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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소포를 뜯어 볼 수 없었던 남편의 황당한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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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꼭 여러분들께 들려 드려야지 하며 휴대폰 사진 폴더에 저장해 놨다가 묵은지 될 뻔한, 하지만 듣고 보면 별 시덥잖은 에피소드지요~
와플이가 태어난 후 저는 엄마 놀이에 한참 심취해 있었답니다.
그 엄마 놀이란... 아기 가지기 전엔 해 볼 수 없었던, 아기 가진 엄마들이 하는 모든 것이 되겠습니다.
뭐, 예를 들자면 아기 빨래 널기, 유모차 밀기, 유모차 끌고 카페가서 커피 마시기, 아기 옷 쇼핑하기, 아기랑 대화하기 등등
'나엄마 (나도 엄마다)' 임을 팍팍 티내며 다니는거죠.

임신을 간절히 기다리시는 분들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랬거든요. 아기를 기다리는데 아기가 안 생기니 사소한게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무엇보다도 저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것은 그냥 길에 지나가는데 베란다로 보이는 아기 빨래였어요.
아기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널려 있는 아기옷만 봐도 '아 저 집은 아기가 있구나, 행복하겠다!!! ' 이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후면 유리에 아기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보면 '아, 저 차의 주인은 아기가 있구나!!!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래서인지 아기 빨래와 아기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가 나름 저에겐 큰 의미였어요.
감사하게도 임신을 하고, 드디어 와플이를 출산 후 집에 데려 왔을 때 와플이의 빨래를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웠어요.
와플이의 옷을 개면서 그때 차오르던 벅찬 감정....( 특이해! 특이해!! 저 같은 사람 또 있을까요?)

 '나도 붙여 보고 싶었다 기가고 있어 스티커'
와플이 출산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얼른 주문에 들어갔습니다.

그게 뭐라고 고작 스티커인데 대충 자동차 용품점이나 문구점에서 사면 될것을 심혈을 기울인 클릭질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답니다.
그것도 일본에 사는 제가 일본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될 것을, 이놈의 손꾸락이 지가 태평양 건너는거 아니라고 가도 너무 멀리가서 미국 아마존까지 갔네요.
그리곤 오늘이면 올까~ 내일이면 올까~ 눈 빠지게 아타요 스티커를 기다렸습니다.
저도 얼른 그 스티커 붙이고 이 이와쿠니 연근밭두렁을 신나게 달려 보고 싶었거든요.
(참고로 이와쿠니는 연근 재배지로 온 사방이 연근밭입니다. 그러다보니 도로에 맨날천날 거북이들이 로드킬 당해요 ㅠ.ㅠ )

그러던 어느날, 남편에게 메세지가 왔어요.

 외국어가 씌여진 노란 서류 봉투는 한눈에 봐도 외국에서 온 우편물임을 알 수 있었는데 남편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뭐인지 알아? 태국에서 나한테 온건데, 번호는 자기 번호야, 이걸 뜯어 봐도 되는지 모르겠어

 

쌩판 모르는 사람 이름도 아니고, 자기 이름으로 왔고, 제 번호로 온 우편물이면 어쨌든 "우리" 둘 중 한 사람의 우편물 아닙니까?
그럼 열어봐야죠!!!
우!!!

소포는 모름지기 손에 받아 든 순간 부악 부악 뜯어줘야 제맛인데 자네, 뭘 망설이나?
아무래도 소심쟁이 남편은 우리가 태국에서 온 소포를 받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남편이 첨부 해 준 사진을 보니 내용물에 '스티커'라고 되어 있어서 '아타요' 스티커라고, 알려 주었더니 안도하며

오케이 알았어, ㅋㅋㅋㅋ 나 겁먹었잖아~


소심한 이 남자, 외국에서 온 우편물이 자기한테 뭘 어쨌다고 겁먹고... 쯧쯧~
그렇게 해서 남편은 제가 기다리던 스티커와 함께 집으로 등장을 했습니다.

노란 소포 봉투를 저에게 건네주며 남편은

이걸 뜯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어, 무슨 아타요 스티커를 태국에서 주문 했어?

 

아니야,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판매자가 태국에서 발송한거야, 근데 왜 이걸 뜯어야 할지 고민했어?

 

태국에서 나한테 우편물을 보낼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거 뜯기 전에 우체국 직원들한테 내가 부탁했잖아




혹시 제가 이거 뜯다가 쓰러지면 즉각 앰뷸런스를 불러 주세요!!!!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네~ 그렇습니다.
소심쟁이 남편은 태국에서 온 이 발송인 불명의 소포가 바로 남편을 겨냥한 탄저균 테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거죠 ㅋㅋㅋㅋ
이 사람 헐리우드 영화를 너무 봤네 너무 봤어!!!!

'이 양반아! 당신은 멀리 태국에서 테러를 하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세계적, 무슨적 다 통 틀어서라도 가치가 없어도 너어~무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테러걱정은 마시구료~

당신의 가치는 내가 인정해 주겠소!!!

요런 작은 에피소드를 하나 남기고 스티커는 제 자리를 찾아 제 차의 뒷 유리에 잘 붙여주었습니다.


아~ 뿌듯해
나도 이제 애 태우고 다니는 여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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