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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부부싸움에 대처하는 미국 경찰들의 자세

by 스마일 엘리 201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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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친절한 소방관 사연에 이은 미국 경찰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전 결혼하고 약 한달 반, 집을 구할 동안 남편의 직장 동료분의 댁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동료분의 아내분이 교포 2세였기에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편하게 지낼 수 있을거라는 동료분의 제안으로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하아~ 그런데 이 커플이 부부싸움이 좀 잦았답니다.  와이프가 20살을 갓 넘겨 어리기도 했고, 신혼이기도 했으니 맞춰가는 과정이라 싸움이 잦은건 이해하지만 늘 소리를 지르고 싸워서 옆방에 살고 있는 저는 그들이 부부싸움을 할 때 정말 좌불안석이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또 두 사람이 출근한다며 함께 나갔다가 출근길에 부부싸움을 했는지, 남편의 동료 혼자 집에 오더니 아직까지 자기 와이프가 집에 오지 않은거냐며 묻더라구요.

알고보니 함께 퇴근하는데 화가 난 와이프가 남편 차를 타지 않고 혼자 먼저 퇴근을 해 버렸대요.

문제는 직장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고속도로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차도 없이 걸어서 가버린거죠.

게다가 그녀는 그때 임신 중이였어요.

 

그녀가 퇴근한지 4시간이 지나도 집에 오지 않자 급기야 경찰에 신고한 그녀의 남편

그렇게 경찰과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찾아 다니더라구요.

경찰이 어떻게 찾아 다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무전으로 주변 지역 패트롤 다니는 경찰들과 무전을 하면서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성을 본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의깊게 봐 달라고 연락 하는 것 같았어요.

 

이미 깜깜해져서야 터벅 터벅 걸어서 집으로 들어온 그녀.

 

이렇게 무사히 그녀가 집에 도착했고, 경찰들은 그녀가 집에 안전하게 돌아왔다는 걸 알았으니 돌아갔습니다

 

 

 

.......라고 끝이 났다면 제가 이 글을 안 썼겠죠?  ㅎㅎㅎㅎㅎ

 

 

그녀가 집에 돌아오자 경찰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남편과 아내를 각 각 분리를 하더라구요. 경찰관 한분은 아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고, 다른 한분은 남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처음 겪는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방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로 했습니다만 옆방에서 도란 도란 들려오는 경찰관과 그녀의 대화 소리

대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경찰관과 그녀는 약 30분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더군요.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

 

 

 

그리고 밖에서 그녀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던 경찰관은 이야기가 끝났는지 갑자기 저희방에 '똑똑' 노크를 하시더니 시간 좀 내 줄 수 있냐고.....

'

나는 미국 땅 밟은지 며칠 되지도 않은 선량한 단기 하우스 메이트일 뿐인데..... 

 

그렇게 평생 경험 해 보기 힘들 것 같은 경찰 심문(?)을 여권에 입국 도장 마르기도 전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방에 들어 온 경찰관은 우선 저희와 남편 동료 부부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우리도 갓 결혼한 신혼 부부라는 것을 알고 그 와중에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해 주시고, 여기에 그들과 거주한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그들이 자주 싸우는지, 싸울 때 특별이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혹시 남편이 폭력적인 성향이 있거나, 폭력을 행사 하는걸 듣거나 본 적이 있는지 확인하더라구요.

 

그들은 그냥 큰 소리로 싸울 뿐, 서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적은 없었기에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은 알았다고 협조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나갔어요.

 

그리고는 집을 이리저리 둘러 보시더니

 

그 부부의 침실 벽에 걸려 있는 일본도 (장칼) 를 가지고 나오시는겁니다.  그 일본도는 남편의 동료가 일본에서 근무를 하고 돌아올 때 기념으로 사 온거였거든요.

 

일본도를 가지고 나온 경찰관은

 

" 이 칼이 오늘은 위험하게 느껴지니까 우리가 가져 갈게요, 이틀뒤에 찾으러 와요 "

 

이 말을 남기고 모든 경찰들은 돌아갔습니다.

 

이 일로 제가 느낀 점은 미국에서는 가정사인 부부싸움이 일단 경찰 신고가 들어가니까 더이상 그건 가정사가 아니더라구요. 폭력이 오고 간 부부싸움도 아니였는데, 일단 아내와 남편 각각의 얘기를 들어보고, 아내가 위협을 느낀 적은 없는지 몇차례나 확인하고 그것도 모잘라 옆방에 있는 저희들에게까지 확인하고 게다가 마지막으로 위험해 보인다며 벽에 걸려 있던 일본도까지 가져가던 미국 경찰관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였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떠한 불행한 일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려고 하는 노력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유쾌한 경험은 아니였지만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경험이였어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경찰들은 과연 어디까지 개입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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