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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엄마가 없는 사이에 두 형제에게 일어난 일

by 스마일 엘리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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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저도 한계가 왔었나봐요. 

갑자기 운전중에 왼쪽 가슴이 조여 오면서 그 통증이 어깨 팔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그 며칠전 부터 밤만 되면 명치가 풍선 부풀듯 부푸는 듯한 느낌에 심한 압박감과 통증을 느끼고 소화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조만간 병원 예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였는데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니 무서워졌어요. 


아이들 데리고 옥수수 따러 가던 중이였는데 왠지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차를 돌려 집으로 와서 구글링을 해 보니 일단 심장에 통증을 느끼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응급실에 아이들 까지 데려갈 수 없으니 친구에게 아이들을 좀 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친구는 옥수수밭에서 옥수수 따다가 저 때문에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우선 아이들이 먹을 간식과 음료를 챙겨서 친구네에 맡기고 저와 남편은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심전도 검사도 하고, 피검사도 하고, 흉부 엑스레이도 찍고, 겸사겸사 건강검진 받는다고 생각하며 후에 닥쳐 올 응급실 병원비 걱정 따위는 접어두었어요. 그것보다도 검사 하고 결과 기다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거의 5시간을 친구네 집에 맡겨 놓은 아이들이 걱정되었죠.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 친구네는 벌써 잠잘 시간이 지났을텐데 아이들 때문에 자지도 못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미안해서 빨리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조급~


다행스럽게 심전도 검사와 피검사는 큰 이상은 없는것으로 나왔고, 급작스레 흉통을 느끼는 경우는 스트레스성과 위장 장애가 있을 경우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스트레스성도 맞을 것 같고, 위장 장애도 맞을 것 같았어요.  요즘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들이 한두개가 아니였고 ( 블로그에 차차 올려드릴게요. 이번에는 고구마 삼백만개로 호흡 곤란 올 정도의 답답함을 선사해 드립니다. ^^ 고구마 백만개 카운터탑 스토리를 능가합니다 ) 또 명치에 압박감을 느꼈던 것도 아마도 소화 장애가 있어서 그랬을거란 짐작이 되더라고요. 위장 장애의 원인을 알아봐야 할 것 같으니 전문의를 만나 보라며 리퍼럴 해 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응급실에 간지 5시간이 지나서야 나올 수 있었어요.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니 제제는 이미 자고 있었고, 와플이는 저를 보자마자 

"엄마, 나 엄마가 너무 걱정됐어, 이제 괜찮아? 아픈거 다 나았어? 너무 보고 싶었어" 

하는데 아~ 이 녀석 때문에라도 난 아프면 안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집에 와서 아이들을 눕히고, 친구에게 고맙다고 메세지를 보내며 아이들이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싸우지는 않았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친구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들을 찍은 사진을 보내 주며 잘 놀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와플이가 제제 응아 하는 것도 도와줬어"  라길래

아직도 뒷처리를 제가 도와줘야 하는 제제인데, 친구네서 응아까지 했다면 친구가 닦아줘야 했을텐데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응아도 했어?" 

"응아 했다고는 했는데 와플이가 닦았더니 아무것도 안 묻어나왔나봐, 프라이버시 때문에 우리는 못 들어갔어" 



what?!?!?!? 와플이가 제제 응아를 닦았다고?!?!?! 

애미인 나도 내 새끼 똥꼬 닦아주는게 더러운데, 6살짜리 꼬마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 없다고 동생 똥꼬를 닦았다니!!!!!  

얘기를 들어보니 제제가 응아를 한다고 하자 와플이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프라이버시라며 제 친구에게 못 들어오게 했대요. ㅎㅎㅎ 제제는 겁이 많아서 남의 집 화장실은 절대 혼자 못 가고, 집에서도 혼자서는 2층에 절대 못가거든요. 그걸 잘 아는 와플이가 제제가 화장실을 간다니 당연히 자기가 따라 들어갔고, 동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다른 사람은 못 들어 오게 한거죠. 

세상에~ 엄마가 없으니 우리 와플이가 형아 노릇 제대로 했지 뭐예요.  저에겐 와플이도 아직 베이비 같은 느낌인데 이 녀석이 언제 커서 이렇게 든든한 형아가 된걸까요? 진짜 이렇게 스윗하고 예쁜 아들이 내 새끼라니!!!! 자고 있는 와플이가 너어~무 예뻐서 뽀뽀 백만번 했답니다. 


다음날 일어난 와플이에게 전날 제제가 아줌마네 집에서 응아 했냐고 물어보니 

"응, 응아 해서 내가 닦아 줬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도 응아 했어. 우히히히히"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게 뭐라고, 웃기고 사랑스럽고 ㅋㅋㅋㅋㅋ 

동생 응아 왜 닦아 줬냐고 했더니 

"제제는 내 동생이니까, 엄마가 없었으니까 내가 동생을 돌봐야지, 난 내 동생을 사랑해


우리 와플이는 정말 스윗함이 저세상 레벨인듯요. ㅎㅎㅎ  

(자식 자랑은 하는거 아니라는데... 오늘 좀 할게요 ㅋㅋㅋㅋ 자식 처음 키워본 애미가 이런거 처음 경험해 보는거라 제 일기 같은 블로그에 남겨 두고 싶어서 그래용~ ) 


우리 와플이는 어릴 때 부터 자상했거든요. 동생 신발도 신겨주고, 집에 놀러온 꼬마 손님들 신발도 신겨주고..


 작년에 친구네 가족들과 볼링장에 가서 아이들만 따로 레인을 빌려서 놀게 해 줬는데 우리 와플이가 완전 볼링장 알바 빙의 되가꼬 자기 보다 어린 동생들 볼링공 셔틀 해 주고,  공 던지는 위치 잡아주고, 볼링공 스탠드가 필요한 동생들 스탠드 옮겨주고, 치워주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오늘은 제제가 미니 피칸 파이를 먹는데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길래 자리에 앉아서 먹으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줬어요. 그래서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 먹은걸로 알고 치우겠다고 경고 했는데 또 돌아다니면서 먹거나 피칸 파이를 두고 돌다니길래 " 다 먹은걸로 알고 치울게" 하고 눈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렸거든요. 그러자 으앙~ 하면서 쇼파 뒤에 가서 자기 화났다며 우는 사이 와플이가 자기 피칸 파이를 달래요. 그래서 줬더니 

"엄마, 이거 반으로 잘라줘. 제제랑 나눠 먹을래" 하길래 

"제제는 규칙을 어겨서 피칸 파이 못 먹어" 했더니 

"제제가 울고 있잖아, 마음이 안 좋아. 내것 나눠 먹을래" 하더라고요. 


너무 기특해서 잘라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단호하게 피칸 파이를 버린 제 행동이 제제 입장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행동이 되니까 안된다고 하고 일부러 자리를 비켜 줬어요. 왜냐면 제가 없으면 제제가 분명 와플이의 피칸 파이를 먹으러 올테고 와플이는 제제와 나눠 먹을테니까요. 그럼 제제는 형아가 더 고맙게 느껴지겠죠. (근데 이녀석 형아의 고마움보다는 형아의 이런 착한 마음을 늘 이용해 먹는 영악한 녀석ㅋㅋㅋ) 

나중에 몰래 살짝 엿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한입씩 번갈아 먹으며 사이 좋게 나눠 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는 와플이가 제제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더군요. 귀여운 녀석들~ 


우리 와플이의 이런 자상하고 착한 마음 잃지 않고 쭈욱~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와플이 정말 기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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