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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버리려던 거울의 DIY 프로젝트

by 스마일 엘리 2016.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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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로 가득찬, 창고로 쓰이던 게스트룸을 급하게 청소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시부모님께서 크리스마스~새해 연휴에 저희집을 방문해도 되냐고 연락이 왔거든요.

그래서 부랴부랴 게스트룸 정리에 들어갔죠.

 

그러다 벽장에 쳐박혀 있던 6불짜리 거울이 나왔습니다.

샌디에고 살 때 임시로 쓸려고 저렴이로 하나 샀다가 버리기엔 너무 멀쩡해서 고이 포장해서 일본까지 저희와 함께 갔다가 벽장에 고대로 모셔두고, 다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녀석이죠.

 

 

 

어차피 쓰지도 않는거 자리만 차지하고 그냥 버려야겠다~ 며 꺼내어 보니 싼티 나는것 빼고는 너무 멀쩡해서 버릴려니 죄책감이 드는겁니다.

그래서 뭔가 쓸모 있는것으로 재탄생 시킬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쥐어 짜내고 핀터레스트를 폭풍 검색한 끝에 영감을 얻어 리폼 프로젝트에 도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맘에 드는 문구를 찾아서 레터링 스티커를 붙여주었습니다.

이것만 했는데도 확~ 달라 보이죠?

 

 

뿌옇게 김서린 효과를 주는 글래스 프로스트 스프레이 페인트를 그 위에 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를 떼어 낸 후, 테두리는 검정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서 장식용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스트 스프레이 작업을 하는데 스프레이가 물방울 처럼 튀어서 얼룩이 지는 바람에 페인트를 말리고, 다시 사포질 해서 긁어내고, 다시 페인트 하기를 네 차례나 반복하는 중노동을 했답니다.

 

그래도 완성품을 보니 뿌듯하고, 너무 만족스러워서 6불짜리의 변신은 유죄라도 기꺼이 용서를 하겠다며 신나했죠.

그리고 드디에 벽에 걸 자리를 찾아서 표시를 해 두고 못질을 위해서 바닥에 내려 놓고, 완성작의 사진을 찍기 직전!!!!!!!

 

 

너어무 사랑스러운 큰 아드님께서 이런 사랑스러운 짓을 하셨지 뭡니까?

바닥에 내려 놓은 순간, 저의 작품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사뿐히 거울 위를 즈려 밟고 가셨답니다.

그리고 뿌지직~

거울과 제 가슴에 금을 남기셨지요.

하아!!!!!!!

 

두 아들 녀석 재워 놓고, 조용한 새벽 열심히 작업했는데, 완성 다 해 놓고, 벽에 걸기 직전에 이런 일이 생겨 버렸으니 그 허무함과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ㅠ.ㅠ

이것을 본 남편도 안타까웠는지

 

"거울 사러 가자!"

 

 

아니, 나 보고 이 짓을 또 하라고?!?!?

 

하며 옷을 주섬 주섬 챙겨 입었습니다;;;;;

 

일부러 만든것도 아니고, 그냥 버리려던 거울이 아까워서 리폼하려던 건데, 리폼을 위해서 다시 새거울을 사러 가다니 뭔가 주객전도 된 느낌이지만 완성작을 내 눈으로 보고 나니 이젠 리폼이 아니라 그냥 작품 하나를 완성 시켜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오기가 발동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오~전 해 보기로 했죠.

 

 

와플이에게 거울 반경 1미터 접근 금지령을 내리고, 밟지 않도록 이번에는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스티커 작업을 했습니다.

이번엔 좀 더 기교를 넣어, 폰트가 다른 레터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문구도 좀 더 긴걸로~

남편에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남편은 폰트를 통일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답정녀니까!

남편이 뭐라 하든, 제가 선택한게 더 이쁜게 틀림없다고 믿습니다.

 

 

글래스 프로스트 스프레이 페인트는 물방울처럼 떨어져서 얼룩이 지는 지난번 경험으로 이번엔 그냥 화이트 스프레이 페인트로 했습니다.

뽀샤시 하니 훨씬 낫네요.

 

 

오오~ 스티커를 떼어 보니 더더욱 예쁩니다.

오히려 처음 작업할 때 거울을 밟아 준 와플이에게 감사가 나올 지경~

아니면 이런 예쁜 두번째 작품을 만들 생각을 못했을테니까....요 라고 쓰고 다시 보니!!!!

 

으응??? 뭔가 허전하다?!?!?!?

 

Bessing은 무슨 뜻인고?

 

네, Blessing이 되어야 하는데 그만 L을 빼 먹은거죠.

 

아니, 왜 이게 이제서야 보이냐고요!!!

스티커 작업을 다 했을때도 안 보였고, 스프레이 페인트 칠하기 전에도 안 보이더니, 페인트 다 칠하고, 스티커까지 다 떼어놓고 90퍼센트 완성 해 놓고 나니 보이는건 뭐란 말입니까?

 

하아!!!!!!

 

완전 의욕 상실하고, 거울이 깨졌을때 보다 더더더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한시간 정도가 지나 마음이 좀 진정이 되자, 화도 가라 앉고, 또 무척 마음에 들었기에,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심호흡을 한 후, 재작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스크래퍼로 다 긁어내서 다시 거울 상태로 원상복귀시킨 후, 스티커 작업부터 새로 하기로 했습니다.

페인트 긁어 내는 작업은 막노동이였지만 열심히 땀 흘리며 긁어냈죠.

새롭게 태어날 작품을 상상하면서요.

 

드디어 완벽하게 다 긁어내고, 페인트 찌꺼기를 털어 내기 위해 거울을 들고 탈탈 흔드는 순간~

 

 

쫙! 소리와 함께 금이 간 거울!!!!

 

아아악!!!!!!!!!!!!

 

 

금이 갈려면 페인트 벗기기 전에 금이 가던가

왜! 왜! 실컷 다 벗겨 냈는데, 페인트 찌꺼기 털어내는 그 순간에 금이 가냐고요!!

 

이거, 저보고 그냥 포기하라는 신의 계시 맞죠?

 

그런데 너무너무 열 받은 나머지, 오기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 분노를 삭히려면 무조건 이 거울 리폼을 완성 시켜 벽에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네, 그래서 또 거울 사러 갔습니다.

 

제가 이 모든 과정을 쭈꾸미 언니에게 보고를 했었죠.

언니가 너무 웃기다며....

 

지난 일년간 서로 모르고 살 때는 한번도 안 만나지더니, 이제 아는 사이 되니까 어찌된게 제가 마트 갈때마다 언니를 만나게 되더라구요.

두번째 거울 사러 마트에 갔는데 쭈꾸미 언니를 딱~

 

"설마 거울 사러 온거 아니지?"

 

 

" 왜 아니겠어요!!!!ㅋㅋㅋㅋ"

 

 

 

 

분노가 사그라 들면 의욕도 함께 사그라 들것 같아서 거울 사서 집에 오자마자 스티커 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스티커도 모자라서 새로 다시 스티커도 구입하구요.

시작은 6불짜리 거울 버릴려다가 시작해 놓고는, 결론은 돈과 몸을 더 써가며 일을 만들고 있지 뭡니까?

 

스펠링 빼 먹은건, 폰트가 달라서 눈에 잘 띄지 않은거라며 남편이 자기말 안 들어서 그런거라고 췟!!!

그래서 이번엔 폰트도 통일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번째 폰트를 다르게 했던게 더 예뻐 보였지만, 그럴려면 다른 폰트의 스티커를 사러 가야 하고, 빨리 완성작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이대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한번 스펠링 빠진건 없나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습니다.

 

 

두번째 작품 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맘에 들어요~

 

 

스티커를 다 떼어 내고 전체적으로 보니 뭐 봐줄만 합니다.

테두리만 검정색으로 다시 페인트 하고 벽에 걸면 드디어 완성 되는겁니다.

와플이에게 다시 거울 반경 1미터 접근 금지령을 내리고, 이번엔 거울을 옮길때도 조심스레 안아서 옮겼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한을 담아 분노를 승화 시켜 재탄생한 거울 아트

 

 

 

아~ 벽에 걸고 나니 드디어 해 냈다!!! 는 이 알 수 없는 절정적 쾌감은, 거울을 통해 얻는 거우르가즘?

예쁘냐, 안 예쁘냐는 둘째 문제고, 그냥 포기하지 않고, 완성 했다, 무엇과 싸운것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승리했다는 바로 그 느낌이였죠.

 

 

 

제일 처음에 버릴려던 거울로 완성 했더라면 더 보람있고, 뿌듯했을텐데...

오기 발동으로 돈을 더 써가며 일부러 만든 작품이라 그 점에선 좀 아쉽긴 하지만...

 

 

허전한 저희집 거실 벽면이 이 거울 아트로 새롭게 태어났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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