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신속 정확한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은 미국에 오게 되면 뭐든 느려터진 서비스에 복장이 터집니다.
뭐, 배달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구요 (물론 택배의 경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빠른 배송료를 부담하면 한국처럼 하루 이틀만에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관공서 직원들의 일처리, 서비스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처리 속도는 "빨리 빨리"에 적응 된 한국인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도 알바 하면서 같이 일하는 매니저나, 동료들에게 무언가 부탁했을 때, 느릿 느릿~ 기다리고 있는 저와 손님은 생각치도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일하는 태도를 보면서 해병대 훈련 캠프 교관으로 빙의 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무브~ 무브~ 무브~ move your lazy ass!!!! 라고 외치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면, 손님이 계산할려고 하던 상품의 바코드가 훼손 되어서 새 바코드를 받아 와야 하거나, 가격을 확인해야 할 때, 보통 계산대 끝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배거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데, 한국에서나 일본에서였다면 아마 뛰어가서 확인한 후, 다시 뛰어 오겠죠?
그런데 그들은 저얼대~ 뛰는 법이 없습니다. 그냥 평상시의 걸음걸이 대로 걸어서 다녀 옵니다.
또 계산대 화면에서 매니저의 승인이 필요할 경우, 매니저를 부르면 그들 역시 뛰어 오는 일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없습니다. 심지어 오다가 아는 사람 만나면 hey~ 하며 이름 다 부르고, 안부 다 묻고 옵니다.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저만 애가 타는거죠.
그리고 반대로 제가 무언가를 부탁받았을 땐, 저 혼자서만 바쁘고 조급합니다.
저희 마트에서 담배는 고객센터에서 구입이 가능한데, 고객센터에 줄을 서기 귀찮은 손님들은 계산대에 서서 캐쉬어들에게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거든요. 그럼 저희가 직접 고객센터까지 가서 담배를 가져 와야 합니다.
그럴 때, 뛰어서 가져 오는 사람은 제가 일하는 동안 저 혼자 뿐이였습니다. ㅡ.ㅡ;;;
아마 한국에서나 일본에서였다면 최소한 좀 서두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만약 직원이 자기 페이스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손님이 좀 빨리 서둘러 달라며 한소리 했을 법 한 일이죠.
그런데, 지금껏 일하면서 직원이 뛰지 않는다고 해서 손님이 불만을 표하거나, 서둘러 달라고 말하는 일은 없더라구요. 오히려 직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면 간단한 수다를 시작해서 그 시간을 어색하지 않고, 즐겁게 보내려 하거나, 아니면 계산대 옆에 놓여진 잡지책을 보기도 하면서 조급해 하기 보다는 오히려 여유롭게 그 시간을 기다리더라구요.
여기서 전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느림과 여유로움의 차이는 기다리는 사람의 차이라는걸요.
기다려 주는 사람이 느리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느린것이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여유가 있으면 상대가 느린게 아닌거더라구요.
제가 서두르고, 뛰어 다니고 한 이유는 고객이 기다릴까봐, 고객이 바쁠까봐, 고객이 화낼까봐 였는데, 미국에서는 바로 그 고객이 기다리는것에 너그럽고, 바빠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줄 줄 알고, 기다리는 것에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제가 서두를 필요도,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저도 고객의 입장으로 관공서나 상점을 이용하게 되었을 때, 서두르지 않는 직원들의 모습에 여유가 생겨서 그러려니 하구요.
한국에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님과 인사하고, 잡답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에 답답하고, 짜증 나곤 했는데, 지금은 그 수다를 엿듣고 같이 웃기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앞 뒤로 줄 서 있는 사람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총알처럼 튀어나가 뛰어 다니는 와플이 잡아서 다시 줄서는게 일상인 애 엄마 ㅠ.ㅠ) 고 그렇게 저도 좀 여유있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물론,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으면 더더욱 좋은건 사실이구요.
하지만 이미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인 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의 생활하던 그 잣대로 이 사람들이 느리다고 불평할 이유는 사라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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