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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케이크

핑크 원숭이 돌 케이크 (부제: 미국인들의 리액션으로 판단치 말라)

by 스마일 엘리 2017.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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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에 동네 페이스북에 케이크 만들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신 마사 윤 언니가 감사하게도 저를 태그해 주셔서 저에게 케잌 주문이 들어 왔답니다.

 

 

이 케잌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타퍼들은 폰던트로 만든것들이지만 케이크 자체는 버터크림이였죠.

문제는 주문 주신 분이 버터 크림 대신에 휩크림으로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것이였는데 차갑고 수분기가 많은 휩크림의 특성상 이 케이크는 휩크림으로는 불가능한 디자인이라고 했더니 버터 크림은 너무 달아서 싫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샌딩은 이탈리안 머랭크림으로 하고, 커버링과 모든 장식은 폰던트로 하는것으로 주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분께서 여러군데에 견적을 요청하셨는데, 다들 버터크림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는것을 저만 여러가지 옵션을 제시했다며 그래서 저에게 맡기는거라 하시더라구요.

 

케이크를 보니 예쁜 여자 아이의 첫 생일 케이크인듯 해서 보내주신 사진 보다 더~ 더~ 예쁘게 만들어 드려야 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만..... 험난한 핑크 원숭이 얼굴 따라잡기 과정 ㅠ.ㅠ

 

 

얼굴형을 잡고...

 

 

눈두덩이와 입을 붙였는데...

아무래도 사진속의 귀염돋는 원숭이 얼굴은 안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

 

 

게다가 원래 케이크 만드신 분이 어찌나 디테일하신지 손가락 발가락마저도 섬세하게 다 표현을 하셔서 손 덜덜 떨면서 발가락 다섯개 붙였습니다.

 

그렇게 밤을 꼴딱 새워서 케이크에 장식 될 타퍼들은 거의 다 완성을 했어요.

 

 

역시 원작자 따라잡기 실패한 핑크 원숭이... 좌절 ㅠ.ㅠ

 

 

Happy birthday와 함께 특별히 요청해 주신 Feliz cumpleanos

스페인어 모르지만 눈치로 때려잡은 뜻은 당연히 "생일 축하해" 겠죠?

케잌 만들면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좋구나야~  데스파씨토!!!  (뭔진 모르지만 요즘 라디오에 틀면 나오는 노래)

 

 

다 만들어진 타퍼는 형태가 고정될 수 있도록 건조의 시간을 가집니다.

 

 

 

타퍼가 완성 되었으니 케잌 반죽을 돌리고 돌리고~

 

 

10인치팬과 6인치 팬에 나눠 담고 오븐속으로 고~고~

 

 

열심히 계란 흰자 거품 내고, 시럽 만들어서 이탈리안 머랭 크림을 만든 후, 케잌 사이에 발라 줍니다.

 

 

핑크색 폰던트로 케이크 덮어 씌운 후

 

 

 

2단의 메인 장식이 될 ONE

 

 

원래 케이크는 아이싱으로 저 레이스 모양을 깍지를 끼워서 짜낸것이지만 전 폰던트로 그 느낌을 연출해야 해서 원 케이크와 느낌이 많이 다를까봐 걱정을 좀 했어요.

 

 

 

오오~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레이스를 꺽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준비된 타퍼들 다 올렸더니 2단 완성!!!

그러나 여전히 원숭이가 마음에 걸린다 ㅠ.ㅠ

 

 

1단이 될 케이크에도 장식들 다 붙여주었습니다.

 

 

 

제제의 돌잔치 포스팅에서 설명 드린것처럼 한국에는 돌잡이가 있다면 미국에는 케이크 스매쉬가 있어요.

그래서 마구잡이로 짓눌러도 부담이 없도록 따로 스매쉬 케이크용 컵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1단과 2단 케이크가 완성 되었으니 이제 완전한 완성작을 볼 차례!!

 

 

짜잔!!!

 

원래는 보내주신 사진의 케이크보다 더 예쁘게 만들겠노라! 의욕이 앞섰지만...

원래 케이크의 귀염 돋는 원숭이에서 이미 1패

 

그러나 코끼리는 내 코끼리가 더 이쁘다며;;; ㅎㅎㅎ

뭐가 다른지 스크롤 올려 보시면.. 아실까용?

ㅋㅋㅋㅋ 귀가 다르다며;;;

 

 

최대한 똑같이 만들려고 했지만 버터크림으로 표현한것과 폰던트로 표현한 것의 차이는 어쩔수 없는지라 주문 주신 분이 막상 보시고 실망하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저 원.숭.이가 제일 걱정 ㅠ.ㅠ

 

서비스로 스매쉬 케이크도 준비했는데 그걸로 만회는 안될려나...

 

 

드디어 주문주신 분이 픽업하러 오셔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제가 막 오버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미국인들과는 다르게 이분은 좀 멋쩍어 하시며 인사를 하시더군요.  긴장~ 긴장~

 

그래도 케잌을 짠! 하고 보여 드리면 분명 감탄을 하시겠지? 하며 케잌 상자를 열어서 확인을 시켜 드렸는데 미국인 특유의 그 오버하는 리액션이 전혀 없이 그냥 살짝 엷은 미소만 띄우시길래 아, 역시 원숭이!!!! 하며 좌절감이 밀려 왔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맘에 드시냐고 여쭤 봤는데 형식적인듯 " I like it"

 

보통은 케잌을 짠~ 하고 보여 드리면 미국분들의 반응은 아주 환하게 웃으며 일단 Oh my god!!부터 하고 보거든요.

 

그 다음엔 온갖 감탄사는 다 나옵니다.

 

잇츠 쏘~ 뷰리풀, 잇츠 쏘~ 어메이징, 디스 이즈 퍼펙트!!! 등등

 

그 반응을 보고 저도 안심하게 되고, 뿌듯함을 느끼는데 이렇게 반응이 시원찮으면 뭔가 제가 크게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큰 반응없이 케잌을 가지고 가시고 난 후, 전 찝찝한 마음에 하루종일 안절 부절했더랬죠.

 

그런데...

 

두둥!

 

그 분으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케잌을 좋아하고, 아기도 케잌을 보며 웃고, 박수를 친다며, 케잌 맛은 어떨지 기대된다는 내용이였어요.

 

이 메세지를 보는 순간 하루종일 우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그 분이 제 페이스북에 리뷰를 남겨 주셨는데

 

엘리는 우리 딸의 첫생일을 위해 멋진 케잌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보내준 사진 그대로였고, 끝내주게 맛있었어요. 연락도 잘 되었고, 완전히 만족하는지 확인도 했구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거고, 앞으로 우리 가족들 케잌은 그녀가 다 책임질거예요. 다시 한번 고마워요.

( 이 과찬을 제가 직접 번역하려니 낯뜨거워서 원~ ㅎㅎㅎㅎ)

 

 

 

아니 이렇게 격한 후기를 남겨 주실것이였으면서 왜 진작에 뜻뜨미지근한 반응으로 제 애간장을 녹이셨는지...

 

안그래도 제가 우울해 하니까 마사 윤 언니께서 앞에서는 온갖 칭찬 다하고 뒤에서 욕하는 미국인들도 많으니 리액션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모든 미국인들이 다 오버 리액션에 능숙한것은 아니였나봅니다.

 

그나저나 저 평생 들어본 칭찬중에 저분이 해 주신 칭찬이 제 인생 최고의 칭찬이라 이날 밤 너무 좋아서 저 잠 못 잤잖아요.

읽고 또 읽고... 내가 연애 편지도 이불속에서 읽으며 큭큭 거리지 않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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