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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입맛 까다로운 미국인 시어머니 사로잡은 한국 음식

by 스마일 엘리 201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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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와 계시는 동안 시부모님과 저희 부부가 번갈아 가며 하루씩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고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 했었죠?

하루는 홈메이드 피자를 만들었구요, 또 하루는 파스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한국의 아웃백 스테이크의 투움바 파스타!!!

이 투움바 파스타가 미국 아웃백에는 없거든요. 근데 정말 맛있잖아요? 그래서 시부모님께서도 좋아하실 듯 해서 만들기로 했는데 사실 저희 시어머님이 엄청나게 입맛이 까다로우신 분이거든요.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음식에 대해서 경계심이 아주 강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일은 거의 없구요, 알고 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들어간 재료나 양념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일 경우 절대로 드시지 않아요.

그러니 외국 음식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은 당연히 드시지 않고, 심지어는 새우도 지금까지 한번도 드신 적이 없답니다.

 

그래서 우선 새우를 좋아하시냐고 물어봤더니

 

"음,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올해부터 일년에 하나씩 새로운 음식을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어, 올해는 새우에 도전하는걸로 해 보지 뭐" 

 

하며,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를 만들겠다는 제 사기를 꺽지 않기 위해 일단 말씀은 이렇게 해 주셨죠.

그러나 투움바 파스타를 만든 날 저녁, 시어머니를 안 보는 척 하면서 곁눈으로 흘끔 흘끔 관찰한 결과, 새우는 절.대.로 안드시고, 파스타 면만 드시더라구요.

대신 시아버지는 너무 맛있다며 두 그릇이나 드셨답니다.

 

아무튼 투움바 파스타 이후, 제가 정한 메뉴는 돼지 등갈비로 만든 갈비찜이였는데, 100% 홈메이드 양념으로 만든다면 시어머니도 분명 좋아하실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갈비 양념에 들어가는게 간장, 양파, 마늘, 설탕등 주로 요리할 때 기본이 되는 재료들이니까요. 다행히도 시어머니께서 간장은 본인이 요리할 때 사용하시는지라 거부감이 없어서 분명 갈비 양념은 좋아하시리라 생각했죠.

다만 문제는... 제가 홈메이드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시판 갈비 양념 소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체 불명의 소스가 들어가는걸 보신다면 아무리 맛있는 냄새가 나도, 맛있어 보여도 안드실게 뻔했죠.

 

일단 시어머님께 오늘은 한국 요리를 한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오늘 코리안 BBQ를 만들거예요, 재료도 간단하게 간장, 사과 양파 다진 마늘 뭐 그 정도예요"

 

시어머님도 다 친근한 재료들이라 그런지 That sounds good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었고, 제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역시나 어떤 재료가 들어가나 신경이 쓰인 시어머니는 제제를 안고 주방 근처를 배회 하시며 제가 재료 준비하는걸 보는 척 하시며 감시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주 당당하게 어머님이 보고 계시는 동안 양파와 사과를 썰어서 믹서기에 갈아 등갈비가 담긴 냄비에 부어 주었죠.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인 갈비 소스를 부어야 하는데 시어머님이 저리 지켜 보고 계시니...

이거 뭐 음식에 독약 타는것도 아닌데 자꾸 심장 쿵쾅 거리고, 시어머니 안 가시나 흘끔 흘끔 눈치보고 이리저리 괜히 바쁜 척 주방에서 냉장고 문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이 엄마의 좌불안석 초조함의 텔레파시가 둘째 제제에게 통했는지 갑자기 제제가 팀웍을 발휘하여 그때부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더군요. 고...고맙다 아들아~

 

제제를 달래기 위해 시어머니는 거실로 가셔서 기저귀를 확인하셨고, 저는 재빨리 냄비에 갈비 소스를 냅다 들이부었습니다. ㅎㅎㅎ 미션 석세스!!

 

그리고 한시간 동안 푸욱~ 졸여주었죠.

 

이미 집안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고, 시어머님도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

 

 

 

드디어 등갈비 갈비찜이 완성되고, 접시에 내어 놓았습니다.

시어머님께서 과연 생소한 저 요리에 도전해 보실것인가!!! 이 심정은 요리 경연 대회 나가서 심사위원의 평가를 기다리는 느낌 보다는 백설공주 계모가 독이 든 사과를 백설공주가 먹을것인가에 더 가까운 느낌이였습죠.

맛이 중요한게 아니라, 일단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였으니까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제일 먼저 등갈비 한쪽을 집어 들지 뭡니까? 그리고는 한입 드시더니 맛있다며 한쪽을 다 드시고 개인 접시에 듬뿍 담아서 정말 맛있게 드시지 않겠습니까?

 

성!공!적!?!?!?!

 

정말 손도 안 대실까 걱정했는데 결국은 시어머님께서 제일 많이 드셨답니다. ㅎㅎㅎㅎㅎ

당연하죠, 다른것도 아니고 한국식 갈비 양념으로 만든건데... 코리안 BBQ는 외국인들에게 정말 실패가 없는 요리거든요.

심지어 요즘 미드에서도 코리안 바베큐가 등장하기도 하드만.

 

아무튼 시어머님께서 제일 많이 드시고는 처음 먹어 본 돼지 등갈비찜이 맛있었는지 옆에 앉아계신 시아버지께

 

" 이거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 뒀어요?"

 

라고 물어보자 시아버지께서는

 

" 이 요리에 분명 비밀 레시피가 있을거야!!"

 

 라고 하셔서 뜨끔 했지요. 그러자 시어머니께서

 

"아니예요, 그냥 간단하게 간장, 양파, 사과, 마늘만 넣으면 돼요"

 

하셔서 아~ 진실을 묻어야 하나, 밝혀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큰 결심을 했죠.

 

"있죠, 비밀 레시피!!! 그건 바로 코리안 바베큐 소스~"

 

하며 양념장이 들어 있던 병을 들어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너무너무너무 당황하신 시어머님!!!!!!

 

정체불명의 소스가 들어간걸 알았다면 절대로 먹지 않았을텐데... 이미 너무 맛있게 먹어 버려서 시어머님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맛은 있었으니 등갈비찜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신 듯 

 

"이 소스 미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거니?"

 

라고 ㅋㅋㅋㅋㅋ

 

"그럼요~ 타겟이나, 월마트의 아시안 푸드 섹션에 가면 있어요" 

 

"이 소스 한병과 갈은 사과 양파, 물만 넣어서 1시간 동안 졸여주면 되는거지?"

 

라고 레시피까지 확인 하시는 시어머니

 

결국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방법이 정정당당(?)하지는 못했지만 결론은 미국인 시어머니도 한국식 돼지 등갈비찜의 맛에 반하셨다는거! 

그리고 시어머님도 낯선 음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을 하면 맛있는 세상이 열린다는걸 배우셨을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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