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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아기의 영어 이름 짓기에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

by 스마일 엘리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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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이가 태어나기 전 와플이의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와 영어 어느쪽으로도 쓸 수 있는 그런 이름들 중에서 고를 생각이었어요. 그래야 양가 부모님들, 즉 와플이의 위스콘신 할아버지 할머니,한국에 계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쉽게 부를 수 있을테니까요.
순수 한국 이름은 시부모님에게 낯설고, 발음이 어려울 수 있고, 또 순수 영어 이름은 저희 부모님에게 낯설고 부르기 어려울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한국어와 영어 양쪽 다 쓸 수 있는 이름으로 할려니 선택의 폭이 너무 좁더라구요.
게다가 이미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중, 저희가 생각하고 있던 그 이름을 가진 아기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꼭 한국어의 이름을 고집할 필요 없이, 완전한 영어 이름이라도 발음이 쉬운 영어 이름을 고르면 저희 부모님도 부르기 쉬울 것 같아, 그런 이름으로 고르기로 했답니다.

우선 이름에 TH가 들어가는 이름, R이나 L이 들어가 는 이름, F가 들어가는 이름은 빼기로 했어요.
어떻게 해도 저희 부모님께서는 완벽하게 발음하지 못하실테고, 손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줄 수 없는건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와플이에게도 슬픈 일이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요... 영어 이름은, 한국 이름처럼 한자 한자 그 뜻을 생각해서 조합하는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이름에서 고르는 이름이다 보니 제가 고르는 이름은 남편이 죄다 마음에 안든다 그러고, 남편이 고르는 이름은 또 제 마음에 안 드는겁니다.

점점 출산 날짜는 다가오고, 아기 이름은 빨리 정해야 하는데 서로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결국 저희 부부는 어이없는(?) 방법으로 아기의 이름을 정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서로 마음에 드는 이름 20개를 리스트로 만들어서 그 리스트를 비교해 보고, 공통되는 이름들이 나오면 그 중에 하나를 고르기로 한거죠.

남편이 이걸 숙제라며 몇월 며칠까지 그 리스트를 써서 내라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그리고 그 숙제의 마감일!!

학교 다닐때도 숙제 안하던 저였는데, 벌 안 받는 숙제를 할리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는 남편은 했.... 당연히 안했죠.
저희 이런 부부입니다. ㅠ.ㅠ  참 잘 만났죠? 똑같은 것들 둘이!!!

숙제 마감일에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서로 숙제 안 해 올 줄 알고 안했다며 쓰다듬어 주고, 웃고...
참내~ 바보도 이런 바보 커플이 없을거예요.

지금 이 숙제가 그냥 숙제도 아니고 자식 이름 정하는건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저보다 아주 조금 나은 남편이 일하다가 너무 심심해서(?) 했다며 아기 이름이 씌여진 리스트를 건네더라구요. 

그리하여, 방법을 바꾸어 남편이 리스트를 만들었으니, 그 리스트에서 제 마음에 드는걸로 아기 이름을 정하기로 했죠.
그때도 제가 가장 염두에 두었던 점은 저희 부모님이 발음하는데 문제가 없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두둥!!!!!!!
그리고 그 리스트에서 제가 결정한 우리 와플이의 이름은.....
오늘 최초 공개하는 와플이의 이름이죠?

KADEN

바로 케이든이랍니다.
저의 조건에 딱 맞는 이름이였어요.
th발음 없고, r이나 l 발음 없고, f 발음도 없는, 어른들이 부르기에도 부담 없는 딱 제가 원하던 그런 이름이였죠.

부모님도 처음에는 손자의 영어 이름이 낯선지 이름 보다는 "아기" 라고 부르셨어요.
"아기는 잘 먹나?"
"아기는 잘 자나?"
"아기는 지금 뭐하는데?"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드디어 저희 어머니께서 우리 아기의 이름을 불러 주셨답니다.
소리내서 부르는건 쑥쓰러우셨는지 계속 아기라고 부르더니, 카톡 메세지상에서 '아기'라고 부르던 와플이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신거죠. 그렇게 해서 아기는 꽃이 될 뻔 했는데... (뭐래니!)

그런데..... 저희 어머님이 카톡상으로 불러주신 저희 아기 이름을 본 순간 저는 제가 고른 이름에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희 어머니가 경상도 분이라는 걸 말이죠.
이게 왜 제가 간과한 실수냐구요?
우리 와플이의 이름인 케이든이... 그만 '케이던'이 되어 버렸거든요.

 




경상도 사람이라고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나이 드신 분들중에는 "으" 발음을 " 어"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 한참 인기 정상을 달리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이런 에피소드가 나오더군요. 
 11화에서 나정이와 해태가 잡지책을 보다가 '여자가 사랑에 빠진 세가지 증거'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는데 이때 나정이가 "여자가 사랑에 빠진 정거" 라고 하자 해태가 " 증거!! 증거!!" 하니까 나정이가 "그래, 정거" 라고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어찌나 깨알같이 경상도의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그런데 순도 100% 경상도 여자인 저희 어머니께서도 이 "으" 발음을 "어"로 하시다보니 제가 그렇게 발음때문에 고심해서 고른게 무색하게도 케이든을 케이던으로 발음해 버리시고, 아기 이름도 졸지에 케이던으로 만들어 버리신거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th발음을 넣어서 kathan으로 지어 버릴걸 그랬어요. 그랬으면 오히려 경상도 사람인 저희 어머님에게는 더 부르기 쉬웠을텐데 말이죠.
문제는 저희 어머님만 이렇게 부르는게 아니라, 같은 경상도 여자인 저희 이모도 케이든을 자꾸 케이던 케이던 이렇게 부른답니다 ㅠ.ㅠ

손자의 영어 이름을 정확하게 부를 수 있도록 영어 발음을 고려하여 나름 고심해서 고른 이름인데, 경상도 발음이 복병이 되어 손자의 이름인 케이든을 케이든이라 부르지 못하니...
오호 통재라!!!  ㅠ.ㅠ


이 역시 누굴 탓하겠습니까?
아들에게 연보라 꽃달린 스트랩 슈즈 양말 따위나 신기는 엄마인 제가 뭘 제대로 하는게 있겠습니까?
꼭 하나씩은 이런 반피같은 짓을 (요즘 응사에 자주 등장하니 저도 그 여세를 몰아 써 봅니다 ㅋㅋㅋ ) 하네요.

그런데 케이든의 영어 이름이 저를 한번 더 울린 일이 있었으니....
케이든이 일본 병원을 갈 일이 있었답니다.
병원 접수 서류에 케이든을 영어로 KADEN 이라고 분명히 써서 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케이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겁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확인 해 보니 우리 케이든의 이름이...... ㅠ.ㅠ


KADEN  영어 알파벳 발음 그대로 해서 "카덴" 이 되어 버렸더라구요 ㅠ.ㅠ 
일본인들이 케이든을 케이든이라 발음 못할것을 예상해서 아마도 " 케이돈" 또는 "케~돈"이라고 부르겠지 했더니만 "카덴"은 정말 예상 밖이였습니다. 

그래서 전 그냥 앞으로도 쭈욱~ 와플이라 부를려구요!!! 이미 시댁 식구들도 와플이라고 별명처럼 부르고 있거든요. 그러니 제 블로그에서도 이 녀석 이름은 계속 "와플이" 일테니 여러분들도 그냥 와플이라 불러 주세요~

마지막으로 와플이의 출생 50일때 찍은 사진 두 장 올려 봅니다. ^^


 


일본은 한국처럼 사진을 예쁘게 찍어 주는 스튜디오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아기들의 50일 사진 컨셉을 열심히 연구해서 직접 집에서 찍어줬답니다. ㅋㅋㅋ
집 근처 옷 가게에서 건진 700엔짜리 아기 모자가 큰 빛을 발했네요.

이제서야 50일 사진을 여러분들께 보여 드리는데 백일이 내일 모레라는 사실!!! ㅎㅎㅎㅎㅎ
100일 사진 컨셉을 또 열심히 찾아봐야 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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