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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미국인 남편, 점심시간 집으로 오게 만든 한국 드라마

by 스마일 엘리 201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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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 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다 보니, 영조의 어머니였던 최숙빈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동이"가 궁금해 지더라구요. 한국에서 동이가 한참 인기있을 때에는 미국에 있었기에 드라마의 존재조차 모르다가 3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동이'를 찾아서 정주행 하며 시청하기 시작했답니다.

남편과 함께 보면 좋겠지만 오타쿠인 저희 남편은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를 마지막으로 연속으로 봐야 하는 일명 '연속극'은 보지 않더라구요. 영화처럼 두시간안에 결말이 나야 하는데 드라마는 빨리 끝이 나지 않아서 기다리는게 싫대나 뭐래나~
그래서 제가 미드를 봐도 남편은 그닥 관심이 없기에 한국 드라마 특히나 사극은 더더욱 관심 밖이라 생각하고 같이 보자고 권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저혼자만 즐기면 되니까!!!
그런데 '동이' 드라마에 영어와 일어 자막 서비스가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영어 자막을 켜 두고 시청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거실에서 '동이'를 보는 시간 동안 남편은 대부분 컴퓨터방에서 오타쿠 답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구요.

1화를 끝내고, 2화를 끝내고, 3화.... 4화.... 회가 거듭될 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져 가다보니 저번주 주말에는 밥때가 된 줄도 모르고 동이 삼매경에 빠졌더랬죠.
거실에서 인기척도 없이 쇼파와 한몸이 되어버린 저에게 남편은 감히 밥 달라 소리도 못하고, 혼자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서는 제 옆의 쇼파에 조용히 앉더군요.
제 아무리 관심없는 드라마라지만 영어 자막이 나오니 자연스레 남편도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막을 쫓아 드라마를 건성으로 보면서 시리얼을 퍼먹던 남편이 갑자기 숟가락 든 손에 힘이 빠진듯, 숟가락을 떨어뜨리더니 짧은 이 한마디를 외치더군요

"장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경복궁의 수문장 교대식을 보고난 후, 남편은 "장군"에 대한 집착이 좀 심하잖아요. 2012/04/28 - [일상 생활기] - 미국인 남편에게 인상 깊었던 한국의 관광지 베스트 3
그런데 그 장군을 TV에서 보게 되었으니 남편의 가슴에 꺼져가던 장군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화악~ 피어오른 것이였죠.

(그런데 중요한건 남편이 '동이'에서 본 건 장군이 아닌 포도대장이였지만 말입니다. )

아무튼, 이 장군의 등장으로 남편은 점점 드라마 '동이'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제 옆에 앉아서 한 회씩, 한 회씩 열심히 보더니 급기야 한 회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 나올즈음 되면

이제, 동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꽃잎이 날릴거야!!!!

라며 마지막 장면을 예측하기 까지;;;;;


(그런데 정말로 동이의 마지막 장면은 남편이 말한것 처럼 놀란 토끼눈을 한 동이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끝나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는 한 회가 끝나면 기다릴수 없다는 듯 자기가 먼저 다음회를 찾아 시작 버튼을 누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샌가 남편은 저보다 더 동이에 몰입되어 있더라구요.
심지어는 장희빈이 나올 때마다 막 혼자서

싸가지!!! (bitch!!!)
라며 장희빈 욕도 막 날리는데 아, 진짜!!! 이건 뭐 외국인이랑 한국 드라마 보는게 아니라, 완전 동네 아줌마랑 드라마 보는 느낌이예요.
저는 드라마 보다 남편의 반응이 더 웃겨서 드라마 보랴, 남편 표정과 그 반응 관찰하랴 더 정신이 없어요.
동이에게 마침내 영혼까지 빼앗긴 남편은, 표창을 가슴에 맞고 죽을뻔한 동이가 의주에 있다가 도성으로 도망치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이 육성으로 막 터져 나와서는



안돼! 동이!!! 2~3일만 기다리면 오빠가 너를 찾으러 올거야!! 지금 도망치면 못 만나!!! 제발~ 동이!!! 그냥 거기에 있어!!
라며, TV속으로 동이 치마자락이라도 잡으러 들어갈 기세더라구요.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드라마 자체에 관심도 없던 남편은 어느새 동이의 열혈팬이 되어 저와 함께 지난 주말 연휴 (화요일까지 쉬었어요)를 동이와 함께 보내고, 수요일 아침 출근을 했습니다.
저는 좀 늦게 일어나 집 정리를 하고, 점심으로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하고 주방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달그락 달그락~

'누구지? 대낮에 빈집털이범인가?' 긴장하며 현관문쪽을 향해 다가 가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만
 
동이!!!!!!! 빨리 동이 틀어봐!!!! 동이가 장희재한테 잡혔는지 봐야 해!!!

라며 신발도 냅다 던져놓고는 들어와서 다짜고짜 동이와 장희재를 들먹이며 동이를 찾는게 아니겠습니까?
금쪽같은 점심 시간에 집 밥 먹겠다고 집에 온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 그 '동이'가 뭐길래 차로 15분, 왕복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마다않고 온 것이죠.
그것도 오자마자 임신한 마누라 이름이 아니라 '동이'를 외쳐대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2013년 들어 저에게 제일 기막힌 일일거예요.
우유에 씨리얼 대충 말아서 TV앞에 앉더니 결국은 한 회를 다 보고는 다시 출근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점심 역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 와서는 또 한 회를 다 보고 나더니 혼자서 골똘히 뭔가 생각하더라구요.

왜? 일하러 안가?

시간이 조금 더 있는데 그 다음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다음회를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

'아이고! 이젠 고민할게 없어서 무슨 이런 고민을....... '

그럼 어떻게 시작되는지 앞 부분만 보고 가!

안돼!, 도중에 보다가 말면 궁금해서 더 안될것 같아! 그냥 나중에 집에 와서 볼래.

그렇게 그 다음 에피소드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남편은 다시 일하러 가겠다며 신발을 신더라구요.
현관에 앉아서 신발끈을 묶으며

아~ 왕이 동이를 봤을거 같아? 왕이랑 동이랑 만났을까? 

'아놔! 그렇게 궁금하면 그냥 앞 부분만 볼 것이지!!!!! '
그렇게 남편은 지금 머릿속엔 온통 '동이'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오늘로 동이 28회까지 끝냈는데 이 기세라면 이번주 주말이 끝날때쯤 60화 다 끝내버리겠어요.

뜬금없는 남편의 한국 드라마 사랑에 황당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보다보니 남편이 한국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한국어에 다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서 사실 좋기도 합니다.
자막을 보고, 한국어 발음을 들으면서 "이게 이 말이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언제 외웠는지 간단한 단어를 외워서 저에게 뜬금없이 한국어로 말하기도 하구요.

그 중에 저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던 '동이'로 배운 한국어 하나!

자기야, doctor 가 한국어로 '어의 영감' 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이가 아파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동이의 오빠인 천수가 급하게 '어의 영감' '어의 영감' 부르는 장면에서 자막으로는 'doctor! doctor!' 라고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의사는 '어의 영감' 이라고 ㅋㅋㅋㅋㅋ

앞으로 동이의 스토리 전개도 궁금하지만, 저희 남편의 반응이 더더욱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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