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아기의 똥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되는 남편의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3. 11. 11.
반응형

출산한지 정확하게 일주일이 되던 날...
베이비 와플이를 얻어서 세상을 다 가진듯, 웃음이 떠나질 않는 남자1호
출산이 끝난 배인가, 출산을 앞둔 배인가
분간이 안가는 바람빠진 풍선같은 탄력없는 배를 가진... 여자 2호
누렇게 뜨는건 메주뿐이더냐? 사람도 누렇게 뜰 수 있다!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황달기 덜 빠진 신생아 남자 2호...


이 세사람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약 7시간동안 전철을 타야 하는 긴 여정이였죠.
저는 산후조리 따위 개나 줘버린듯.. 아니 아니 개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산후조리였거늘, 그렇게 9월말의 쌀쌀한 찬바람을 온 몸으로 맞게 됩니다.
저 뿐 아니라, 신생아인 와플이 역시 출생 일주일만에 사람많은 전철을 타고, 신칸센도 타야 했으니 이 여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은 남자 1호인 제 남편 뿐이였죠.

출발 전부터 전철에서 아기가 울면 어쩌나,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줘야 하나, 어떻게 먹여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와플이가 뱃속에 있을 때 부터 전철을 타고 빨빨거리며 여기 저기 누볐던 탓인지 의외로 와플이는 전철에서 숙면을 취하더군요.
전철만 타면 그렇게나 폭풍 태동을 해대더니만, 전철의 안내방송 소리, 사람들의 잡담 소리, 심지어 전철의 덜컹 거리는 소리에도 한번도 깨지 않고 "레드썬"

                           (여기에 앉기만 하면 잠드는 마법의 카시트! 이제 신생아를 졸업한 와플이예요~ )


전철 승차를 무사히 마치고, 신칸센을 갈아 타기 전에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먹여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상팔자 와플이는 또 다시 "레드썬!"
그렇게 앞으로 4시간 40분간의 신칸센 승차를 대비했죠.
역시나 신칸센 안에서도 세상 모르고 자더라구요.
다만 신칸센 좌석이 3, 3 배열, 즉 좌석이 세개씩 두줄이였는데, 남편과 저 두 사람이 복도쪽으로 앉게 되어서 창가쪽 한자리에 앉는 사람이 도중에 내릴 때마다 저희 두 사람다 일어나서 비켜 줘야 하고, 와플이가 잠들어 있는 아기 바구니를 들었다 놨다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신오사카역에서 승차하신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께서 창가쪽이 자신의 좌석이지만 아기가 있으니 좌석을 바꿔 주시겠다며 자신이 복도쪽에 앉고, 저희 두 사람이 창가쪽으로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시더군요.
그때부터는 남자 1호, 2호, 여자 1호는 아주 편안하게 올 수 있었죠.
저는 그때부터는 마음을 놓고 두눈을 감고, 쪽잠을 청하고 있던 중이였습니다.

그런데 창가쪽 자리에서 솔~솔~ 풍겨오는 이 코에 익은 익숙한 냄새~
으음~ 스멜~~
이라고 하기엔 구수함이 좀 지나치더군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려 남편을 쳐다보니 남편은 와플이의 옷속을 살피며 기저귀를 들여다 보더니

와플이 방금 똥쌌어!!!

하며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더라구요.

난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전철 안에서 아기의 똥기저귀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저귀를 갈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자니 우리에게 자리를 배려해 주신 아저씨께서 아주 곤히 단잠을 주무시고 계셨거든요.
제가 왠만하면 깨워볼려고 했지만 너무 달달하게 주무시는지라 '스미마셍'의 '스'도 못 꺼내겠더라구요.
아!! 난감하여라!!

소변이면 기저귀에 흡수가 되니 기다려 볼 수 있겠지만, 아기똥은 연약한 아기 엉덩이의 짓무름, 발진의 원인이 되는지라 너무 걱정이 되는겁니다.
'빨리 기저귀를 갈아줘야 되는데.... '
저 역시 어쩔 줄 몰라하며 남편에게
 
어쩌지? 아저씨 못 깨우겠는데... 많이 쌌어?

했더니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괜찮겠지 뭐.

하고는 다시 눈을 감을려는 겁니다.

아기 똥 기저귀는 빨리 안 갈아주면 발진 생기는데?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태연하게

괜찮을거야, 걱정하지마

아니 이 사람이 똥 싼 기저귀 직접 채워봐야 말이 통할래나?!?!?!?!?!
그러나 여전히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자꾸 걱정말고 저한테 잠이나 자라는겁니다.
우리가 내릴 역까지는 적어도 2시간은 더 가야 되는데 전 그때부터 애가 타서 잠도 못자고 똥을 깔고 앉아 자고 있을 와플이를 지켜보며 얼굴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지는 않는지, 울지는 않을지 아주 조마조마한 마음이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복도쪽 좌석에 앉아 계시던 마음씨 좋은 아저씨께서 다음역에서 내리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thank god!'을 외치며 눈감고 잠든 남편에게

아저씨 내렸어, 아기 기저귀 빨리 갈아주자!

그랬더니

기저귀 갈 필요 없어!

이 사람이 똥기저귀를 씹어 먹었나? 뭔 소리래? 아빠 맞어?
갓난 아기가 똥기저귀를 깔고 앉아 있는데 기저귀 갈기 귀찮아서 저딴 소리를 해 대다니!!!
화가 난 목소리로
 
무슨 아빠가 이래? 기저귀 가는게 귀찮아서 그런거야?

그러자 남편이 주변을 한번 둘러 보고는 제 귀에 대고 소곤 소곤 모드로 말하더군요.

실은... 아기가 똥 싼거 아니고 내가 방구 낀거야.
내 방구 냄새 때문에 아저씨가 깨면 와플이 기저귀 갈아주러 나가는 척 할려고 했지. 그러면 그 냄새가 와플이 똥냄새라고 생각할 거 아냐. 근데 아저씨가 계속 주무시니까 뭐....

에라이~~~~~
남편의 저 어이없는 말에 육성으로 터져나온 한국어!!!
할짓이 없어서 자기 방구 냄새를 죄없는 아기한테 뒤집어 씌우냐!!!
어쩐지! 만난지 5일밖에 안된 와플이의 똥냄새가 코에 익었을리가 없죠.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의 이유 기막히지 않습니까?

이것이 와플이의 출생 일주일만에 세상에서 제일 신뢰해야 할 사람인 아빠로부터 인생 최초의 모함을 당한 사건이 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