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생활기

해외 사는 임산부, 기내식에 폭풍 감동한 사연

by 스마일 엘리 2013. 5. 1.
반응형

해외에서 생활하고 계시거나 잠시라도 해외 생활을 해 보신분들이라면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한국인이 한국 음식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공감 하실거예요.
거기에 입덧을 겪고 있는 임산부라면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는 욕구 불만으로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는 것!!!제가 직접 경험했기에 더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한국에도 다녀오고, 병원 때문에 도쿄에 갔을 때는 일부러 한인타운이 있는 신오오쿠보에 가서 한국 음식을 3일 내내 먹고 돌아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한국 음식 아니면 어떠한 것도 입에 들이대고 싶지 않은 이 한국인 산모 입덧이 여행 계획을 짤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행기는 무조건 한국의 국적기여야만 한다는 것이였어요.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이왕이면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비빔밥을 제공하는 대한항공을 꼭 타고 싶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오사카에서 인천을 경유하여, 인천에서 다시 목적지로 향하는 대한항공을 타게 되는, 비빔밥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일정이 되어버린거죠.
남편이 임신 초기인데 너무 무리가 되지 않겠냐고 만류했지만 이 또한 와플이도 원하는 일일터!!!
비빔밥 기내식을 먹겠다는 계산도 있었지만 실은 더욱더 치밀한 계산이 있었으니...
인천 공항에서 경유를 하는 동안, 공항 식당에서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한국 음식을 먹고야 말겠다는 불타는 의지가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ㅎㅎㅎㅎㅎㅎ

'비행기 갈아타는 고생스러움쯤이야, 매콤한 한국 찌개가 식도를 타고 흘러 내 위장을 적셔 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할 수 있어!'

그렇게 해서 비오는 날 교토 여행을 마치고, 오사카 칸사이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기내식이 나오더군요.

'이따위로 내 위장을 배 불리지 않으리라'
 

저에게 버림 받은 그 기내식은 남편의 위장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인천공항!!!
그런데 저에게 탑승시간까지 주어진 시간은 40분!!!
남편은 세큐리티 체크까지 하고 탑승구까지 도착하면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포기하기를 종용하더군요.
일단 탑승구를 찾은 후, 그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보고, 멀리 떨어져 있다면 포기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탑승구를 향해 열심히 경보를 했지요. (임산부의 몸으로 뛸수는 없으니... )

탑승구가 눈 앞에 보이고, 그 보다 더 앞에는 아니, 간이 식당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남편은 시계를 보더니 

탑승 시작 시간까지 20분 밖에 안 남았어, 그냥 기내식 먹어

하며 저를 위로하더군요.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 얼굴 한번 쳐다보고, 간이 식당의 메뉴판 한번 올려다보고, 남편 얼굴 한번 쳐다보고 간이 식당의 메뉴판 다시 한번 쳐다보......
소....
고기 국밥!!!!! 똬앟!!!!!!!!!!


아니, 먹을 수 있어. 한 숟갈만 먹을 수 있어도 만족할 수 있어. 자기는 화장실 가서 볼일 보고와, 그 동안 내가 다 먹어버릴게, 만약 그때까지 못 먹으면 남기고 그냥 갈테니까!!!!

소고기 국밥에 대한 절실한 저의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그리하여, 탑승 시간 약 13분을 남기고 소고기 국밥을 받아 들게 되었습니다.


받아들자 마자 급한 마음에 밥 한숟가락 벌써 국물에 말아버렸습니다. ^^;;
그리고 '드디어 먹었다 소고기 국밥'  엄마에게 자랑할려는 마음으로 사실적인 사진도 한판 찍고!!!
소고기 국물은 한 스푼 입에 넣자 마자 "크아~ "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이 맵기!!! 이렇게 얼큰하게 매운맛이 그동안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렇게 소고기 국밥을 말 그대로 미친듯이 흡입하고 있으니 화장실을 다녀온 남편이 제 쪽으로 걸어 오더라구요.
남편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을때는 거의 빈그릇이 되어 가고 있었죠.
깔끔하게 소고기 국밥 한그릇 드링킹 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탑승 시작 5분전!!!
아주 완수하기 힘든 미션을 깔끔하게 끝낸 느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하고, 음료 서비스가 시작되더니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빔밥 기내식을 나눠 주기 시작하더군요.
 
먹을 수 있겠어?

그런 질문보다, 내 기내식도 비빔밥으로 받아서 자기 줄까? 라는 질문을 해 주면 더 기쁘겠어!

남편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도 배 고프거든! 나는 소고기 먹을거야!!!!

그렇든 말든, 저는 빨간 볶음 고추장 쭉~ 쭉~ 짜 넣고 팍팍 비빈 비빔밥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비빔밥 기내식이 제 눈앞에 놓여졌습니다.
그런데!!!!!!
이건 빨간 고추장이 들어가는 비빔밥이 아니였어요.
지금까지 제가 알던 비빔밥 기내식은 볶음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 빨간 비빔밥이였거든요.
제가 받아든 비빔밥은


곤드레 나물 간장 비빔밥이였습니다.

우아아아아아~~~~
해외에서 사는 나에게 고추장 비빔밥도 아닌 '곤드레 나물 비빔밥' 이라니!!!!
게다가 간장 양념도 갖은 다진 재료가 들어있는 제대로 된 양념장이더라구요.
준비 된 나물 넣고, 양념 간장 넣어서 쓱싹 쓱싹 비벼 한입 먹었더니....
한국 음식에 목마른 한 불쌍한 임산부의 영혼을 곤드레 나물이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랄까요? ㅠ.ㅠ
정말 감동적이였어요.
한입 먹고 으음~ 소리내고, 한입 먹고 온 몸을 부르르 떨고, 남편은 이 여자 왜 이러나 했을거예요.
그런데 저를 더더욱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린 것은 바로!!!!!


빨간 사각형 속의 오이와 풋고추!!!
그리고 센스있게 양념 쌈장까지 준비되어 있었던거죠 ㅠ.ㅠ

아~~ 정말 한국 식당도 아니고, 비행기 안에서 오이, 고추, 쌈장이 준비된 시골 밥상 같은 기내식을 먹을 수 있을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특히나 풋고추는 제가 사는 일본에서는 구경 조차 하기 힘들어서 도쿄에 있는 한국 마트에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는 귀한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저번 한국에 다녀 올때 풋고추만 두팩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얼마나 아껴가면서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ㅠ.ㅠ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몸에 무리가 갈까봐 걱정도 했었는데, 이런 귀한(적어도 해외에 사는 임산부에겐 귀한 음식이예요) 음식을 먹으니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한 제가 무엄하기까지!!! ㅋㅋㅋㅋ
풋고추 한입 베어 물때는 정말 감동의 눈물까지 찔끔했어요. ==> 거짓말 아니고 진짜 진짜로 눈물이 나왔어요

저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혼자 만족스러움에 아주 몸서리를 치며 식판위에 씹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행복한 여행을 기대하며 승무원 언니들이 인도하는 사육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답니다.

TO BE CONTINUED!!!!
 

*** 제가 먹은 비빔밥이 돈나물이 아니라 곤드레 나물 비빔밥이였어요. 곤드레 나물을 보고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며 얘기 했었는데 그걸 고새 까먹고는 돈나물이 '갑툭튀' !!!
아!! 그리고 돈나물은 돌나물이 바른 말이래요. 경상도에서는 돈나물이라 불러서 그런줄 알았어요 ㅠ.ㅠ
사전 정보 검색 하지 않고 글 올려서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