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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나의 남은 피자 처리법에 기겁한 미국인 남편과 그의 친구들

by 스마일 엘리 201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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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엄마"님이 남겨 주신 덧글이 저희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되살려 주셔서 오늘은 그 기억을 되살려 얘기해 드릴께요 ^^
아마도 이 얘기는 제가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가장 최초로 내가 결혼한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구나! 라고 깨닫게 됐던 에피소드랍니다.

결혼하고 한달 반 정도 집을 구하는 기간 동안 남편의 친구네 집에서 살았더랬어요.
친구네 부부가 외출을 하고, 남편과 저는 오랫만에 둘이 오붓하게 남겨져서 함께 영화를 보며 피자와 치즈 스틱을 배달해서 시켜 먹었습니다.
하지만 치즈 스틱을 먼저 우걱우걱 먹고 나니 그만 배가 불러서 피자는 남편 한조각, 저 한조각만 먹고 나머지는 다 남게 되었죠.
남편은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어서 제가 남은 피자의 뒷정리를 했답니다.


여러분이라면 먹고 남은 피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옛날부터라도 먹고 남은 피자는 랩에 둘둘 잘 싸서, 호일로 한번더 감싼 뒤,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가끔 피자가 땡길 때, 냉동실에 얼린 피자를 꺼내서 오븐 토스트기에 데워 먹으면 방금 구운 피자보다는 2% 부족하지만 치즈결도 되살아나고, 빵도 다시 부드러워져서 방금 주문한 피자 못지 않거든요.
둘이서 두조각 밖에 먹지 못했으니 저는 늘 해오던 대로 6조각이 남은 피자를 한조각씩 잘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죠.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눈꼽도 떼지 않은 채, 냉장고로 가더니 냉장실 문을 열어 보더라구요.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어제 먹다 남긴 피자 어디갔어? 설마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혼자서 그거 다 먹은거야?
 
하며 아무 생각없이 냉동실 문을 열던 남편은 호일에 잘 포장되어 차곡차곡 쌓아 놓은 피자를 보더니

마이 갓!!!!!!!!

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신을 찾을려면 교회를 가야지, 아침 댓바람부터 냉동실 문앞에서 신을 찾고 난리야'  라며 속으로만 생각한 채 갓 결혼한 새댁의 상냥한 미소로 남편에게 물었죠.

왜? 뭐 잘못 됐어??

도대체 내 피자에 무슨 짓을 한거야??? 믿을수가 없네!!!!

아니 내가 피자에다가 된장 발라 놓은것도 아닌데 뭘 했다고 믿을수가 없다는건지;;;;;

왜? 나 피자에 아무짓도 안했어!!!

아니 어떻게 피자를 냉동실에 얼릴 생각을 했어? 내 눈으로 보면서도 이거 정말 믿을수가 없네!!!

하며 기겁을 하더군요.
남편의 반응에 무슨일인지 궁금해진 남편 친구가 나오더니, 냉동실에 예쁘게 쌓은 6층 피자탑을 보자마자 "푸하하하 " 하며 대폭소 하더니 저한테 딱 한마디 하더라구요.

seriously???

(분위기상 의역하자면 "너는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꿈보다 해몽이네요  ^^;;;;;; )

저는 이 미국인들의 틈에서 한명의 외국인이 아닌, 한명의 외계인이 된 느낌이였습니다.
피자를 냉동실에 얼린게 뭐가 그리 이상하다고 이 난리들인가 싶더라구요.
그래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얘기했죠.

니네들 피자 오븐에 안 데워 먹어봤어? 남은 피자 냉동실에 얼렸다가 오븐에 데워 먹으면 방금 구운 피자 처럼 된다!!! 볼래?

하며 주섬 주섬 피자 두조각의 호일을 벗기며 오븐에 다시 넣었습니다.
피자가 데워지는 동안 남편과 남편의 친구는 누가 냉동실에 피자를 얼려서 다시 데워 먹냐며 막 놀리더군요.
남은 피자는 냉장실에 보관하고, 식은 피자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나 뭐라나요!!!!
피자가 다 데워져서 남편과 남편 친구에게 맛 보라고 하나씩 줬더니 한입 베어 물고는 '노 땡큐' 라며 안 먹더라구요.
남편의 친구는 아예 먹을 생각도 안하구요.
그 덕에 아침부터 입맛없고 텁텁한데, 전 피자로 아침을 떼워야만 했죠.
먹으면서 보란듯이 ' 맛만있구만!!! ' 하며 먹긴 했지만요 ^^;;;

이날, 적어도 세명의 미국인들은 식어빠진 피자는 먹어도 다시 데운 피자는 안 먹는다는걸 알게 되었다죠.
그런데 정말 저희 남편과 남편 친구네 부부만 그런것인지 다른 미국인도 그런것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제 '공주 엄마'님께서 교포 2세의 남편분이 아침부터 해장으로 식어빠진 피자를 드신다는 덧글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역시 저희 남편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피자 냉동 사건 이후, 남편은 냉동실에 얼려진 피자들을 볼때마다 울상을 지으며

왜 내 피자를 얼린거야 ㅠ.ㅠ

하며 우는 소리를 했다지요.

그래서 그 일 이후 피자가 남으면 반은 남편 몫으로 냉장실에 보관하고 (다음날 식어빠져 맛대가리 없는 피자를 아주 맛나게도 먹습디다 ㅡ.ㅡ;;  ) 제 몫으로 냉동실에 보관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이 일을 겪고, 제 나름대로는 큰 문화 충격이였던것인지, 그때 당시에 블로그에 일기도 썼더랬죠. ㅋㅋㅋㅋ
그때 당시의 일기, 무미건조하지만 증거샷으로 퍼왔습니다. ^^



참고로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다른 미국인들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국제 결혼하신 분들, 남편분 피자 데워 드시나요? 아님 식은 피자 그대로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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