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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에도 존재하는 고부갈등, 들어보니 만만치 않네~

by 스마일 엘리 201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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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브라질과의 4강전이 있는 날입니다.
한국이라면 통닭 한마리 시켜 놓고, 콜라 일잔 하면서 대기타고 있을텐데... 아쉽네요.
모쪼록 한국이 브라질을 깨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제가 친구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너는 시어머니가 미국 사람이라 고부 갈등 같은건 없어서 좋겠다" 라는 말인데요.
물론 저는 감사하게도 고부갈등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결혼 생활이 아직 길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절대로 시어머니가 '미국사람'이라서 고부 갈등이 없는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미국인과의 결혼으로 미국인 시어머니가 생겼지만 고부 갈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제 친구 얘기 한번 들어 보시죠. (내용이 좀 무거워질지도 모릅니다 ㅠ.ㅠ )


                                    (왠지 미국인의 고부 사이는 이럴것 같은 이미지. ^^;; )


제 친구는 일본인으로 미국인과 결혼을 하여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집을 구할 때까지는 시어머님과 함께 살기로 하고 임신 7개월때 시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온통 "환영한다" "사랑한다"등등 시어머니의 메세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그의 가족들로 부터 사랑을 듬뿍받으며 신혼 생활을 시작한줄로 믿고 있었지요.
임신 7개월이였던 그녀, 식욕이 한참 땡기고, 미국 음식에 지쳐갈 때쯤 생선이 너무 먹고 싶어서 생선을 구웠답니다. (물론 굽기 전에 시어머니에게 미리 허락을 맡았지요)
그러나 냄새를 맡고 나타난 시어머니가 친구에게 한말은

앞으로 내 부엌에서는 생선은 굽지 말았으면 해, 냄새 때문에 역겨워서 토할것 같아!

시어머님의 말투는 너무나 차가웠고, 그 표현도 직설적이였기에 모욕감이 들었다고 해요.
그러나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 아들 앞에서는

오늘 먹은 생선 어땠니? 다음에도 니가 먹고 싶은게 있으면 언제든지 요리해서 먹으렴.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아기 정기 검진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남편은 일을 하러 가니 차가 없는 친구는 시어머님께 부탁을 드릴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시어머님은 이혼한 시아버지의 새아내 (새 시어머님)에게 자기 손녀를 안아보게 해 줬다는 이유로

내 손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태워 주겠지만 내 전남편의 손녀를 태워줘야 한다면 자동차 가스비를 받아야겠구나.

그리고 새시어머님으로 부터 선물 받은 포장도 뜯지 않은 아기 옷들을 마음대로 버리셨다는군요.
그에 대해 친구가 왜 물어보지도 않고 버렸냐고 하자

그럼 넌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 여자한테 받은 것들을 내 집에 가져 온거니?

친구는 이미 시어머님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하루라도 빨리 시댁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남편이 있을때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인자하고 다정한 시어머니가 되는 바람에 친구의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네요.

물론 저 역시도 이런 친구의 속사정을 깨닫지 못했던게, 그녀의 페이스북은 매일 매일 시어머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메세지들로 넘쳐나고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그 메세지에 시어머님이 너무 자상하시다, 너가 행복한것 같아서 기쁘다라는 덧글들이 달렸지만 정작 제 친구는 시어머니의 메세지에 어떠한 덧글도 남기지 않았더군요.

후에 친구의 사정을 듣고 함께 인터넷으로 친구가 살 아파트를 검색해주었습니다.
친구가 제시한 첫번째 조건은 최대한 시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였어요.
친구가 남편과 아파트 계약을 마치고 시댁으로 돌아 왔을 때, 시어머님이 자신도 아파트를 알아 보았다며 시댁에서 5분거리에 떨어진 아파트에 가는게 어떻겠냐고 합니다.
이미 계약을 했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멀리 이사가면 손녀 병원 정기 검진때 태워 줄수도 없고, 불편할 거라며 근처의 아파트로 재계약 할 것을 종용했습니다만 계획대로 계약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가 친척이 다 읽어보는 시어머님의 페이스북에 시어머님은 글을 하나 남깁니다.
 
나는 내 손녀가 보고 싶어도, 내 자식들이 집 주소도 안 알려 주고 이사를 가버려서 보러 갈 수가 없네.

졸지에 친구네 부부를 온 일가족들에게 불효자로 만들어 버린것이죠.
물론 시어머님께 새로 이사한 주소도 알려 드렸고, 아파트의 위치도 알고 계셨답니다.
사태가 이쯤되자, 친구네 남편도 자신의 어머님의 이중성을 알아차리게 되고, 더 이상 어머님의 이간질에 놀아나지 않겠다며 어머님께 선전포고를 했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시어머님이 사라지셨다는군요.
지난밤까지는 분명히 계셨는데 말이죠.
시어머님은 아들에게까지 외면당하자 며느리를 페이스북에서 블락시켜 버렸던것입니다.
친구는 자신이 블락 당한줄도 모르고 화나셔서 페이스북을 탈퇴하신건가해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친구로 남아있으니 아마도 어머니가 친구를 블락시킨것 같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답니다.

하지만 시어머님은 그날 아침 친구의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는

세상에나!!!! 니 와이프가 페이스북에서 나를 차단시킨것 같더구나!

마침 그때 친구도 남편과 함께 있었는데 시어머니의 연기력은 아카데미 조연상급이였다네요.
자신의 어머니지만 어머님의 이중성에 진절머리가 난 친구의 남편은 급기야 화를 내며 어머님이 차단하셔놓고는 왜 거짓말 하는거냐고 했더니 자신은 며느리를 차단 시키지 않았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더랍니다.
친구는 오히려 차단 당해서 잘된것 같다며, 어머니와 연락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다며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웃긴건, 그 이후로 시어머님이 한밤중이 되면 친구 목록에서 나타났다가 아침이 되면 귀신같이 사라지는겁니다.
너무 이상하게 여긴 친구는 남편에게 그 얘길 했더니

엄마가 너 염탐하시는거야. 차단 시켰는데 손녀 사진이 보고 싶으니까 너한테 안 들키게 한밤중에 차단 해제시켜서 보고 다시 차단 시켜 놓는거지

친구는 이런 시어머님이 무섭기까지 해서 결국에는 친구가 시어머님을 차단 시켜 버렸습니다.
하지만 차단 시킨게 잘한 일인지, 다시 해제 시켜야 할지 매일매일 갈등하며 편안하지 못한 맘으로 지내고 있다네요.

미국인 시어머님이라면 쿨하고, 자식들의 생활을 존중해주며,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죠?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란 검색어로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꽤 많은 고민글들이 나옵니다.




결국, 시어머님이 어느 나라사람인가 하는것보다는 시어머님 되시는 분의 성격과 인성에 따라 고부갈등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살아온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구요. 


               "시어머니가 내 결혼생활을 파괴하고 있어요" - 상담 게시판에 올려진 글  


다만 이렇게 고부갈등이 생겼을 때, 미국인의 자식들과 한국인의 자식들의 대처가 조금은 다르다고 느꼈는데요, 한국의 경우는 일단 갈등이 생기면 자식들이 그래도 아랫사람으로서 어머님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 드릴려고 하고, 비록 마음은 상했더라도 할 도리는 할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미국 친구들의 경우는 갈등이 생겼을 경우, 서로 싫으면 안 보면 그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는 걸로 결론이 나더라구요. 

제 일본인 친구의 경우도 친구 남편이 먼저 친구에게 더이상 어머님 신경 쓰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군요. 페이스북에 차단 당했을 때도 오히려 더 잘된거라며 위로해 준것도 남편이였구요. 

그리고 또 다른 미국인 친구의 경우 (부부 둘다 미국인) 시어머님과 관계가 좋지 않아서 자신은 아예 연락 안하고 산다고 하더군요. 남편만 시부모님과 안부 전화 하고, 시댁에 갈때도 남편과 아이들만 보내고 친구는 안가더라구요. 
저는 좀 이해가 안가서 남편이 섭섭해 하거나, 같이 가자고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서로 사이가 안 좋고, 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없고, 오히려 그런 문제로 부부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서로 강요하지 않고 그렇게 산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서 나중에 다시 사이가 좋아져 보게 될수도 있구요.

제 친구들의 사례만으로 미국의 고부갈등에 대해 이렇다~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미국인 시어머니라서 고부 갈등은 없겠다' 라는건 아니라는거 이제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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