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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아이스박스 텃밭으로 배우는 행복

by 스마일 엘리 201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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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뜻한 봄날, 일본에 사는 한 배 불뚝이 임산부는 깻잎이 너무 먹고 싶다며 깻잎을 찾아 헤매다 좌절해 있을 무렵, 집 구석 어딘가에서 자기 어 나온 깻잎 씨앗을 발견합니다.
그 들깨잎 씨앗은 2010년도 미국에서 구입했던, 그러나 심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이 모셔 두었던 씨앗이였죠.
오래 묵은 씨앗인 만큼 발아율이 1%도 안될거라며 그냥 버리고 싶었지만, 깻잎에 대한 열망과 욕망이 그 임산부의 챌린지 정신을 자극하여, 저질러 보기로 했답니다.

네, 그 무모한 임산부가 바로 니다!!!

그리하여 농사꾼 모드로 접어든 저는 씨를 뿌렸습니다.
혹시라도 발아율 0%로 인해 자라나는 제 뱃속의 새싹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아 상추 씨앗도 구입하고, 이왕 시작하는 농사?인데, 내 씨뿌리는 자리 옆에 자기 씨도 좀 뿌려 달라며 완두콩 씨앗을 제 손에 안겨 준 남편님하!!!
그렇게 저의 텃밭, 아니 아이스박스 밭 가꾸기 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씨 뿌리고, 매일 아침 물 주고 그랬더니 씨가 좋았던 탓인지 금새 새싹을 틔우고, 잎을 내던 상추!!!!



처음 지어보는 농사라 어떻게 씨를 뿌려야 하는지도 몰라 막 뿌렸더니 상추가 저렇게 다발로 자라나더군요. ㅡ.ㅡ;;;


제가 하는 농사에 살짝 빨대만 꼽겠다는 심보로 맡겨놓은 남편의 완두콩도 힘을 내어 싹을 틔우고, 푸른 잎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씨앗 한봉지를 다 투척했는데도 불구하고, 호응이 없는 깻잎 화분 ㅠ.ㅠ
심지어 깻잎 심은 밭에 왜 상추 새싹이 나고 있는거냐며!!! (버럭!!! ) 아마도 씨앗이 바람에 날려 갔나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추는 무럭 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6월에 한국에 가 있는 동안,남편에게 농사일을 인수인계하고 가긴 했지만 왠지 이 양반이 나의 식물들을 초토화 시킬것만 같은 불안함에 매일 아침 물을 줬는지 확인 문자까지 보냈더니 자라나는 새 생명에 남편도 신이 났는지 요렇게 잘 키우고 있더라구요.
저에게 인증샷까지 보내며 상추 걱정 말고 잘 놀다 오라며;;;




어이쿠~ 남편의 완두콩은 키도 제법 컸습니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인 깻잎밭!!
드문 드문 자라나는 녹색잎들은 여전히 상추 새싹들...
이 집안은 역시 씨가 문제였어요.
밭이 좋아도 아무 소용 없네요 ㅠ.ㅠ



한국의 친정집에서 열심히 친정 엄마가 해 주는 밥 먹으며 뱃속의 아기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남편은 아이스박스 속의 상추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었더랬지요.



상추들이 좁아 터진 이 집구석에서 못살겠다고 마치 아우성이라도 치는 듯한 사진을 남편이 보내옵니다.
잘 키웠다는 저의 칭찬을 바란듯....
저 대신 그의 장모님이 폭풍 칭찬을 해 주셨다는 후문이.....



자신의 콩이라며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남편의 완두콩!!
그런데 물어 봅시다.
콩 씨앗은 제가 구입했고, 제가 심었고, 제가 싹을 틔웠어요. 
물론 남편이 2주간 돌보긴 했지만 실제로 이 콩의 소유주는 누구인것일까요?
그 콩 씨앗을 살 돈을 벌어온 사람은 물론 남편이긴 합니다.  ㅡ.ㅡ;;;
조만간 남편과 이 콩의 지분 다툼이 일어날 듯 해서 말이죠.


그렇게 남편과 콩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하는 동안, 우리의 깻잎이 분발하고 분발해서 드디어 그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는거 아니겠습니다.


아이스박스를 뚫고 나올 듯 무서운 기세로 자라고 있는 상추보다, 발아율 0%를 예상했던 3년 묵은 깻잎 씨앗이 이렇게 힘을 내서 싹을 틔우고, 그럴싸한 깻잎 잎을 돋아냈으니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더라구요.


좁아 터진 아이스박스에서 괴로워 하는 상추 녀석들을 위해 드디어 수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크고 실한 잎들은 뜯어서 저녁반찬으로 올리고, 나머지 녀석들은 더 넒은 아이스박스를 장만해서 다시 나눠 심었지요.
'이것들아! 더 많은 일용할 양식을 내 놓으렷다!!'



그 사이 아직 소유권 분쟁이 한창중인 콩은 키도 훌쩍 자라 지지대가 필요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물론, 제가 그 지지대를 구입했고, 지지대와 콩 줄기를 지지해 주는 작업 역시 제가 했지요. 
그리고 잎이 타 들어가는 증상도 좀 보이고, 어떤 녀석들인지 잎을 갉아 먹는 녀석도 있는 것 같아 병을 예방하는 스프레이도 구입하여 살짝 뿌려주기까지 했답니다.
(이 정도면 저에게 더 지분이 많은것 아니겠습니까?!?!?!?!? )




그 사이 저의 깻잎은 향긋한 깻잎향을 내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발아율은 20%를 훌쩍 넘겼습니다.
큰 깻잎 아래에 작은 깻잎들이 발아를 시작했거든요.
성장 속도가 콩이나 상추에 비해 느리지만 그래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기에, 그리고 원래 저의 쁘띠 농사 (?)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 바로 이 깻잎이였기에 이 정도에도 대만족입니다.

그러나 역시 화분이 좁아서 작은 깻잎들이 햇빛을 못 보고, 성장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저의 어린 깻잎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일본분들에게 깻잎 나눠주기 민간 외교 활동을 결심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일본에서 깻잎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데, 적어도 이곳 이와쿠니에서는 그렇습니다 ^^;;;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분명 깻잎을 좋아할테고, 그 깻잎을 구할 수 있다면 당삼빠따로 (이...이건 무려 15년만에 써 보는 부산 유행 사투리?? ㅋㅋㅋ ) 기뻐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깻잎 모종이 있는데 키워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문자를 날렸지요!
다시 한번 당삼빠따로 좋다고들 하시며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하여 아직 때 묻지 않은, 어린 깻잎들 중, 이왕이면 좀 싱싱하고, 될성부른(? ) 녀석들로 선별하여 모종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부디 무럭 무럭 자라서, 이 이와쿠니땅에 한국의 들깻잎향을 널리널리 퍼트리거라~ '






모종을 제일 처음으로 받으셨던 챠타니상이 그날 저녁 사진을 보내 오셨어요.
나의 어린 깻잎들을 벌써 옮겨 심기 하셔서 이렇게 좋은 화분밭에 정착을 시켜 주시다니!!!!
부디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서 제 손바닥 만한 잎으로 그 보답을 해야 할텐데 말이죠.

깻잎 모종과 함께, 민간 외교 캠페인(?)의 하나로 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3선도 제가 나름 엄선해서 레시피까지 함께 보내 드렸다는..... ^^
그것은 바로.... 깻잎 참치 김밥, 깻잎 닭갈비 덮밥, 그리고 상추 깻잎 샐러드!!!!!
빨리 깻잎이 자라서 이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던 챠타니씨는 깻잎이 자라는 걸 기다리지 못하시고는 그날 즉시 깻잎 없는 닭갈비 덮밥을 만드셨다며 또 사진을 보내 오셨습니다.
레시피가 매울 것 같아, 고추장 양도 좀 조절했는데 입맛에 너무 잘 맞고 맛있었다면서 말이죠 ^^




모종 나눠 드리기를 하고, 한국서 김치를 담아왔던 아이스박스에 다시 나눠 심기한 나의 애기 깻잎들...
(엄마!!! 엄마의 김치 아이스박스는 이렇게 200% 재활용 되고 있답니다 ^^ ㅋㅋㅋㅋ)

순치기를 해 줘야 깻잎이 더 많은 가지를 만들고 잎을 만든다길래, 아직 아기 손바닥 만한 사이즈의 잎들이지만 좀 따먹기로 했습니다.
한 잎 한 잎 따는데 깻잎향이 어찌나 좋던지!!!!!


그리고 완두콩은 그 사이 장족의 발전을 하여, 드디어 열매를 맺었습니다!!!!!!

콩이다!!!!!!!



아직 알이 꽉 차지 않은 것 같지만, 좀만 더 키우면 알도 커지고, 콩이 더 많이 맺히겠죠?
콩이 맺힌 걸 보니, 남편은 어느때보다 강하게 자신의 콩이라며 콩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분쟁은 먼저 따 먹는 사람이 임자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실컷 콩을 키워 놓고, 출산하러 나가야 하니 아무래도 남편이 저 콩들을 먹게 될 것 같.... ㅠ ㅠ   아... 요.
젠장할~


그러나 떠나기 전에 전 저의 깻잎을 수확했으니 그 수확의 기쁨을 누려 보기로 합니다. 우하하하하하~


깻잎과 상추를 깨끗이 씻어 씻어~~~


깻잎 닭갈비 덮밥을 만들었어요!!!!!


작은 애기 깻잎들이지만 그 향만큼은 큰 깻잎들 못지 않게 진해서 닭고기의 풍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더라구요.
남편도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


방금 따온 상추는 물에 살짝 담궈 뒀더니 파릇파릇  더욱더 싱싱함을 발하며, 살아 나갈 기세~

얼른 샐러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올리브 오일로 만든 소스 뿌려서 냠냠~
내가 직접 키운 무공해 야채를 먹는다 생각하니 더 건강해 지는 느낌.
그리고 식물들을 돌보는 동안, 태교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구요.


일본에서 키운 한국 상추로 (씨앗 이름이 한국 치마 상추 였거든요) 멕시칸 요리도 만들어 먹어 보아요~



얼마전에 포스팅한 타코쉘~



햄버거를 만드는데 뭔가 허전한~ 상추가 없다!!!
밖에 뛰어가서 상추잎 몇장 얼른 뜯어와 찬물에 씻어서 햄버거 사이에도 몇장씩 물려 주었습니다.



이만하면, 올해 농사, 초보 농사꾼이 한 것 치고는 풍작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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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 지나가다가 2013.09.09 11:58

    맨날 눈팅만 하면서 즐겁게 포스팅업뎃을 기다리는 행인1입니다.(지나가는 행인님들이 많으실듯하여)
    아마 예약포스팅에 출산하시면 당연히 당분간은 댓글을 못보시겠지만,
    자취생 1x년의 야매요리 전문가로서....
    저 콩잎이 아까워서 첫댓글을 달아봅니다.
    부산분이시니 경상도에서는 콩잎도 장아찌해 먹는 것을 아실것이고,
    완두콩의 두콩이만 말고 콩잎도 씻어서 물기빼서 장아찌 해두심 맛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야매로 된장-콩잎몇장-된장-콩잎몇장-된장 식으로 묵혀뒀다가 간이 배면 따순 밥에 같이 먹습니다.
    아님, 콩잎물김치를 담궈서 며칠후에 닭갈비나 제육볶음 할때 상추랑 깻잎처럼 싸먹으면 맛납니다.
    여튼 잡설이 심한 행인1 이었습니다.
    순산하십시오! 와플이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답글

  • 영란 2013.09.09 14:52

    엘리님은 정말 못하는게 없네요. 어쩜 저리 부지런하고 요리도 이것저것 참 잘하네요.
    껫잎은 서양인들은 안좋아한다던데 남편님께서는 잘드시나봐요. 하긴 한번 맛들이면 끊기가 힘들죠.
    가을이 오면 실내로 화분 들여놓으면 들깨는 새로나오는 순들이 많아서 더오래 먹을수 있을듯....
    엘리님 애기낳고 와플이하고 집에가서 먹을수도 있을듯!
    와플이는 언제 볼수 있나요?
    아기사진 꼭 올리세요. 궁금?
    건강하세요!!!
    답글

  • 마리아 2013.09.09 19:41

    저도 해외살고 있고, 작은 밭이 있어요.
    깻잎은 햇볕을 많이 봐야 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농장하시는 다른 한국분의 경우 밤에도 전구를 켜 놓으시더라고요.
    판매용이라서 전구까지 켜놓고 하시지만, 가정에서는 하루종일 햇볕만 잘 봐도 잘 자라요.
    첨엔 더디더라도 나중에는 마구마구 자라줍니다.
    출산 잘 하세요.
    화이팅입니다.^^
    답글

  • 향유고래 2013.09.09 22:04

    우왕~ 부지런하셔라!!!
    답글

  • 앙상블 2013.09.10 00:52

    정말 부지런하세요~ ^^
    동생이 사는곳에 콩나물이 비싸다길래 콩나물을 길러먹으라고 재료 다 사서 보내겠다고 했는데 귀찮다고.. ㅠ.ㅡ
    부지런한 사람이 먹고 싶은것도 먹는 법인가봐요... ㅎㅎ

    답글

  • 2013.09.10 08:14

    정말 멋지시네요!! 역시 부지런하신 언니^^ 와플이에게 식물이 소중하게 자라나는 경험까지 시켜주시고.. 굿 엄마입니당!!^^ 식물 키우는 뿌듯함과 밑의 요리까지... 침 흘리고 갑니다~
    답글

  • 자칼타 2013.09.10 10:32 신고

    깨잎 생각보다 잘 자라요...^^
    예전에 유학생 시절때... 기숙사 앞에 뿌렸더니 막 자라더라고요..ㅎㅎ
    답글

  • 히티틀러 2013.09.10 20:54 신고

    상추는 좀 솎아주거나 자주 뜯어먹어줘야지 아니면 너무 막 자라서 나중에는 못 먹어요ㅋㅋㅋ
    그런데 일본에는 깻잎이 없나요?
    외국 사람들이 깻잎 특유의 향 때문에 잘 못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일본은 워낙 한국과 공유하는 식재료가 많아서 당연히 먹을 줄 알았어요.
    답글

  • 좀좀이 2013.09.11 13:46 신고

    상추 부글부글한 거 보고 깔깔 웃었어요 ㅋㅋ
    완두콩 밥은 안 보이는군요. 그건 결국 남편분 소유권이 인정된 건가요? ㅋㅋ
    답글

  • bluebone 2013.09.13 10:16 신고

    와! 대단하셔요~ 저는 생각만했지, 실천은 아직도 못했는데 ㅠ (워낙에 게을러서 말이지요 ㅠ) 상추 완전 맛나보여요! 깻잎도.... 깻잎 못본지가 얼마나 되는건지... ㅠ_ㅠ 대단해요! 완두콩은.... 누구 뱃속으로?! ㅋㅋ
    답글

  • 이방인 씨 2013.09.20 10:55 신고

    대단하십니다!!! o_O 사진 속 채소들이 어찌나 싱싱한지 프로 농사꾼의 스멜이 여기까지~~

    그런데 깻잎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에 깜짝 놀랐어요! 깻잎이 없으면 참치깻잎 김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깻잎이 없다면 흰 쌀밥과 먹을 깻잎 장아찌를 만들 수 없다는 덧, 깻잎이 없다면 고기를 구워먹을 때 오로지 상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아~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지네요.

    또 하나 놀란 것은 일본인 지인이 만드신 닭갈비 덮밥... 역시 일본인들은 매운 맛에 약한가 보군요. 만약 한국인에게 저런 색깔의 닭갈비 덮밥을 내놓는다면 이걸 지금 먹으라고 만든 거냐고 숟가락을 내동이쳤을지도요. ㅋㅋㅋ 역시 마지막에 엘리님이 만드신 불타는 듯한 빨~간 닭갈비 덮밥이 제대로인 거죠. ^^
    답글

  • 듬직이 2013.11.03 08:53


    멋지십니다~~!!
    답글

  • 정현사랑 2013.11.05 18:39

    정말 맛있겠어여 저도 한번 키워볼까 생각만 합니다 ㅋㅋㅋㅋ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