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새로운 미국의 크리스마스 문화 하나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엘프 온더 쉘프라고 직역하면 '선반위의 요정' 인데요, 땡스기빙이 끝나고 나면 산타를 위해 일하는 이 요정들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매일 매일 지켜보고 산타에게 아이들이 어땠는지 보고 한다는 내용의 책을 2004년에 Carol Aebersold라는 작가가 엘프 인형과 함께 출판하면서 시작된 미국의 신종 크리스마스 문화입니다.
즉, 엘프는 크리스마스 성수기 때 산타의 업무 과다를 돕기 위해 산타가 고용한 비정규 임시 보조직원인 셈이죠.
우선, 마트에서 엘프를 구입하고 아이에게는 산타의 도우미인 엘프를 입양했는데 이름을 붙여주면 이 엘프에게 매직 파워가 생겨서 매일 밤 북극에 있는 산타에게 가서 아이가 착한 일을 했는지,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전해 줄 수가 있다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매일밤 산타에게 다녀 왔는지 아닌지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이 엘프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으면 북극에 다녀 온것이구요. 고로, 크리스마스 전까지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는 아이가 잠들 때 까지 기다렸다가 매일 엘프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노력이 좀 필요하죠.
이 엘프 온더 셀프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아이가 이 엘프를 만져서는 안된다는 것이예요.
엘프를 만지면 엘프에게 매직 파워가 사라져서 산타에게 갈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엘프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꼭 지켜야 하는 "엘프를 만져서는 안된다" 는 규칙을 강조한 뒤에 크리스마스 때까지 엘프의 위치 바꾸기 놀이를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의 상상력도 키워주고, 크리스마스때까지는 약발이 먹힐 이 착한 아이 만들기 프로젝트를 와플이를 위해 올해부터 저도 시작해 보기로 했답니다.
우선 엘프를 구입하기 전에 전 이 엘프 온더 쉘프의 애니메이션을 유튜브로 먼저 보여 주었습니다. 와플이가 엘프가 어떤 요정이고, 어떤 규칙이 있는지 제가 직접 말해 주는것보다 더 잘 와 닿을 것 같았거든요.
<엘프 온더 쉘프 보기>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남자 아이가 엘프를 만져서 엘프가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본 와플이는 너무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며
" 오우 노!!!" 를 외치더니 곧 슬픈 표정으로 "엘프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야?" 하더라구요.
역시! 영상의 임팩트는 아주 강했습니다. 확실히 룰을 익혔으니, 엘프를 입양할 차례~
마트에서 엘프 인형을 구입하고 (보통 책 코너에 진열되어 있고, 책과 엘프 인형이 함께 들어 있어요) 와플이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 줄까 물었더니 "롸이언" 으로 하겠답니다.
"자~ 와플이가 이 엘프에게 롸이언이라고 이름 붙여 줬으니까 매직 파워가 생겼을거야, 오늘밤에 산타에게 갔다가 돌아오는지 내일 아침에 찾아 보자~" 하고 재웠죠.
다음날 아침! 와플이는 당연히 엘프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짝 눈치를 줬죠
" 롸이언이 산타에게 다녀 왔을까? 우리 롸이언 찾아 볼까?"
하고 집 여기 저기 같이 손 잡고 돌아 다녔죠.
그때 와플이가
"저기!!! 저기!!!"
첫째날. JPG
우리 롸이언에게 매직이 생긴게 확실합니다.
밤 사이 산타에게 다녀왔으니까요.
와플이의 산타 스타킹에 들어가 있더군요. ㅍㅎㅎㅎㅎㅎ
다음날도 우리 롸이언군은 산타에게 다녀 왔을까요?
둘째날.JPG
네, 와플이가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제제와도 잘 놀았다고 산타에게 전해주고 왔나봅니다.
그리고 밤새 욕실 싱크대 위에서 낚시하고 놀았나봐요. ^^
셋째날. JPG
우리 롸이언이 어제 밤은 계단 난간에서 미끄럼틀 놀이를 하며 놀았나보네요.
넷째날. JPG
밤새 신나게 샹들리에에 매달려 놀았나봅니다.
넷째날쯤 되니까 와플이는 이제 아침에 눈을 뜨면 롸이언 찾는 일로 아침일과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롸이언을 발견했을 때 너무 좋아하구요.
엄마는 또 자식의 이런 모습 볼려고 밤에 빨간 인형 들고 집안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거 아니겠습니까?
다섯째날. JPG
놀다가 컵에 갇혀 버린 롸이언~
그러나 만지면 안되니까 구해 줄 수 없습니다.
와플이에겐 밤에 롸이언 친구들인 다른 요정들이 와서 도와 줄거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와플이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는 녀석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놀라운것은 절대로 이 엘프를 안 만진다는거예요.
근처에 가는 것도 손사래를 치며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매직 파워가 사라진다며;;;;
여섯째날. JPG
냉장고에 들어간 롸이언, 북극에서 온 녀석이 냉장고가 뭐가 춥다고, 이불까지 돌돌 말아서 덮고 있습니다. ㅍㅎㅎㅎ
일곱째날. JPG
이 날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신나게 놀았나보네요.
그런데, 엄마도 사람인지라 이 날 트리에 롸이언을 매달아 놓고, 이날 밤 엘프 위치 바꾸기를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와플이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뜬 저는 깜짝 놀라 우선 와플이의 시선을 딴데로 돌리기 위해 장난감 정리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후다다닥~
여덟째날. JPG
그냥 대충 아무데나 옮겨 놓자는 마음으로 쇼파 옆 테이블위에 앉혀 놓았어요. 휴우~
다행히 안 들키고 와플이는 롸이언이 간밤에 산타에게 다녀 왔다는 사실에 기뻐 했습니다.
아홉째날. JPG
밀가루로 스노우 앤젤 만들기 놀이를 한 롸이언
열째날. JPG
이건 약간 성인 버전?의 롸이언 ㅋㅋㅋ
마일리 사이러스의 wrecking ball 뮤직 비디오를 흉내 내 봤어요.
열한번째날. JPG
화장실에서 숨바꼭질 하는 롸이언
열두번째날. JPG
매번 놀기만 할 수 있나요? 책도 좀 읽고 해야죠
엘프의 영향력이 큰데, 엘프가 책도 좀 읽고 해줘야 와플이도 따라서 책도 좀 읽을것이고.. 흠흠..
열세번째날. JPG
핫 코코아도 좀 마셔주고~
열네번째날. JPG
밤새 혼자서 이렇게 재미있게도 놀았네요. ㅎㅎㅎ
아침에 이걸 본 와플이는 깜짝 놀라며
"마미, 롸이언이 말썽피웠어요!!! " 하며 고자질을 하더라구요. ㅎㅎㅎ
휴지 풀어서 엄마한테 혼난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래서 제가 와플이 보는 앞에서 롸이언도 혼을 좀 내주었죠.
열 다섯번째날. JPG
우리 롸이언, 요정 주제에 그림도 좀 잘 그리지 않나요? ㅋㅋㅋ
그런데 이 날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식탁위에서 그림을 그렸던 롸이언, 그래서 식탁 한쪽에 그대로 만지지 않고 두었는데 아니 글쎄!!! 와플이 아부지가 와플이 보는 앞에서 저녁 식사할 때 그만 한쪽으로 롸이언을 쑤욱~ 밀어버린겁니다!!!
그 장면을 바로 목격한 와플이!!!
제 아들이지만 그렇게 놀라는 모습 처음 봤어요.
애가 너무 놀라서 말을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채, 저와 와플이 아부지와 롸이언을 번갈아 쳐다보며
"허!!!!!! 롸이언!!!! 대디!!!!! 오 마이 갓!!!!! " 하더니
갑자기 너무 슬픈 표정으로
"롸이언이 매직 파워 잃어 버린거야?" 오 마이 갓!"
하며 어쩔줄 몰라 하더라구요.
근데, 애가 너어무 심각하고, 상처 받은거 같아서 일단 진정을 좀 시키고 산타에게 기도를 하자고 했죠.
아빠가 실수로 한거니까 용서 해 달라고. 그리고 내일 롸이언이 산타에게 다녀 왔는지 지켜 보자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육아에 지친 이 엄마는 둘째를 재우다가 그만 같이 잠이들고 말아버린거죠.
열여섯번째날. JPG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매직을 잃어 버린 롸이언이 너무 걱정되었던 와플이는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롸이언 찾기를 했는데 어제 그 자리에 쓰러진 채, 그대로 있는 롸이언!!!!
애가 얼마나 충격 받았겠습니까?
"엄마!!! 롸이언이 매직이 없어 졌나봐 ㅠ.ㅠ 롸이언이 아파" 하며 돌아왔더라구요.
아놔~
어쩌겠습니까? 아빠 탓을 했죠.
" 와플아, 어제 아빠가 롸이언 만져서 롸이언이 매직을 잃어서 산타에게 못 갔나봐, 롸이언이 아픈가봐. 엄마가 오늘 롸이언 치료 해 주고, 산타에게 기도 다시 할게, 롸이언한테도 같이 사과하자. 우리 와플이가 만진게 아니라, 아빠가 실수로 그런거라고, 아빠 대신 와플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그렇게 와플이는 진심으로 롸이언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열일곱번째날. JPG
매직 파워를 잃어서 아팠던 롸이언은 와플이의 진심을 받아 들이고, 기력을 회복해서 산타에게 다녀 왔나 봅니다,
기력 보충을 위해 캔들에 마시멜로도 구워 먹었네요.
열여덟째날. JPG
와플이 자전거 고장난곳은 없나, 안전을 위해서 점검을 해 주는 롸이언
열아홉째날. JPG
씨리얼 박스 안에 얼굴을 파 묻고 씨리얼을 먹고 있는 롸이언
스무번째날. JPG
선물을 가지고 나타난 롸이언
와플이는 크리스마스때 선물을 산타 할아버지 외에 또 누가 주는건지 모르니까 그냥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은 엘프가 가져 온걸로 할려구요.
아마 트리밑에 놓아두면 바로 선물을 뜯고 싶어 할테지만 엘프를 만져서는 안된다는 룰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롸이언을 올려 두면 선물을 뜯어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선물을 놓아 둔 날 밤에 엘프도 함께 올려 뒀습니다.
그리고 12월 24일에 산타 할아버지로부터의 선물도 추가 되겠죠?
이렇게 매일 매일 산타에게 보고 업무를 하던 롸이언은 12월 24일 마지막 근무를 하고 북극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엘프의 보고를 매일 매일 들었던 산타 할아버지는 와플이가 원하던 선물을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가져다 놓으시구요.
그리고 엘프 롸이언은 내년 땡스기빙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거죠.
이제 곧, 롸이언이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 옵니다.
그 동안 와플이 잠들 때 까지 기다렸다가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어디에 어떻게 옮겨 놓을까 하던 수고도 끝나겠지만 저도 사실 이 엘프 온더 쉘프 놀이를 즐기면서 했답니다.
와플이가 좋아하는 모습 보면 저도 좋았구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을 검색하면서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아서 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시작된지 이제 10여년 조금 지난 신종 크리스마스 문화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분명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죠?
한국에서도 산타를 믿는 나이의 아이들이 있다면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번 해 보세요~
PS 깜빡하고 엘프를 옮겨 놓지 못했다면, 아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엄마들이 공유한 것도 있더라구요.
그 중에 몇가지 알려 드리면
1. 엘프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만 움직이는데, 화장실을 간다던지, 물 마시러 간다든지 늦게 잠 자러 가서 엘프가 움직일 수가 없었다
2. 엘프는 북극에서 온 요정이라 추운곳에서만 활동하는데 집안이 너무 더워서 엘프가 지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3. 아이가 그날 말썽을 피웠는데 엘프가 산타에게 말썽 피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 않아서 산타에게 가지 않았다.
4. 아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엘프를 만졌다. 아빠 또는 다른 형제, 또는 집안에 온 손님
5. 북극에 있는 산타가 열심히 일하는 엘프에게 감사의 의미로 파티를 열어 주기 위해 깜짝 파티 준비를 하느라 엘프에게 그날 하루 북극으로 오지 말라고 했다.
6.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못 갔다. 비가 왔다던가, 눈이 너무 많이 왔다던가, 구름이 많이 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던가
7. 엘프가 밤새 북극에 다녀 왔는데,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 뿐이다. 그래서 엘프가 어젯밤 산타에게 다녀 왔는지 안 다녀 왔는지 헷갈리도록~ ㅋㅋㅋ
엄마의 실수를 덮을수 있는 이유들도 깜찍하죠?
동심의 포스팅으로 정화된 안구와 마음에 동요를 일으킬 성인 버전 엘프 온더 쉘프 아이디어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포스팅은 마치겠습니다. ^^
마지막 근무 끝나고 뒷풀이.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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