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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아들은 신을 수도, 신겨서도 안되는 양말

by 스마일 엘리 201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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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조금 묵혀 둔 포스팅!!!
더 케케묵은 포스팅도 많지만 그것들은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하와이 여행기 같은것들 말이죠 ㅠ.ㅠ )

작년 11월에 저희 동네에 있는 일본의 3대 명교에 해당하는 킨타이쿄에 가을 단풍 구경하러 다녀온 포스팅 기억하시나요?
2012/11/28 - [이와쿠니에서...] - 일본의 가을, 화보가 따로 없어~

집안에 갇혀 육아와 씨름하고 있던 저는 정말 어디든 나가서 숨 좀 쉬었으면 좋겠더라구요. (그럼 그동안 숨 안쉬고 살았냐며...ㅋㅋ) 그런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라고 쓰지만 실은 읽어 준거나 다름 없이
'지금쯤이면 킨타이쿄 단풍이 들었겠지??'
라며 남편에게 킨타이쿄 단풍 타령을 좀 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눈치밥 3년 얻어 먹은 남편은 기똥차게 알아 듣고는(요것도 못 알아 먹으면 그동안 먹은 밥 토해내야죠, 뭐)  돌아오는 주말에는 와플이 데리고 단풍도 볼 겸, 킨타이쿄에 산책이나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리하여 그 주말이 되었습니다.
'이 얼마만의 외출인가!!!!' 
오랫만에 주인이 산책 데려가주는 개 마냥 신이 난 저는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시간을 들여 화장을 했지요. 
아이라인은 0.1센치 더 두껍게, 0.3센치 더 길게, 양 볼은 "부끄부끄" 를 강조한 듯 핑크빛으로 둥글려주고, 입술은 참기름으로 병나발 분 듯, 그렇게 기름기 좔~좔~ 흐르게 립글로스를 발라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둘이 아닌 셋! 나의 미니미 우리 와플이!!
비록 아들이지만 아직 아기니까 인형 놀이 하는 기분으로 '울 아들 오늘 어떤 꼬까옷 입혀서 나갈까' 하며 와플이의 옷도 골라서 남편에게 입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가 출산 선물로 사 준 옷이 있었는데, 와플이에게 입힌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 줄 생각에 그 친구가 사 준 옷으로 골랐어요. 

'아우 씐나~ ' 

그렇게 외출 준비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와플이 옷을 입히던 남편이 와플이 신을 양말도 달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와플이에게 옷은 많이 사줬는데, 양말은 세 네 켤레 밖에 안 사뒀거든요. 그런데 그 전에 제니가 자기 딸들이 신던 양말을 물려 준 것들이 있어서 너무 여자 아기것 같은 핑크색이나 꽃 무늬 같은 양말들은 정리해서 따로 빼 두고, 와플이가 신을 수 있을 만한 갈색, 검은색 양말들만 서랍장에 넣어 둔 것이 있어, 그 중에 검은색을 골라 남편에게 신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거실에서 한참 와플이의 양말을 신기던 남편은 갑자기

오 마이 갓!!! 당신 우리 아들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내가 뭘 했다고!!!!!

아! 왜!!!!!!!!!!!

이게 진정 와플이 신길려고 산 양말이야?

간만의 외출인지라 한창 머리에 드라이 넣느라 바빠 죽겠는데 뭔 태클인가 싶어 전 그냥 보지도 않고 열심히 드라이 하며 대답만 꼬박 꼬박 했습니다.

그거 새로 산거 아니야, 제니 딸들이 신던거 물려 받은거야, 뭐가 문제야!! 색깔도 흰색, 검은색인데!!!!

자기 말이 맞아! 흰색 검은색!!! 근데 좀 와서 보시지??????

그러면서 막 와플이에게 고자질을 하기 시작하는겁니다.
와플아, 니네 엄마가 너한테 무슨짓을 했는지 봐! 어떻게 엄마가 남자 아이인 너에게 이럴수가 있어? 어떻게 감히!!!

아니 진짜로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아들한테 핑크색 양말을 준 것도 아니고, 꽃무늬 양말을 준 것도 아니고, 검은색 흰색의 평범한 양말을 준 것 뿐인데!!!! 

드라이 하다 말고 뛰쳐나가자 눈에 들어 온 와플이의 양말은....


















으....응???? 이건 뭐지?
일명 수줍은 소녀의 발 각도라는 45도로 벌린 저 다소곳함...
 게다가 연보라 꽃까지 달린.....
소녀 감성 물씬 돋는 이... 이것은
 

사진의 스트랩 슈즈와 같은 스트랩 슈즈 양말!!!!!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자마자 저 역시도 할말을 잃고 빵 터져 버렸지 뭡니까!!!!!!
얼굴은 금복주 장군감인데, 양말은 꽃달린 스트랩 슈즈



남편이 저를 저렇게 비난해도 전 할말이 없었습니다.
양말을 일일이 펼쳐서 확인하지 않고, 대충 색깔만 보고 정리해서 서랍장에 넣은 제 잘못이니까요 ㅠ.ㅠ

그래, 와플아... 무슨 엄마가 이러니!!!!!


아들한테 못할 짓을 해서 벌 받은걸까요?
그렇게 공들여 화장한 보람도 없이 킨타이쿄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더군요 ㅠ.ㅠ
결국 킨타이쿄 단풍은 보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비 내리는 킨타이쿄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답니다.
아쉽지만 그 다음주에 다시 오자는 남편의 말에 다시 씐나서 킨타이쿄 바라보기를 그만하고 집에 갈려는데 눈 앞에 펼쳐진 진풍경~



킨타이쿄 너머로 정말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떴더라구요.
아이폰의 한계로 무지개의 선명함이 잘 전달되진 않지만 정말 정말 찐~한 무지개였어요.
남편도 태어나서 저렇게 예쁜 무지개는 처음 봤대요.



비록 단풍 구경은 못했지만 이 무지개 보고 기분이 싹~ 풀렸던 기분 좋은 외출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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