고 있길래 저도 같이 열심히 비닐에 식료품을 담아서 카트로 옮겨 주었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손님께서 저와 배거에게 고맙다고 하시며 팁을 주시더라고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캐쉬어가 팁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간혹 배거가 팁을 받는 것은 본 적이 있었기에 그 팁은 당연히 배거의 것이라 생각하고, 제 계산대에서 식료품을 담아 준 배거에게 그 팁을 그대로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배거가 그 팁의 반을 저에게 다시 돌려 주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괜찮다며 다시 돌려 주었더니 그 배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Are you sure?" 하며 재차 묻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괜찮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자기 주머니에 그 팁을 쏙~ 넣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지나, 몇달 뒤...
그날은 늦은 저녁이라 배거 없이 혼자서 계산하고, 상품을 비닐에 담는 것까지 혼자서 다 해야 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제 할일을 했을 뿐인데, 손님께서 팁이라며 2불을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팁이란걸 받아 본 적이 없는 저는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현금을 팁이라고 손님으로부터 받았는데, 이걸 제 주머니에 쏙~ 하고 넣기가 왠지 떨리더라구요.
돈을 만지는 업무이다보니, 혹시라도 이 팁 받은걸 제 주머니에 넣었다가 오해라도 받는건 아닌가
손에 2불을 들고
'어쩌지? 어쩌지? 내가 죄지은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받은 돈인데, 내 주머니에 넣는게 왜 이렇게 어색하고, 부끄럽고 떨리지? '
정말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상하고 복잡한 감정이였어요.
그래서 그만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제 팁을 돈통에 넣어 버렸어요. ㅍㅎㅎㅎ
아마도 그날 제가 관리했던 돈통은 플러스 2불이 떴겠죠???
팁은 내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상대의 마음인데, 팁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괜히 받아선 안되는 뇌물 받는 그런 느낌도 들고, 괜히 가지고 있다가 오해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서 그냥 돈통에 넣어 버린거죠.
그 날 집에 가면서 이런 제가 웃기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다음에 팁 주면 그냥 땡큐 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어야지~' 하며 굳은 의지를 다졌습니다..... 만, 그 이후로 팁을 받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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