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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운수 좋은날의 끝은 이러했다

by 스마일 엘리 201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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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가 좋긴 아주 좋았습니다. 그날은... 

첫째로는 구입하려고 벼르고 있던 커피 머신이 우리 동네의 bed bath& beyond에서 70% 할인 행사 중이였고

둘째는 그곳에는 마침 딱 하나 마지막 남아있던 제품을 제가 득템했고

셋째는 70%에 추가로 20% 할인쿠폰 사용까지 가능해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왕이득을 보았으며 

넷째는 기존에 쓰던 커피 머신을 중고로 35불에 내 놓았더니 40불에 판매가 되는 기이한 경험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현진건의 운수 좋은날의 미국판 리메이크 버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날의 기쁨은 그 다음날 남편의 문자 메세지 한통으로 끝났거든요.


남편의 퇴근 시간이 가까웠을 무렵 집에 도착해야 할 남편은 도착하지 않고 문자 메세지가 도착했지요.


"나 경찰한테 잡혔어, 과속으로. 젠장할..." 


이 메세지를 본 순간 ATM기 돈 세는 효과음이 들려오더군요. 촤르르르르르륵~ 




" 나 벌금 딱지 끊겼어!!"

제 마음을 대변하는 저 스티커 보이십니까? 

한숨을 푸욱 내 쉬며 눈물 한방울 쭈르륵 흘러내리는....그러면서 속으로 " 아이그 인간아 !!!!!! " 

마음 같아선 그보다 더한 말로  잔소리 폭탄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잔소리 해서 뭐하겠어요. 저 속 쓰린 만큼 본인도 속 쓰릴텐데... 그리고 백마디 잔소리보다 백불 넘는 벌금으로 이미 큰 교훈을 얻었을테니...


집에 돌아 온 남편말을 들어보니 자기는 억울하단거예요.

남편이 항상 출퇴근 하는 길에 대교가 있는데 대교 위에서는 속도가 60마일이고 대교를 내리면, 내리자마자 속도가 바로 45로 바뀌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속도가 45마일로 바뀌는 지점에서 잠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건 단속을 위한 단속이였다는거죠.

60마일로 달리다가 45마일 사인이 나오면 그때부터 속도를 줄이는걸 감안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말이였어요.

남편말을 듣고 벌금 티켓을 살펴보니 과연 45마일 지점에서 60마일로 과속한 것으로 표기 되어 있네요.

사실 듣고 보면 좀 억울하긴 하지만 난 객관적인 여자니까! 

" 그 길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 다니는 길인데 곧 속도제한이 바뀐다는걸 이미 알고 있는 당신은 미리 속도를 줄였어야지. 초행길이였다면 법원에 가서 설명을 하면 경찰이 무리하게 단속한 것도 있으니 참작이 될 듯한데..." 

라고 했지만 여전히 자기는 억울하다며 재판에 참석해서 항의하겠다더라구요. 

미국은 경찰에게 잡혀서 벌금 티켓을 끊긴 경우 법원에 출두 할 날짜도 함께 잡아줍니다. 위반을 한것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사정과 증거가 있으면 재판관의 재량으로 벌금을 줄여주거나 벌금을 무효화 시켜 주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재판일은 4월 30일! 그때 남편은 출장으로 미국 본토에 없을 예정이라 항의도 못하겠다며 더욱 씩씩대더군요. 

그렇게 해서 남편이 내야할 속도 위반 범칙금은 180불이였습니다.

저는 100불 아꼈다고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출 기세였는데 다음날 180불이 훌렁 나가버리니 이게 바로 되로 아끼고 말로 쓴건가요? 

아님 개같이 아껴서 그냥 정승 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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