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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 시아버지 한국 음식 때문에 쓰레기통을 뒤진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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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시아버지가 좋아한 한국 음식, 미국 신라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월마트 신라면, 미국 너구리 라면, 미국에서 한국 라면 살 수 있는 곳

다음주에 남편과 휴가로 한국에 갑니다!!! 야홋~~~~
남편은 한국에 7개월만에 방문하는 것이고, 저는 4개월만에 가는거네요.
일본에 살게 되면서 한국과 가깝다 보니 저는 자주 한국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있지만 남편은 작년 4월 이후로 가족들을 못 만나고 있으니까 가족들이 그리웠나봐요.
그래서인지, 다음번 휴가는 반드시 미국 시댁으로 가자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한국가면 시아버님이 좋아하시는 한국 음식도 사오자고!!!
그래서 생각이 난 에피소드랍니다.

제가 시댁에 처음에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을 동안 매운 한국 음식을 못 먹을 걸 생각하니 가기전부터 속이 느글거리면서 뭔가 매운걸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에 한국라면 너구리를 5개 챙겨 갔답니다.
2주간 머물면서 1주일에 두번씩 라면을 끓여 먹겠다는 계획으로 가져 갔는데요,
제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하자, 시댁에 놀러왔던 시누이가 보더니 자기도 한번 먹어보겠다는거예요.

image:http://www.price2watch.com/walmart/grocery/soups/nong-shim-shin-ramyun-noodle-gourmet-spicy-soup-4-2-oz/p/5519561

그래서 남편과 저, 시누이와 함께 둘러 앉아 라면을 먹었답니다.
라면속에 들어간 계란이 라면의 메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남편때문에 계란을 4개씩이나 넣고 끓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쥬얼은 완전 계란찌개에 라면사리 추가한 것 같은 형상

(남편은 라면에 계란이 사람수대로 들어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더라구요, 언제 생겨났는지, 누가 그 믿음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그것도 모잘라 자기 계란은 꼭 두개여야 한다고 해서 남편것 2개, 저와 시누이것 각각 1개씩, 그렇게 계란 4개가 들어간 거죠. )

어쨌든 시누이에게는 처음 먹어보는 한국 요리라면 요리인지라, 라면을 그릇에 덜어 스파게티 먹듯 라면 면발을 돌돌 말아 먹는 시누이의 표정을 살피며, 너무 맵지 않을까? 입맛에 안 맞진 않을까 걱정을 했더랬죠.
그런데 시누이가 너무 맛있다며 혀를 내밀고 '헤~헤~' 매운 기운을 삭히면서 끊어진 라면 부스러기들까지 싹싹 긁어 먹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날 이후, 제가 라면을 먹을 때 마다 시누이가 함께 와서 먹더니, 나중에 마지막 하나 남은 라면 먹을때는 시아주버님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라면 1개에 계란 5개를 넣고 끓여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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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두번째 시댁을 방문했을 때는 1주일 정도만 머무를거라, 한국 음식 안 먹어도 살겠지 싶어, 그냥 갔는데,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이틀째 부터 한국 음식 금단 현상이 생겨서 미국 음식을 눈 앞에 두고도 한국 음식이 아른거려 죽겠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남편과 시댁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 갔는데 거기서 '신라면'을 발견한게 아니겠습니까??

  image: http://www.yelp.com/user_local_photos?userid=sdJrRenblCzvU_iR9MydXQ

제가 시댁 근처에서 신라면을 발견한게 그렇게 놀라웠던 이유가, 그곳은 아시안이 정말 없는 곳이였거든요.
제가 남편과 걸어가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고, 심지어 시댁 식구들과 볼링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무심결에 저희쪽을 쳐다 보다가 아시아인인 제가 있는걸 보고 놀래서 다시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짓곤 했죠.
게다가 월마트에서도 계산할 때, 캐셔가 하는 말이 자기가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만나본 아시아인이 저라고 까지;;
아무튼 동양인이 없는 그곳에서 아시아 음식은 기대도 안했는데, 그곳 월마트에서 신라면을 발견했으니 제눈에는 신라면이 있던 섹션이 라면계의 금광, 또는 노다지로 빛이 나는 것을 느꼈답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신라면을 5개를 사들고 룰루랄라 시댁을 가서 라면을 끓였답니다.
(이미 한국 라면 끓인다는 소식에 시누이는 시댁을 향해 오고 있던 중~ )
그런데 그전까지 한국 라면에 관심도 없던 시아버지께서

내가 먹을 라면도 있는거냐??


그래서 '당연하죠, 같이 먹어요" 하며, 신라면이 담긴 큰 솥을 식탁 한 가운데 두고, 계란찌개에 라면사리 비쥬얼의 신라면 배급을 시작했습니다.

라면을 드시기 시작하던 시아버님의 벗겨진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더니 심지어는 눈물 콧물까지 흘리시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멈추지 않으시고 한번더 저에게 리필을 받아서 드시고는 마지막에 솥 바닥에 깔려 있는 국물까지 국자로 박박 긁어 한국자를 기어이 만드시더니, 그것마저 다 드셔버리는겁니다.

손수건으로 연신 닦으면서 드셨건만  얼굴은 이미 100미터 달리기를 한것 처럼 땀과 눈물과 콧물 범벅이였습니다.
그런데도 너무 맛있었다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선 시아버님이 갑자기 쓰레기통을 막 뒤적거리시는겁니다!?!?!?!?!?!?!?!
뭐하시는건가 싶어 "아버님 왜 그러세요??? " 했더니


라면 포장지 보관해 두어야지, 그래야 네가 없어도 나 혼자  월마트 가서 이 라면을 살 수 있지 않겠니??


하시며,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꾸깃꾸깃 해진 신라면 포장지를 찾아서 곱게 펴시더군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더니, 미국인 시아버님도 울려버리다 못해, 쓰레기통까지 뒤지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을 가진 한국의 자랑스러운 매운 맛!!!

그래서 이번에 한국 가면 아주 제대로 된 원조 신라면을 사서 보내 드릴려구요.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미주용으로, 한국의 신라면에 비하면 별로 맵지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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